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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71회 시드니영화제에 초청작 <장손>의 오정민 감독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7.03

[인터뷰] 제71회 시드니영화제에 초청작 <장손>의 오정민 감독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19년 6월 시드니에서 열린 시드니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시드니 필름 어워즈'를 수상했다. 이를 통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그리고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증가하게 됐다. 그 후 배우 송강호 주연의 영화 <거미집>이 경쟁작으로 초청됐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박스오피스를 지나 글로벌 마켓을 타깃으로 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눈부신 성장에 기대를 갖고 바라보고 있다.


지난 6월 5일에 개막한 제71회 시드니영화제에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작(KBS독립영화상, CGK촬영상, 오로라미디어상)인 오정민 감독의 <장손(House of the Seasons)>가 초청됐다. 한국의 중요한 가족 문화 중 하나인 '장손'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한 영화다. 다양한 문화권의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호주에서 가족 문화 관련 영화를 선보이는 것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신원은 영화 <장손>의 오정민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 영화 '장손'으로 제71회 시드니영화제에 초청된 오정민 감독 - 출처: 시드니영화제, 인디스토리, 영화사 대명 제공 >


영화 <장손>으로 이번 제71회 시드니영화제에 초청된 소감이 있다면요?

저희 영화 <장손>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 상영(World Premiere)이 됐고요. 해외에서 상영되는 것은 시드니가 처음입니다. 얼른 현지 관객 및 한인 동포 여러분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원래 고등학교 때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영화 <화양연화>를 보고 배우 양조위의 표정 하나가 제가 쓰고 있는 문장보다 좋다는 것을 느끼면서 사람이 등장하는 매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대학교 때는 연극 동아리도 하고, 영상학을 복수 전공으로 하기도 했죠. 원래는 국문과를 전공하고 있었어요.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몇 년 후에 <장손>을 찍게 됐죠.


영화 <장손>의 아이디어와 영감은 어디에서 받았나요?

제가 20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는데 그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가족끼리 소원해지더라고요. 저는 그 연유를 되게 알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이 영화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준비하면서는 저의 개인적인 가족 이야기는 배제하고 조금 더 보편적이고, 한국의 역사적인 요소를 담을 수 있는 그런 가족 영화를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두부공장을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부라는 식품이 아시아 음식이기도 하고, 가족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부는 뜨거운 물을 몸에 묻혀가면서 만들게 되는데요. 변하기도 쉽고 부서지기도 쉬운 예민한 음식이잖아요. 두부를 만들기도 고된데, 두부를 만들기 위해 간 수많은 콩물 중 소량의 두부만 남죠. 그 부분이 한국의 가족과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두부를 소재로 선택했어요.


주인공 '성진' 역에 연극 및 드라마 배우 출신 강승호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성진 역의 배우 강승호는 배우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캐스팅됐는데요. 저는 성진 역할은 장손으로서 시대의 초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특정 캐릭터를 가진 배우보다는 무색무취하고,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배우 강승호는 연극 무대에서도 오래 활동하며 잘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연락을 해 함께하게 됐습니다.


< 가족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준비 중인 영화 '장손'의 한 장면 - 출처: 시드니영화제, 인디스토리, 영화사 대명 제공 >


영화 <장손>을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이 영화는 세 가지 계절을 담고 있는데요. 2022년 9월부터 2023년 2월 초까지 반 년 동안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합숙하듯 지냈거든요. 굉장히 다사다난한 일이 많아서 영화와 촬영장의 분위기가 비슷했던 기억이 있어요. 여름에는 복작복작 거리고, 가을과 겨울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떠나니 쓸쓸해지기도 했던 것들이 기억에 남네요. 또한 저희 영화가 자연광(새벽, 해질녘) 장면이 많아서 시간에 쫓겨 급하게 찍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영화 <장손>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명제나 특정한 메시지를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데요.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이번 영화를 만들 때는 어떤 문구 하나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김진경 시인의 수필 중 "30년 동안 300년의 삶을 산 사람이 어떻게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라는 문장이었는데, 그게 이 영화의 주제 또는 저의 윗세대를 바라보고 이해해 보고자 하는 태도가 담긴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손>이라는 제목이 집안의 분위기, 기율 등을 잘 담아내는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고리타분하지만 논쟁적인 단어잖아요. 그 단어를 통해 한국의 가족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어요. 영화 제목을 직역하니 와닿는 것이 없어서 영어 제목을 바꿔야 하기도 했습니다('계절이 흐르는 집'). 그리고 집이 주인공이다 보니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도 남아있는 집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어요.


감독으로서 영화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시나요?

만들어보니 시장에서 제 영화를 독립영화로 구분하지만 저는 대중 영화라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거든요. 물론 양산형 영화를 만들고 있지는 않고 개성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대중과 유리된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영화는 큰 자본이 투입돼야 제작할 수 있는 것이기에 말이죠. 저는 영화를 관람할 때 아무런 정보 없이 보거든요. 이상하게도 저를 설득시키는 장면이 두, 세 장면만 있더라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만듦새가 뛰어나고 현란하더라도 제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한 거 같아요. 무엇보다도 어떻게 대중들을 설득해 나갈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을 해요.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은 배우나 감독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너무 많아서 어떤 분을 꼽아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지금 막 생각나는 배우로는 배우 이병헌, 김윤석, 염정아 이렇게 생각나는 것 같아요. 선배님들과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까 제가 영화를 하고 싶다고 느꼈던 배우 양조위, 알파치노나 다니엘 데이 루이스까지 사실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배우 욕심이 많은 연출자거든요. 인간관계를 탐구하는 영화를 만들다 보니 배우 역량에 좌지우지되거나 많은 영향을 느끼고 쾌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거든요. 남들보다 배우 욕심이 많은 것도 같습니다.


배우를 캐스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애초에 제가 캐스팅을 할 때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요소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연기력은 기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첫 번째는 배우의 숨길 수 없는 매력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작품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다 보니 한 명에 의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좌지우지되는 것이 영화 현장이기 때문이죠.


한국 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부분은 애초에 선배 감독님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요즘에 한국 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인정을 잘 받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것 같아요. 오히려 되게 정당한 평가를 못 받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장르 중 하나로 한국 영화를 가져가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생각을 해요. 언어의 측면도 한국 영화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부분으로 생각되고요. 저희가 유럽 영화를 보면 그곳의 언어나 문화를 모르다 보니 이해하기 어렵잖아요. 그렇지만 또 이러한 부분을 뛰어넘는 영화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아요.


2024년에 남은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영화 <장손>이 해외 영화제에 다녀온 후에 9월 한국에서 개봉합니다. 차기작으로는 OTT 드라마를 쓰고 있는데 영화 <장손>과는 완전히 다른 판타지물이 될 것 같습니다.


영화 <장손>의 오정민 감독을 만나 뜻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영화란 나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것을 보는 관객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참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한국의 '장손'을 주제로 한 이 영화가 호주 관객들을 만나면 어떤 반응을 얻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겠다.




사진출처

- 시드니영화제, 인디스토리, 영화사 대명 제공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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