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캐나다에서 시도되는 한국 음식 프로젝트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6.13

[언론분석] 캐나다에서 시도되는 한국 음식 프로젝트들


'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는 캐나다는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캐나다에 거주하는 이들은 다른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열린 마음으로 이를 즐긴다. 이는 낯선 땅에 정착하는 이민자들에게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캐나다 땅에 건강하게 정착할 수 있게 하는 큰 자원이 된다. 최근 캐나다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면서 공공 및 민간단체의 한국 음식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한국 음식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를 넘어 두텁고 풍성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밴쿠버 종합병원(Vancouver General Hospital)은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가미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유명 셰프이자 방송인인 네드 벨(Ned Bell)과 협력해 20개 종류 이상의 새로운 메뉴를 제공하면서 천편일률적이고 맛없기로 알려진 병원 음식에 다양한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다양한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고 시도함으로써 지역 전반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밴쿠버 종합병원은 한국 고추장을 기반으로 조리한 음식을 제공하기도 하면서 병원의 장기 입원환자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밴쿠버 종합병원 음식에 시도된 한국 고추장 - 출처: 'CBC Radio' >


또한 지난 5월 둘째 주, 어머니날(Mother’s Day)을 기념해 캐나다 공영 방송국 CBC가 유명 세프들이 엄마, 할머니, 이모로부터 영감받은 18개 레시피를 공유했다. 공유된 레시피에는 인도의 망고 라씨(Mango lassi), 스페인의 엠빠시스(Empanadas), 러시아의 미니 블리니(Mini Blinis), 에티오피아의 미저 왓(Misir Wot)을 비롯해 한국의 김치 샌드위치까지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한 전통 레시피를 소개했다. 그중 한국을 대표해 소개된 김치 샌드위치는 셰프인 에릭 킴(Eric Kim)이 그의 요리책 『Korean American: Food That Tastes Like Home』에서 소개한 것으로 어린 시절 가족 소풍 때 에릭의 사촌 세미의 엄마가 항상 준비해 왔던 것이었다. "마요네즈를 바른 흰 빵 두 조각 사이에 잘게 썰고 물기를 뺀 김치, 설탕, 참기름을 섞어 넣은 샌드위치로 간단하지만 최고의 샌드위치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 어머니날을 기념해 공유된 18개 레시피 중 하나인 김치 샌드위치 - 출처: 'CBC' >


음식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70년 동안 토론토의 역사 및 유산과 관련된 공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독립 자선 기관인 토론토 해리티지(Toronto Heritage)가 시도한 '치유를 위한 노스욕 요리법(North York Recipes for Healing)'이다. 이는 토론토 노스욕에 거주하는 동아시아 커뮤니티(한국, 중국, 일본) 구성원들의 구술 자료를 토대로 음식이 어떻게 그들의 정체성과 문화유산을 연결시키는지 알아보는 프로젝트다. 이민 1세와 2, 3세가 연결될 뿐만 아니라 노스욕에 거주하는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성찰을 제공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 '치유를 위한 노스욕 요리법(North York Recipes for Healing)' - 출처: 토론토 해리티지(HERITAGE TORONTO) 홈페이지 >


노스욕 지도에 표시된 15개의 인터뷰 중 한인 인터뷰는 총 4개로 음식과 노스욕이라는 공간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인터뷰는 한식 바비큐 전문점과 퓨전 및 일본 바를 직접 경영할 뿐만 아니라 한식당 협의체(Korean Canadian businessassociation of Ontario; KCBA)를 이끌고 있는 채현주 씨에 대한 이야기다. 3개의 식당을 경영하게 된 배경과 직접 개발한 퓨전 요리인 치즈 우동이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자 토론토 최고의 치즈 요리에 선정됐던 이야기,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등을 들려주었다. 또한 노스욕 거리에서 식품을 구입하는 곳과 좋아하는 레스토랑, 한국 식품점에서 장을 보고 집에서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 것이 주는 의미를 전했다. 특히 그녀는 한국 요리인 잡채와 참기름 등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인터뷰는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김현수 씨에 대한 것이다. 떡과 같은 한국의 전통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젊은 세대의 입맛과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 빙수와 떡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음식을 알리고자 하는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노스욕에서 자신이 성장할 당시만 해도 한국 음식이 지금처럼 유행하지 않았다는 벤 송은 정육점을 하던 아버지가 해 주시던 갈비를 소개하며 아들, 딸이 한국문화와 음식을 잘 알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2의 한인타운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노스욕은 한인을 비롯해 중국인, 일본인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토론토 중심거리다. 그곳에서 15명의 사람들과 직접 인터뷰를 하며 작성한 '레시피 스토리들(Recipe Stories)'에는 그들 삶의 여정, 그리고 음식과 이웃이 있었다. 낯선 땅에서 온 이주민들을 이방인으로 대하지 않고 캐나다 토론토 역사와 변혁의 일부로 받아들여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삶과 정체성 그리고 뿌리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토론토 해리티지 홈페이지에 각 이미지와 함께 음성파일, 그리고 대본으로 저장돼 있다.


캐나다에서 한국 음식은 단순히 라면과 김밥, 비빔밥과 갈비와 같은 특정 메뉴로만 인식되기보다는 캐나다에 이주한 한인들의 삶을 따라 흘러온 한국 문화유산의 일부다. 세대를 이어 전달될 뿐만 아니라 다른 이웃들과 연결돼 치유할 수 있는 힘의 원천으로 여기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문화는 캐나다에서 더욱 풍성하게 경험되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CBC Radio》 (2024. 5. 17). Hospital food has a bad reputation. A chef reimagined it — with a focus on healing, https://www.cbc.ca/radio/thecurrent/vancouver-hospital-food-chef-1.7207779


- 《CBC》 (2024. 5. 10). Chefs and food creators share recipes inspired by their moms and other influential women in their lives, https://www.cbc.ca/life/food/chefs-and-food-creators-share-recipes-inspired-by-their-moms-and-other-influential-women-in-their-lives-1.7199061


- 토론토 해리티지(HERITAGE TORONTO) 홈페이지, https://storymaps.arcgis.com/stories/150d9008afce46c0b1dd6ce5baf307c1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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