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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말레이시아, 내 꿈
기업명
유원인터내셔널
국가
담당업무
현지 국제학교, 부동산 마케팅
작성자
오승준
기수
4기
작성일
2019.06.21


[Phase 1. 지원.]


 작년 가을, 나는 학술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매일 밤을 지새고 있었다. 각종 공모전과 학술활동들로 봄부터 겨울까지 예고되어 있는 수많은 밤샘 작업들에 나는 파묻혀 있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온몸의 열정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일까.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수많은 대학생들, 그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동아리 활동을 비롯한 대외활동들의 의미는 그러한 막연한 희망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불안했다. 항상 실제 회사생활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그랬기에 어떤 활동들이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단어 하나가 내 머리 속에 떠올랐다. ‘해외인턴’. 나는 사실 대학교 신입생 시절부터 해외인턴을 꿈꾸고 있었다. 영어를 좋아해 항상 해외생활을 꿈꾸고 있었지만, 내 형편상 교환학생을 가기에는 금전적으로 부담이 컸다. 그렇다면, 해외경험도 하면서 실무경험도 쌓을 수 있으며 돈도 벌 수 있는 해외인턴이 제격이었다.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해외인턴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었고, 병역필에 적어도 3학년 정도는 되어야 지원해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군대를 갔고, 한동안 해외인턴이라는 것은 또래 친구들이 하는 것을 따라가기 바빴던 내게 조금은 먼 이야기가 되었다. 의외로 친구들은 교환학생에는 관심을 크게 가지지만 해외인턴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대부분 영어에 대한 자신감, 실무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이유였다. 조금은 미안한 얘기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러한 현상이 조금 우습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다시 해외인턴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학생들의 대다수는 해외인턴에 지원하지 않는다. 교환학생을 다녀오면 졸업을 앞두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몇 개월의 경험은 ‘국내 기업’에 지원하기 위한 이력서에 올려지는 단 한 줄의 ‘문장’이 될 뿐이었다. 허무했다. 또한, 나이 드신 부모님을 떠올리는 모든 순간들 속에, 내게는 무언가 생산하지 못하는 시간과 돈 모두 아까웠다. 뜨뜻미지근한 어학연수 대신, 내 인생에서 제대로 된 족적들을 남기고 싶었다. 스물넷의 나는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었고, 스무 살의 내 꿈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가 서류접수 마감 D-1이었다.


 뒤늦게 모집공고를 발견했기 때문에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지만 나는 오랫동안 경험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었고, 지원할 기업을 정하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에도 거침이 없었다. 성장하는 나라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가 배운 경영학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회사,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회사. 몇 가지 조건을 설정하고 빠르게 회사 리스트를 살피고, 동시에 그 기업들에 대한 사전조사를 진행했다. 결정에는 반나절이 걸렸다. 그리고 자기소개서 작성에 남은 시간은 8시간 남짓, 작성해야 하는 자기소개서의 분량은 4,000자.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의외로 글은 술술 적혔다. 내가 꿈꿔왔던 일에서 망설임이 없었고, 오랫동안 생각해오고 준비해왔던 희망 직무와 근무 국가에 딱 맞는 회사에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감 1분 전, 나는 자기소개서 작성을 완료했다. 아직 합격은 예상 하지도 못하는, 그저 지원서 제출을 한 순간이었지만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설레는 순간이었다. 내가 ‘회사’에 지원하다니! 설레었다. 내 나름의 경험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였고, 싱가포르에서 겪은 한달의 생활을 통해 현지 적응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그렇게 나는 말레이시아의 ‘유원 인터내셔널(U1 International)’에 서류 접수를 했고, 뒤에 있었던 면접 전형까지 무사히 통과했다.



