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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불안한 일자리상담사] ① 비정규직의 설움
출처
연합뉴스
작성일
2019.03.31
[일자리 불안한 일자리상담사] ① 비정규직의 설움
취업 성사시키고 돌아서면 눈물 '내년에도 일할 수 있을까…'
온갖 허드렛일 도맡아 해도 '너흰 우리와 달라' 소외감

[※편집자 주 = 지방자치단체에서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소개하고 취업을 성사시키는 일자리상담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비정규직이란 신분 탓에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가 '민간위탁'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니 상담사들은 매년 연말만 되면 다음 해 소속 업체가 바뀌는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평택시 일자리상담사 제도의 부조리한 현실을 조명하고 해결 방법을 고민해보는 기획 기사를 3부분으로 나누어 일괄 송고합니다.]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실적이 이래서 내년에도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기 평택시 일자리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이 말을 듣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는 평택시가 일자리센터 운영을 위탁한 민간업체 소속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일자리상담사는 구직자들에게 직업을 구해주는 일을 한다.
구직자의 기호를 분석하고, 구인 업체의 성향을 파악해 양측을 만나게 하는 역할이다.
A씨가 상담사 일을 시작한 이유는 남에게 기쁨을 주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일을 하면 할수록 가슴엔 상실감만 남는다"고 말했다.
남에게 직장을 구해주는 일이 직업인데, 정작 자신은 비정규직이어서 항상 '내년에도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평택시는 매년 연말 위탁업체 입찰을 진행해 다음 해 센터를 운영할 수탁업체를 뽑는다.
그러다 보니 평택시 일자리상담사들은 매년 가을이 되면 내년엔 어떤 업체 소속이 될지, 혹시나 일을 그만두게 되진 않을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또다른 평택 일자리상담사 B씨는 "남에겐 일자리를 구해주면서 정작 내 일은 해결하지 못하는 고통이 매년 반복된다"며 "어떨 땐 '내 주제에 누구 직장을 구해주나'하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2018년부터 평택시가 민간업체와 계약하면서 '고용 승계' 조항을 넣어 고용 불안은 줄었다.
그렇다고 해도 소속 업체가 매년 바뀌는 데 불안하지 않을 순 없다.
일자리상담사 C씨는 "평택시가 민간 수탁업체에 제시한 과업지시서에는 '근무행태 및 과업수행 능력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어 교체를 요구할 경우 즉시 응해야 한다'고 돼 있다 보니 상담사 입장에선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항상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백한 '갑과 을' 관계이다 보니, 상담사들은 시청 공무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생계를 이어 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급여도 문제다.
2017년 상담사 초임 월급은 세전 158만원, 연봉은 1천900만원이었다.
최저임금 규정을 어기진 않은 사실상 최저 수준이다.
그나마 올해 들어선 평택지역 생활임금(월 200만여원)을 적용받게 돼 형편이 조금 나아지긴 했다고 상담사들은 말한다.
그러나 거의 매년 소속 업체가 바뀌어 원치 않는 '신입사원'이 되다 보니 근속기간 미달로 은행 대출조차 못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C씨는 "이런 현실은 안쪽 주머니에 사직서를 품고 근무하게 하는 이유기도 하다"고 전했다.
안성이나 오산 등 일부 다른 지역 일자리상담사들이나, 고용노동부 등 다른 기관 소속 상담사들과 업무를 연계할 때도 평택 일자리상담사만 신분이 달라 소외감을 느낀다.
안성시 등 다른 일자리상담사들은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돼 신분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31개 시군 가운데 16곳의 일자리상담사들이 평택과 마찬가지로 민간위탁 방식이어서 처우가 비슷한 상황이다.
평택 일자리상담사는 총 21명으로, 이 중 6명은 시 일자리센터에, 나머지 15명은 읍면동사무소에 배치돼 있다.


C씨는 "한 공간에서 공무원들과 유사한 업무를 하고, 시의 일자리 관련 정책이나 지침을 하달받아 일하지만 공무원들과는 다른 세계 사람일 뿐"이라며 "때론 주말에 동사무소에서 개최하는 각종 행사에 불려 나와 허드렛일을 했고, 평소 사무실에서는 청소나 복사, 현수막 설치 등 공무원들이 잡일을 시키면 했지만, 회식 땐 열외였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에 준하는 낮은 임금에 생계 문제로 일을 그만두거나, 소외감에 사표를 던진 상담사들이 많아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평택 일자리상담사들은 작년에만 구직자 4천648명에게 1만6천234건의 취업을 알선했고 이중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는 911명이었다.
한 일자리상담사는 "구직자들의 취업을 바라보며 느끼는 보람만으로 살기엔 일자리상담사들이 겪는 차별과 상처는 너무 크다"며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goal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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