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의 가치 제대로 알기, 스페인에서 부는 한국 바람
구분
문화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2.22

설이 지나고 스페인은 성큼 봄이 됐다. 벌써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길가에 보인다. 본래 스페인은 2월까지 쌀쌀한 겨울 날씨가 지속되는데 이번 해는 예년과 다르게 이상 기온으로 벌써 봄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자치주에서 야외 마스크 미착용이 본격화되며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모습도 꽤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및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 국민들은 되려 자율적으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자는 분위기다.


[벌써 봄기운이 가득한 스페인, 세비야]

[벌써 봄기운이 가득한 스페인, 세비야]


비교적 따뜻한 설을 맞이한 스페인 한인들, 한글학교들은 작게나마 설을 기리는 수업과 행사를 진행했다. 바르셀로나 한글학교 역시 설날을 맞아 전통 놀이 체험 학습을 했는데 바르셀로나 한글학교의 경우 설마다 매년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날을 맞아 학생들의 한국 문화 이해 향상과 한글학교에서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자 음식, 의상, 세배, 전통 놀이에 관해 공부할 수 있고 또 직접 옛 전통놀이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한다. 수업은 먼저, 설날에 관한 영상 수업으로 설날에 대해 배운 후, 전통놀이 관련한 단어 학습, 각종 설날 관련 놀이 등을 소개하고, 설날의 꽃! 세배하는 법도 배운다. 윷놀이, 제기차기 외에 투호 놀이, 공기놀이, 비석 치기, 딱지치기 등 다양한 전통 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더불어 현지인 학생들도 한글학교에 마련된 한복도 입어볼 수 있어 직접 설날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세뱃돈을 간직할 복주머니 만들기 수업도 반응이 좋다. 이런 전통 놀이 체험 학습은 한국인 학생(유, 초등반)들뿐만 아니라 스페인 학생(한국어반) 학생들 모두에게 실시함으로써 한국 전통놀이 체험을 통해 더욱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고 즐겁게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나고 자라는 차세대 동포 학생들에게 잊고 지나가기 쉬운 주요 명절을 기념하여 우리의 얼을 잊지 않기 위해 힘쓰고자 하는 한글 학교 운영진들의 마음이다.


[설날 전통 놀이 체험 학습 풍경, 사진 : 바르셀로나 한글학교]

[설날 전통 놀이 체험 학습 풍경, 사진 : 바르셀로나 한글학교]

[설날 전통 놀이 체험 학습 풍경, 사진 : 바르셀로나 한글학교]


설 연휴와 맞물려 스페인의 남부 말라가 대학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스페인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주스페인 한국문화원과 주재국 외교부 산하 공기관 카사 아시아(Casa Asia)와 말라가 대학이 주최, 주관하는 한국인 작가 10인의 작품전, '와이 낫 코리아(Why not Korea?)'가 마련됐다. 스페인 내 한국학 진흥에 큰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는 말라가대학교에서 진행되는 해당 전시는 1월 27일에 시작됐고 오는 3월 중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개막식에는 주스페인 박상훈 대사 및 프란시스코 델 라 토레(Francisco de la Torre) 말라가 시장, 호세 앙헬 나르바에스(José Ángel Narváez) 말라가대학 총장, 하비에르 파론도(Javier Parrondo) 아시아교류재단 원장 등 70여 명이 참석해 이번 전시회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주스페인 박상훈 대사는 축사를 통해 이번 행사가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스페인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유익한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인 작가 10인의 작품전, '와이 낫 코리아(Why not Korea?)', 사진: 주스페인 대한민국대사관]

[한국인 작가 10인의 작품전, '와이 낫 코리아(Why not Korea?)', 사진: 주스페인 대한민국대사관]


해당 전시 관련 말라가 대학 문화원 홈페이지에 한국의 역사 및 문화에 대해 상세하게 이번 전시를 열게 된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말라가 대학은 2011년 스페인 내 최초로 한국학과를 개설, 현재 200여 명의 학생이 한국 문학, 역사, 문화, 종교, 한국어 등을 공부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 자료실(Window on Korea)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전시 배경에는 한국이 한국 전쟁, 분단 등 역사적 상황을 거치면서 일본 그리고 중국에 가려진 국가였으나, 최근 한국의 시각예술, 문학, 영화, K-팝 등은 아시아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그 존재감이 급부상 중인 점을 강조하며 지난 20년간 경제 성장과 함께 문화산업 그리고 눈부신 기술 발전을 이룬 국가로 변모해 전 세계에 경이감을 주는 한국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 메네네 그라스 발라게르(Menene Gras Balaguer) 역시 "한국이 국가로서의 지리적 한계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제, 산업, 기술 발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시각예술의 급진적 발전은 현대 미술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0인의 작가는 한국 현대 미술을 이끄는 신세대이자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대표적인 작가들로, 한국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때 집중 조명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 모인 10인의 작가 조예재, 서도호, 임흥순, 종오, 이진우, 티모시 이현수, 임원주, 한성필, 구정아, 무진형제 등이다. 이들의 작업은 회화, 비디오, 사진, 설치 또는 조각의 해석을 통해 다섯 가지 형식으로 보여진다. 작품들은 스페인 공공 및 개인 컬렉션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 작가 10인의 작품전, 'Why not Korea?' 사진: 말라가 대학 문화원, SNS: https://www.facebook.com/cultura.uma/]

[한국인 작가 10인의 작품전, 'Why not Korea?' 사진: 말라가 대학 문화원, SNS: https://www.facebook.com/cultura.uma/]


이를 발판삼아 주스페인 박상훈 대사는 말라가대학교 한국학과 교수진을 초청하여 만찬 간담회를 하고, 스페인 내 한국학 연구 현황, 한국학과 운영 현황, 한국 대학과의 교류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박상훈 대사, 말라가대학교 한국학과 교수진 초청 간담회 개최, 사진: 주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

[박상훈 대사, 말라가대학교 한국학과 교수진 초청 간담회 개최, 사진: 주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


스페인 내 주요 대학에는 한국어 과정이 아닌 한국어학과가 있다. 한국어학과는 한국에 대해 다양한 분야(역사, 경제, 사회, 정치, 문화, 언어, 지리 등)를 두루 다루어 한국에 관해 공부하는 것인데 현재 스페인 내에는 말라가 대학, 살라망카 대학, 바르셀로나 자치대,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 마드리드 자치대에 있다. 일본학, 중국학보다는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은 학문이지만 세계 속의 한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학문이다. 2015년에 첫 한국학 학생들, 즉 1세대들이 졸업하였는데 현재 수학 중인 한국학과 학생들은 한국 지원(장학금, 졸업 이후 인턴 등 직업 기회)이 거의 없어 많은 동료가 한국학과를 지원하고 싶어도 다른 일본, 중국 쪽을 선택하거나 중도에 전공을 변경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하면서 한국학을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함을 요구했다. 아직 한국인에게도 익숙지 않은 이 학문은 미래에 글로벌화 시대에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학문이다. 한국을 제대로 아는 외국인 전문가뿐만 아니라 언어 문화적으로 더 직접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차세대 재외 동포들에게는 또 다른 미래를 그려볼 기회가 될 수 있기에 앞으로 국가적 지원과 관심이 더 필요한 학문이 아닐까 싶다.


[살랑망카 대학교, 사진: 살라망카 대학교 SNS]

[살랑망카 대학교, 사진: 살라망카 대학교 SNS]


장혜진
[스페인/세비야] 장혜진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4, 5, 6기
현) 프리랜서 기자 및 작가, 한국어 강사
경력) EBS 교육 프로그램 및 다큐멘터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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