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현지 네트워크 확대하며 한류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이스탄불 세종학당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7.04

[문화정책/이슈] 현지 네트워크 확대하며 한류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이스탄불 세종학당


지난 6월 3일 이스탄불 에르켁 고등학교에서 한류 문화 체험 행사가 열렸다. 상기 고등학교가 주관한 문화 축제 마당에 이스탄불 세종학당이 초청돼 400여 명의 현지 재학생과 교직원들은 한글과 한식, 케이팝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문화 축제의 첫 장은 이스탄불 세종학당 졸업생들의 케이팝 공연으로 시작됐다. 한국어 수업과는 별도로 케이팝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평소 꾸준하게 안무 연습을 해왔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르세라핌의 <ANTIFRAGILE>을 선보였다.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학교 축제에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을 선보이자 현지 고등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르세라핌의 곡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하고 안무를 흉내 내보기도 하면서 함께 흥을 돋았다.


튀르키예 특히 젊은 세대에서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은 해외 음악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나 인기를 넘어 아티스트가 입은 의상부터 안무까지 한류 팬들에게 새로운 세계관을 던지며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종교와 사회 및 문화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선을 분명히 하고 있는 튀르키예인들에게 케이팝은 남성 아티스트들도 화장을 하고 의상을 통해 중성의 이미지를 보인다면서 한때 현지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 이제 케이팝에 대한 논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튀르키예인들 스스로 종교와 인종, 성별, 문화를 넘어 세계인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케이팝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케이팝에 대해 잘못 가져온 고정 관념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나둘씩 탈피해 가고 있다.


< 르세라핌의 'ANTIFRAGILE'을 선보인 이스탄불 세종학당 학생들 - 출처: 이스탄불 세종학당 제공 >


이번 행사에서 통신원이 유심히 살펴본 것도 세종학당 학생들이 준비한 의상과 공연 장소에 관한 것이었다. 르세라핌의 커버댄스 무대를 열광적으로 선보인 세종학당 학생들은 아티스트가 전하는 매혹적인 음색에 맞춰 세련된 의상을 준비했다. 본 무대를 위해 세종학당 학생들을 초청한 고등학교 관계자 및 학생도 케이팝이 전하는 메시지와 이미지에 매료돼 그날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본 행사가 열린 이스탄불 에르켁 고등학교는 1923년 현재 튀르키예 공화국이 건국되기도 훨씬 전인 1884년 개교해 지금까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끼쳐온 주요 인사를 배출한 튀르키예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로 평가받고 있는 학문 기관이다. 처음 시작은 남자 고등학교로 출발했지만 후에 남녀 공학으로 전환됐다.


14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이 같은 장소에서 세종학당 학생들이 최신의 글로벌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의 매력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 것이다. 문화 축제의 장에서 온몸으로 즐거움을 만끽한 케이팝 공연이 끝나자 바로 이어 서예 전문가의 지도 아래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직접 써 보는 캘리그래피 체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학생들은 처음 들어봤을 붓이었지만 서예 전문가가 가르쳐 주는 대로 한글로 된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제법 열심히 따라서 적었다. 통신원은 튀르키예에서 수십 년을 거주해 오면서 아직도 종종 현지인들에게 받게 되는 당혹스러운 질문이 있다. 바로 한국의 언어와 글은 무엇인지와, 통신원의 이름에 대한 질문이다. 한국인은 한국어를 사용하며 한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튀르키예에서는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1923년 튀르키예 국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지금의 튀르키예 공화국을 건국하기 전까지는 오스만 터키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현대 터키어와 연결되는 언어의 기초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어휘나 문법 면에서는 현대 터키어와 크게 차이 날 만큼 아랍어와 페르시아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터키어 고유의 말이 거의 나오지 않는 문장이 있어 현대 터키어와는 큰 단절을 보인다. 튀르키예 공화국 건립 이전에는 문자도 아랍 문자를 사용했다. 14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 동남부와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대부분을 통치하던 거대 오스만 제국이었지만 그 영역이 너무도 방대했던 탓에 언어와 글자까지는 하나로 다스려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 같은 튀르키예인들의 과거 역사를 이해하고 나면 우리에게 우리네 언어가 있고 글이 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는 부러움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 떡볶이 시식 및 캘리그래피로 자신의 한글 이름 써보기 - 출처: 이스탄불 세종학당 제공 >


이스탄불 에르켁 고등학교 문화 축제의 백미는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시식하는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학생 및 교직원은 처음 맛보는 떡볶이를 시식하며 매우 맛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10대부터 노인층까지 K-드라마를 좋아하는 튀르키예인들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떡볶이와 같은 한식 정도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자신이 재료를 직접 주문을 해 만들어 먹어 보기도 한다. 튀르키예인들의 음식에는 쫀득쫀득한 떡과 비슷한 음식이 없기에 처음엔 낯설어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나중엔 자신이 직접 반죽을 해서 떡볶이 떡을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고추장까지도 만들어 먹을 정도로 떡볶이를 좋아한다. 통신원은 이스탄불 세종학당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준비한 이번 행사가 튀르키예 내 한류 확산에 있어 매우 큰 시너지 역할을 해 주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세종학당은 해외에서 한국어 및 한국문화를 교육하는 기관으로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이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여러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온라인으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종학당재단 홈페이지 구성을 보면 공지사항 바로 아래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초급과 중급으로 나눠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무료 진단 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온라인 환경에서도 한국어 과정이나 한국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신청을 통해 온라인 강좌도 제공하고 있다. 재단의 한국어 교육은 학습자들에게 다양한 한류 문화 콘텐츠 체험을 제공해 한국문화를 몸으로 익혀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이스탄불 세종학당이 현지 고등학교로부터 초청받아 선보인 이번 행사와 같이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확산해 나가는 일에 지금보다 더 많은 현지 교육 및 문화 기관, 한류 팬클럽 등 네트워크가 확대돼 튀르키예 내 한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사진출처: 이스탄불 세종학당 제공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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