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손홍규 작가의 『화요일의 강』, 헝가리 여름 밤에 스며들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7.03

손홍규 작가의 『화요일의 강』, 헝가리 여름 밤에 스며들다


데브레첸과 부다페스트 두 도시의 밤에 울려 퍼진 한국 문학

한국의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손홍규 작가의 『화요일의 강』이 헝가리의 두 도시, 데브레첸과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24 문학의 밤 행사를 통해 낭독회를 가졌다. 이번 2024 문학의 밤(Irodalom Éjszakája) 행사는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데브레첸에서, 6월 5일부터 7일까지 부다페스트에서 열렸다. 손홍규 작가의 『화요일의 강』은 지난 6월 1일 밤 데브레첸의 교회(reformátusKistemplom)와 6월 7일 밤 부다페스트의 굴 바바의 무덤(Gül Baba türbéje)에서 낭독됐다.


< 손홍규 작가의 '화요일의 강'이 낭독된 부다페스트의 굴 바바의 무덤(Gül Baba türbéje) - 출처: 쿨트라 후(Kulutra.hu) 홈페이지 >


EUNIC(EU National Institutes for Culture)가 주최하는 문학의 밤은 2006년 체코 프라하에서 처음 개최됐다. 헝가리에서는 부다페스트에 있는 체코 문화원 주도로 시작돼 2016년부터 다수의 유럽 국가가 참여하며 매해 개최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데브레첸에서도 개최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도시별로 3일간 행사를 진행하며 그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 폴란드, 라트비아, 독일,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유럽 국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작가들의 작품도 선정되면서 동아시아 문학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4년 문학의 밤 주제는 '먼 해안'이었다. 헝가리 대표 문학 포털 《Litera(리테라)》의 편집장이자 2024 문학의 밤 큐레이터인 나기 가브리엘라(Nagy Gabriella)는 "현대인이 직면한 삶의 위기와 인간 존재의 질문, 딜레마에 관한 작품들이 선정됐다. 각기 다른 문화적 컨텍스트를 가진 24개 작품이 다각적이고 첨단의 방식으로 인류의 존재와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시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손홍규 작가의 『화요일의 강』이 선정된 이유로는 "인간 존재의 심오함과 딜레마를 유머와 상상력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문학 보급 어려운 현지에 단비

헝가리어로 번역된 한국의 현대 문학 작품이 많지 않은 현지에서 손홍규 작가의 『화요일의 강』이 소개된 것은 한국 현대 문학 증진에 큰 의미가 있다. 동시에 유럽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함께 한국 문학이 소개된 것은 헝가리는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한국 현대 문학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 2024 문학의 밤 행사에 초청된 작가들 - 출처: 리테라 후(Litera hu) 홈페이지 >


손홍규 작가의 『화요일의 강』은 헝가리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 유명한 키쉬 마르셀(Kiss Marcell)이 번역했고 헝가리 연극계에서 인정받는 두 배우 키쉬 게르게이 마테(Kiss Gergely Máté)와 루카치 아담(Lukács Adám)이 낭독을 맡았다. 이번 행사는 다소 낯설 수 있는 한국의 현대 문학을 텍스트로만 접하는 것을 넘어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공간에서 현지 배우에 의한 낭독이라는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며 대중의 접근성을 높였다.


최근 한국의 현대 문학은 국제적 권위를 가진 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학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세계로 전달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어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인재는 매우 제한적이다.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를 번역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안톤 허의 《시사IN》 인터뷰에 따르면 영미권에서 한국 번역서가 1년에 10권 나올까 말까 하다. 전업 한영 번역가는 손에 꼽을 만큼 극히 드물다. 안톤 허는 "이러한 상황이 영미권 편집자 중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편집자가 많지 않아 번역가가 책을 마케팅하는 '에이전트'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문학의 해외 시장을 주도하는 영미권에서도 한국어 번역서가 일 년에 10권이 채 안 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헝가리어와 같은 제3국 언어권에서 많은 양의 한국 문학 번역서를 기대하기는 힘든 현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문학의 밤 행사는 한국의 현대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현지인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 가뭄에 단비 같은 행사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쿨트라후(Kulutra.hu), https://kultura.hu/gul-baba-turbejenel-es-a-debreceni-kistemplomban-olvasnak-fel-koreai-muveket/


- 리테라후(Litera hu), https://litera.hu/hirek/uj-partokra-evez-a-nyar-elmaradhatatlan-irodalmi-esemenye-budara-koltozik-az-irodalom-ejszakaja.html


- 《Litera》 (2024. 5. 29). Új partokra evez anyár elmaradhatatlan irodalmi eseménye: Budára költözik az Irodalom Éjszakája, https://litera.hu/hirek/uj-partokra-evez-a-nyar-elmaradhatatlan-irodalmi-esemenye-budara-koltozik-az-irodalom-ejszakaja.html


- 《시사IN》 (2023. 2. 2). “번역가 없이 K문학 열풍은 없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452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전) 한양대학교 강사,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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