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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한국학교 운영난] ③ 中·日 한국학교 직접 가보니
구분
동포행사
출처
연합뉴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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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정체성·한국 교과 중심', 칭다오 '이중정체성 인재 지향'
오사카 '50년 전통 사물놀이패', 도쿄 '뿌리교육 위한 왕인노트'


(베이징·칭다오·오사카·도쿄=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덥지요? 그래도 적응이 되면 견딜만합니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의 북경한국학교를 찾은 기자에게 조선진 교장이 시원한 물 한잔을 건넸다. 베이징의 낮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에어컨은 돌아가고 있었지만 냉방 기능은 약했다.


조 교장은 "중국 현지 학교는 무더위로 7월 초부터 방학에 들어가지만 우리는 한국 교과과정을 이수해야 하므로 좀 더 수업해야 한다"며 "그래도 현지 학교보다는 시원한 편"이라며 웃었다.

 
베이징, 칭다오, 오사카, 도쿄에서 방문한 한국학교는 국내와 비교해 시설 등에서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느껴졌지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활달하고 열정도 넘쳐 보였다.

중국 북경한국학교 도서관의 토론실에서 열린 초등 4학년의 독서수업에서 동화를 읽은 학생들이 감상을 시와 편지 등으로 적어서 발표하고 있다.
중국 북경한국학교 도서관의 토론실에서 열린 초등 4학년의 독서수업에서 동화를 읽은 학생들이 감상을 시와 편지 등으로 적어서 발표하고 있다.


◇ 외국어·공감능력 강조…"시 쓰기가 제일 쉬워요"


조 교장은 "한민족 정체성을 육성하고 현지 적응을 도우며 모국 교과과정 수업을 펼치는 것을 교육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며 "여기에 현지어와 영어 등 외국어 교육과 인성교육에도 힘쓴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원어민 교사를 두고 있고, 상급학교로 갈수록 원어로 진행하는 토론식 수업이 많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장서 2만 권을 자랑하는 도서관 내에서는 마침 초등 4학년의 독서수업이 열렸다. 누구든 총에 맞으면 웃게 된다는 내용의 동화 '웃음총'을 읽고 감상을 시, 수필, 편지, 그림, 만화 등으로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시로 감상을 표현한 학생들에게 "시 쓰기 어렵지 않아?"라고 묻자 "제일 쉬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지영 교사는 한쪽 벽에 학생들의 창작시가 전시된 것을 가리키며 "동심이 많을수록 쉽게 시를 쓴다"며 "독서 감상 수업에서 제일 강조하는 것은 표현력이 아니라 다른 학생의 발표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한국학교 가운데 북경한국학교에만 유일하게 특수학급이 있다.


발달지체장애 학생들을 위한 초등·중등 2개 반이다. 이사회와 교직원이 힘을 모아 2007년에 학급을 개설했다. 초등반 3명, 중등반 5명의 학생을 2명의 교사가 전담해서 가르친다.


중등반의 조용수 교사는 "장애등급 1∼3급의 중증이지만 일반학급 아이들과 친구 맺기를 통해 야외활동을 함께할 정도로 밝게 성장하고 있다"며 "사회 적응을 도우려고 음식조리, 커피 바리스타 등 직업교육도 병행하는데 2년 전에는 1명이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했다"며 뿌듯해했다.


11일 찾아간 칭다오청운한국학교에서는 영어토론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주제는 '남학교·여학교와 남녀공학의 장단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표현의 자유는 지켜져야 하나' '수업시간 학생의 휴대용컴퓨터 사용이 바람직한가' 등이었다.


참가자들은 1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찬·반을 놓고 침착하게 자기 의견을 쏟아냈다. 가벼운 농담을 던져 청중의 주의를 끄는 등 능숙하게 발표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민상 영어부장은 "팀을 구성해 준비하는데 수준 높은 의견들이 제시된다"며 "논조의 명확성, 발음, 설득력, 관객의 호응, 토론 자세 등 다양하게 평가하므로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칭다오 학교는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교육에도 심혈을 쏟는다.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알아야 이중정체성을 지닌 인재로 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원어민 중국어 주임인 김춘화 교사는 "매년 칭다오시가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여는 '칭다오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상위 입상하는 학생이 많다"고 자랑했다.

중국 칭다오청운한국학교에서 7월 11일 열린 '영어토론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이고 있다.
중국 칭다오청운한국학교에서 7월 11일 열린 '영어토론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정체성 확립 주력…"일본 사회도 한국문화 인정"


"덩 더덩 더쿵 쿵타쿵∼! 신명 나게 놀아보세~"


13일 오전 일본 오사카시 수미요시구의 오사카건국학교 체육관에서는 사물놀이패를 이끄는 상쇠의 구호에 맞춰 고즈넉한 가락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학교의 명물인 전통예술부의 연습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북, 장고, 꽹과리, 징 등 각기 다른 악기의 고동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흥겨운 장단이 흘러나왔다.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덕분인지 맺고 끊은 마디가 능숙해 듣고 있으니 절로 신명이 났다.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학교 전통예술부는 12년 연속 일본 전국 고등학교 종합문화제 향토예능 부분 오사카 대표로 출전했다. 2014년에는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 오사카건국학교 전통예술부가 국악연습을 하고 있다. 전통예술부는 일본 전국 고등학교 종합문화제 향토예능 부분 오사카 대표로 12년 연속 출전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 오사카건국학교 전통예술부가 국악연습을 하고 있다. 전통예술부는 일본 전국 고등학교 종합문화제 향토예능 부분 오사카 대표로 12년 연속 출전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모국에서 열린 세계사물놀이대회에서는 영예의 대통령상(2007), 국회의장상(2015)·문화체육부장관상(2012)을 차지했고, 대한민국관악경연전국대회 금상(2016)에 오르기도 했다.


23명의 단원은 매일 방과후 학교에 남아 4시간씩 구슬땀을 흘린다고 했다.


예술부 활동을 지도하는 차천대미(車千代美) 교사는 "시키지 않아도 매일 연습을 쉬지 않는다. 아이들은 국악을 통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확신이 생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의 전통예술이 일본에서 열린 향토예능 공연 대회에서 상위 입상 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며 "이는 재일동포가 지켜온 한국문화를 일본사회가 인정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국내 학교에서는 눈에 잘 안 띄는 풍물 도구가 교실마다 비치돼 있었다.


김수자 교감은 "학생들에게 전통예술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한국인임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고 자부심이다"고 강조했다.


14일 찾아간 동경한국학교 초등 교실에서는 일본어로 한국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교실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어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위한 배려다.


뿌리가 한국임을 잊지 않도록 매주 전통문화 강습이나 역사 특강이 열린다. 학생들 가방에는 공통으로 들어 있는 노트가 있는데 바로 한자 연습장이다.


김득영 교장은 "매 학기가 시작되면 한문을 배우는 '왕인노트'를 나눠준다"며 "일본에 한자를 전해준 백제의 왕인박사를 잊지 말라고 지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일본 동경한국학교에서는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을 위해 일본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실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7/31 07: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