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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베트남댁' 친정부모 80명 초청한 박수천 회장
구분
동포행사
출처
연합뉴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7.05
원본

 

한국베트남우호협의회장 "월남전 덕에 경제성장…우리가 먼저 손 내밀어야"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친정 부모 80명을 국내로 초청해 환영 행사를 펼치는 박수천 한국베트남우호협의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친정 부모 80명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합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냉전 시대를 거치며 비극적인 역사를 겪었지만 25년 전 국교를 재개하며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아픈 상처를 씻고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 본의 아니게 가해자 입장에 섰던 파월 장병들이 앞장서기로 했습니다."


월남전 참전자 단체인 한국베트남우호협의회는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을 맞아 오는 11일부터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정 친정 부모 초청 한마음대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박수천(69) 회장은 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동국대 행정학과 재학 중에 입대한 뒤 월남 파병을 자청, 1971년 8월부터 1973년 3월까지 20개월을 월남 맹호부대에서 복무했다. 위생병(의무병)이어서 전투병보다는 위험이 덜했을지 몰라도 전선은 전후방이 없었고 죽음의 공포는 병과를 가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이 없었어요.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태어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하지만 성인이 돼서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며 전쟁터에 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강원도 홍천 11사단에 복무하던 중 인사계에게 월남에 보내 달라고 하니 그때만 해도 대학생이 드물던 시절이라 의아하게 생각하더군요. 집에는 말도 안 하고 강원도 화천 파병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친 뒤 군용열차를 타고 서울 청량리역에 잠시 정차했을 때 우표도 붙이지 않은 편지를 집에 부쳐 달라고 플랫폼에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그 길로 월남으로 떠났죠. 그 편지를 받으신 부모님이 얼마나 놀라고 가슴 졸였을지 생각하면 그런 불효가 없었죠. 다행히 살아 돌아온 게 효도이긴 한데, 그때의 불효를 갚는 심정으로 부모님께 잘해드리려고 애썼습니다."


그 뒤 대학을 졸업하고 새한종합금융을 거쳐 두견주양조회사 부사장, 양평군민신문 사장, 삼성증권·굿모닝증권·럭키증권 고문, 효행실천운동본부 상임대표,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이사, 한국정경문화연구소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참전국가유공자로 인정받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월남참전자회 대외협력위원장도 맡았다. 그러는 사이에 월남전의 기억은 그의 머릿속에서 잊혀갔다.


"참전자회 간부로 있던 3년 전 베트남을 방문했더니 4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더군요. 우리보다 뒤떨어지긴 했지만 거리에는 활력이 넘쳐 이대로 15년이나 20년쯤 가면 우리나라와 맞먹는 국력을 갖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베트남인들은 과거사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대량 학살이 벌어진 곳마다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져 있지요. 비록 전시여서 양민과 베트콩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해도 양민이 한국군 손에 숨진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들이 먼저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미리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월남전이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이만큼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나누고 베풀며 함께 가아죠."


참전자 가운데는 베트남에 사과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도 있으나 박 회장은 "우리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일본에 사죄를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베트남은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451억 달러에 이르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최고의 파트너다. 국내에 체류 중인 베트남인 숫자도 지난해부터 미국인을 제치고 중국인에 이은 2위로 올라섰다. 결혼이주여성도 베트남이 중국 다음이지만 한국계(조선족)를 제외하면 가장 많다.


"베트남은 고려 때부터 우리와 사돈의 나라였습니다. 베트남 왕자가 한국으로 망명해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됐죠. 거리는 떨어져 있어도 종교적·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우리와 공통점이 많지요. 베트남 친정 부모들이 우리나라의 발전상과 함께 딸이 사는 모습을 보고 간다면 분명히 친한파가 돼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협력에 기여할 겁니다."


베트남 친정 부모들은 11일 입국해 수원의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과 서울의 경복궁을 둘러보고 12일 환영 오찬에 참석한 뒤 딸, 사위, 외손주, 사돈 등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예정이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대연회장에서 양국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환영 오찬에서는 베트남 전통무용 공연도 펼쳐진다.


박 회장은 "정치·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한국과 베트남의 사이가 매우 가까워졌지만 민간외교 차원에서는 교류와 협력이 부족했다"면서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비롯해 베트남 대학 한국어과 학생 장학금 지급, 베트남전 전적지 인근 주민 자립경제 지원 등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박수천 한국베트남우호협의회장은 "우리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일본에 사죄를 요구할 수 있겠느냐"며 베트남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 것을 역설했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7/05 07: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