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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난리통 베네수엘라에도 '빈부격차'…상류층 마트엔 물건 가득
출처
연합뉴스
작성일
2019.03.12
[르포] 난리통 베네수엘라에도 '빈부격차'…상류층 마트엔 물건 가득
서민층 마트 진열장은 텅텅 비어…시장엔 채소 부스러기 줍는 사람들
"중산층·서민층 시장 10∼20% 가격차"…"마두로도, 미국제재도 다 싫어"

(카라카스=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경제난으로 나라 전체가 극심한 식품·생필품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에도 엄연히 '빈부격차'가 존재하고 있었다. 
부자들은 이전보다 낮은 질과 다양하지 못한 상품들을 비싼 값을 주고 소비하면서 불만을 느끼지만, 그래도 돈 주고 살 물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빈자들은 아예 선택의 여지 없이 생존 자체를 위한 힘겨운 '사투'를 매일 이어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오전 중산층이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쿰부레쿠루모 지역에 있는 한 시장. 
매일 오전에 잠시 열리는 도깨비시장에는 필요한 식품과 야채를 사려는 인근 주민들로 붐볐다.
도로 한편에 들어선 시장에는 야채와 고기 등 식품을 파는 가판이 한줄로 150m가량 길게 늘어섰다. 
손님들은 잔뜩 쌓인 식자재를 사이에 놓고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주인과 흥정을 벌이기도 했다. 
얼핏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의 여느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가격표를 보는 순간 살인적인 물가를 체감할 수 있었다. 
쇠고기 1.5㎏ 가격은 가게마다 부위와 질에 따라 달랐지만 9천∼1만5천 볼리바르를 오갔다. 
계란 30개들이 한판 가격은 1만2천 볼리바르였다. 
다리 부위로 만든 햄 1㎏은 2만7천500볼리바르, 치즈 1㎏은 2만4천 볼리바르였다. 
공무원이나 종업원 등 하위 직업을 가진 시민이 받는 월 최저임금이 1만8천 볼리바르(미화 약 5.6달러, 암시장 1달러 환율 = 약 3천200볼리바르)라는 점을 생각하면 구매하기에 큰 부담일 듯싶었다. 
주부 멜라니아는 "물가가 많이 올라 예전보다 저렴한 야채를 더 먹게 되고 식자재도 덜 사게 된다"면서 "오늘도 발품을 팔아 가장 싼 야채 3가지만 샀다"고 말했다. 

쿰부레쿠루모 인근 부유층 거주 지역인 산타페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곳에 있는 센트랄 마데이렌세 마트에는 오전이라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진열대는 부촌 지역 마트답게 각종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어 있는 진열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물건 종류는 다양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팔리는 햄 1㎏ 가격은 3만6천 볼리바르였으며 소시지는 3만 볼리바르에 달했다. 
마트 인근에 있는 커피숍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의 커피 한 잔 가격은 4천500볼리바르로, 시중의 커피 한 잔 가격 2천 볼리바르의 배를 웃돌았다. 


중하층 서민이 거주하는 로스 루이세스 지역으로 발길을 돌려보니, 이곳 개인 마트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센트랄 마데이렌세 마트에 견줘 규모가 현저히 작고 진열된 식품과 야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입구 계산대와 가까운 곳에만 마늘 소스, 케첩, 과자, 콜라 등 소량의 물건이 있을 뿐이었다. 
판매 중인 오이, 호박 등 야채와 바나나 등의 과일은 신선도가 현저히 떨어져 보였다. 
인근에 있는 시장에서도 야채와 치즈 등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물건이 다양하지 못했다. 
쿰부레쿠루모 시장에서 봤던 고기와 생선 등도 보이지 않았다. 
팔지 않는 야채 부스러기를 줍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20년째 베네수엘라에 사는 한 교민은 "서민층이 다니는 시장과 중산층 시장 간에는 10∼20%의 가격 차이가 난다"고 귀띔했다.
카라카스 동부 지역에 있는 도매형 소매 마트인 플란수아레스에는 긴 줄이 형성됐다. 설탕을 판매하는 날이라 소식을 들은 서민들이 조금이라도 값싸게 물건을 사려고 몰린 것이다.
정전 사태 속에 자가 발전기를 갖춘 시내 식당에는 부유층 손님들로 넘쳐났다. 핫도그 등 간단하게 요기할 음식을 파는 가판에는 서민이 몰렸다. 

현재 미국과 야권은 인도주의 위기를 이유로 원조 물품 반입을 원하고 있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기만적인 쇼'라며 원조 반입을 막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고 미국이 취한 각종 경제제재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서민의 생존만 더 위협받는 것처럼 보였다. 
호텔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환전 등 도우미 역할을 하는 후안 산체스(39)는 "먹고 살기 어려워 식당 종업원 일을 그만두고 돈벌이가 되는 이 일을 하고 있다"면서 "무능한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지 않지만 미국의 경제제재로 빈곤한 국민의 삶만 더 피폐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은 브라질 출신으로 지금 임신 7개월째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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