[Phase 2. 입성]


 나는 12월 15일 금요일에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첫인상은 ‘평범함’이었다. 사실 현대화된 서비스와 기술이 총집합하는 공항에서 조차, 나는 말레이시아의 ‘로컬스러움’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으며 그것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흔히 가지게 되는 편견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현지 공항에서 택시를 잡고 회사에서 정해준 숙소까지 찾아가는 것은 언어적인 어색함만 제외하면 전혀 문제가 없었고, 마침내 입성하게 되었던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Kualar Lumpur)’는 멋진 도시 풍경으로 날 맞이해 주었다. 그것이 나의 말레이시아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늦은 밤, 나보다 먼저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근무 중이던 동기들과 선임들이, 나와 함께 온 동기를 맞아주었다. 사실 나의 근무지는 쿠알라룸푸르가 아닌 ‘조호바루(Johor Bahru)’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그래서 정신없이 다음날 조호바루로 이동해야 했기에 쿠알라룸푸르를 즐길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의 즐거움을 뒤로 미루고 조호바루로 이동해야만 했다.


인턴 오승준 사진1

사진 1. 숙소에서 바라본 쿠알라룸푸르 시내 풍경



[Phase 3. 조호바루]


 나는 주말에 회사 대표님과 동기와 함께 조호바루로 이동했다. 멋진 이층집 숙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동시에 바쁜 일정 또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사무실 인테리어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직원 숙소를 임시 사무실로 사용해야 했고, 업무를 배우는 동시에 사무실 인테리어 작업에도 관여해야 했다. 그렇게 한달 정도를 업무를 배우고 사무실을 준비하는 데에 보냈다. 굉장히 바쁘게 일상이 돌아갔다. 당시엔 분명 힘든 점도 있었다. 내가 일한 회사는 ‘이주정착 컨설팅 기업’이기 때문에, 이곳에 이주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습득하고, 고객의 필요에 따라 제공하거나 때로는 그들의 필요를 대신해서 충족시켜주는 대행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이곳에 이주하게 되면, 집도 구해야 하고 아이들 학교도 보내야 하며, 어떤 사람들은 이곳에서 취업을 하거나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그 수많은 사회적인 활동에서 우리 회사의 서비스가 발생하고 있었다. 정말, 일 배우기에 제대로 된 회사를 찾아온 것이었다.


인턴 오승준 사진2

사진 2. 공사 중인 사무실


 나는 조호바루에서 근무하는 내내 부동산, 국제학교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포커스를 맞추고 업무를 수행했다. 고객들은 우리 회사를 보고 말레이시아를 찾아온 다음, 나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집을 구매하거나, 자녀의 학교를 정하는 등 큰 결정을 내리곤 했다. 때문에 가끔은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언행과 내가 제공하는 정보로 그들의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만큼 내가 큰 일을 해낸다는 그 경험 자체를 얻어가게 하는 동시에 이 일을 계속 하는 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부담감을 안겨줬었다. 하지만 동시에, 영업과 마케팅 분야를 계속 공부하고 후에 그러한 필드에서 일하고 싶은 내가 인생을 배우고 일을 배우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임을 깨닫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6개월 동안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수십명의 고객을 만나고 수백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한국에서 찾아오는 고객들을 상대할 땐 한국말로, 외부 거래처와 국제학교 등을 상대할 땐 영어로 소통하면서 나는 영어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항상 사용하고 있는 언어로도 더 의사소통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또한 일정 부분 부모님께 항상 지원을 받던 학생 때와는 달리, 소비와 금전적 생산을 모두 내가 하게 되면서 자립심 또한 크게 기를 수 있었다.


인턴 오승준 사진3

사진 3. 공사가 완료된 사무실



[Phase 4. 안녕, 말레이시아.]


 근무 마지막 날, 나는 우리 사무실과 지사의 성장에 내가 보탬이 되었음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고 사무실을 떠날 수 있었다. 수많은 감동의 순간들 만이 내 마음 속에 남게 되었고, 나는 ‘국제적 감각을 가진 서비스 마케터(Service Market)’가 되겠다는 꿈의 첫 발짝을 내딛고 더 큰 꿈을 키우게 되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나는 말레이시아를 떠났다.


인턴 오승준 사진4

사진 4. 퇴근 전 사무실에서 바라본 노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