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캐나다 총리 공식 홈페이지와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 개인 SNS에는 “한국 설날을 축하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aehae bok mani badeusaeyo”라는 문구가 한글과 영어로 게시되었다. 트뤼도 총리는 “다가오는 설날, 캐나다 및 전 세계 한인 커뮤니티는 설날을 기념하며, 맛있는 식사를 나누고, 조상들에게 경의를 표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계 캐나다인들이 의료 종사자로 교사로, 사업주로서 캐나다에 끼친 많은 공헌을 인정합니다. 모든 캐나다인들을 대표하여 호랑이의 해,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며 성공을 축하하길 기원합니다.“라고 저한국 커뮤니티에도 신년 축하 메세지를 보내왔다. 이는 음력 설을 기념하는 아시아 커뮤니티, 즉 한국, 중국, 베트남 커뮤니티에 매년 보내는 축하 공식 성명서이다.
<2022년 음력설 맞이 한국 커뮤니티에 축하 인사를 건넨 저스틴 튀르도 캐나다 총리 - 출처 : 트위터 @JustinTrudeau>
캐나다의 매체들도 일제히 음력 새해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캐나다 주요 언론인 토론토 스타(Toronto Star), 《CBC》 등은 오타와, 할리팩스, 토론토 등 도시별로 음력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을 인터뷰하며, 이민자이지만, 여전히 전통 명절을 지키는 의미를 되돌아보았다. 《토론토 스타》는 할리팩스에서 한국식 만두집, ‘가마(Gama)’를 경영하고 있는 이응섭 씨를 만나, 한국이 설날을 기념하는 방법에 대해서 물었다. 이응섭 씨는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설날에 부모님을 뵙기 위해 고향으로 가서, 함께 제사를 지내고 연장자에게 새배를 하는 풍습이 있다“고 설명하며, 설날에 주요 음식인 떡국과 잡채에 관한 문화적 설명을 곁들였다.
2020년 사업을 시작한 이 씨는 설날이 되면 식당이 위치한 할리팩스 양조장 마켓(Halifax Brewery Marke)에서 고객들, 동료 상인들과 나누기 위해 한국 전통 음식을 준비해왔다. 올 해에는 삼색전을 만들어 함께 설날을 축하하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가족들 모두 모여 잔치 준비를 하던 일,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주고 받는 일 등을 떠올리며 한국에서의 설날이 그립지만, 국경을 넘어 캐나다에서도 한국 음식을 함께 나누며 한국 전통과 뿌리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했다.
<할리팩스에서 한국 만두집을 경영하고 있는 가마의 이응섭 씨 - 출처 : Toronto star/Saltwire/Credit: Nebal Snan>
《CBC》 역시 오타와에서 한국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가족을 찾았다. 작년에 캐나다로 이주한 이선근 씨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한복을 입고 새해를 맞이했다. 한복을 입은 어린 세 자녀와 한국 전통 놀이인 윷놀이를 하며 게임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하였다. 어린 시절, 이선근 씨가 가장 기다리던 명절이었던 설날의 전통을 어린 자녀들에게도 계속 이어가게 하고 싶다고 하며, 세배하는 방식, 덕담을 주고 받는 법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그 외에도 여러 캐나다 언론들은 한국에서의 설날이 기념되는 방식, 캐나다 이민자들이 설날을 축하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 다루었다. 그 중 음식에 관한 보도들이 많았는데, 떡국에 들어 있는 떡 모양이 동그란 동전 모양인 것은 새해에 돈을 많이 벌라고 하는 덕담이 들어 있다는 것, 떡국을 한 그릇 먹을 때 마다 나이가 먹어서 세그릇을 먹었던 일화 등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2022년 설날을 맞이하여 자녀들과 한복을 입고 윷놀이를 하는 모습 - 출처 : Olivier Hyland/CBC>
하지만 음력 새해의 여러 행사와 축하에 대한 캐나다 주요 미디어 기사에 ‘설날’이 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6년에 처음으로 언론에 소개된 설날은 ‘중국 새해’라는 명칭으로, 중국계들의 풍경을 다루었다. 한국인의 설 명절 풍습은 2018년이 조명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오랜 시간동안 캐나다 내에서 설날이 ‘음력 새해(Lunar New Year)’가 아닌 ‘중국 새해(Chinese New Year)라고 불려왔던 것과 연관이 있다.
캐나다에서 중국인들은 저항과 아픔을 거치면서 다져 온 오랜 이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캐나다 땅에서 음력 새해를 지키며 축하해온 중국인들이 먼저 있었기에 캐나다인들은 음력 새해를 중국인들의 명절로 알고 있었다. 다문화를 표방하고 있는 캐나다 정치계에서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리를 역임한 스테판 하퍼(Stephen Harper) 총리 시절에도 한국 커뮤니티를 향한 새해 인사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캐나다인들의 대중적인 인식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는 캐나다 미디어에서 한국 설날에 대한 보도는 2018년을 처음으로 2020년이 되어서야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캐나다 내에서 아시아인들을 모두 중국인이라 통칭하던 것에서 점차 중국인, 한국인과 다른 민족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캐나다 내 한국 커뮤니티 혹은 국제 관계 속에서의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확고해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함께 반영한다.
<캐나다 공립 학교에서 설날과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출처 : @캐나다 곽쌤 TV 유튜브 채널>
최근에는 캐나다 내 한인들의 작은 일상의 노력들도 돋보이기 시작했다. 한인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한국 설날을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학급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복과 복주머니 만들기, 한국 전통 과자인 유과 먹어보기, 교내 한복 입기 체험 등 여러 행사를 캐나다한글학교와 연계하여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회사 내 이메일, 식품점 내 문구 등에서 ’Happy Chinese New Year‘이라는 문구에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음력 새해를 축하하는 다른 민족들에 대해서 직접 설명하면서, ’중국 설‘이라는 명칭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캐나다 내 한인 커뮤니티는 이러한 노력에 대해 서로 응원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토론토 내 한국식 케이크 전문점이 “한국 설날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SNS에 게시하자, 중국인들이 해당 가게 구글 평점을 1점대로 낮추고 테러를 하고, “한국 설날이 아니라 중국 새해”라고 남기는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사건이 한국 커뮤니티에 알려지자 한국인들은 다시 해당 카페의 구글 평점에 글을 남기는 등, 음력 새해라는 단어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헀다
<설날의 명칭을 두고, 설전이 오고 간 업체 구글 리뷰 - 출처 : @ Jellybean cake 구글 리뷰>
일련의 이슈들은 중국이 독점하던 캐나다 내 아시안에 대한 인식에 균열이 가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문화에 대해 현지 대중들도 새롭게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여전히 캐나다에는 ‘Happy Chinese New Year’라 부르는 이들이 있지만, 점차 중국 새해라는 명칭은 음력 새해로 바뀌며 받아들여지고 있다. 캐나다 내의 명절에 대한 명칭의 변화가 시사하는 것처럼, 앞으로 한국인들과 한국 문화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궁금해진다.
※ 참고자료
https://pm.gc.ca/en/news/statements/2022/02/01/statement-prime-minister-korean-new-year
https://www.cbc.ca/news/canada/ottawa/lunar-new-year-pandemic-four-cultures-1.6328341
www.thestar.com/news/canada/2022/02/01/for-two-nova-scotians-lunar-new-year-is-a-chance-to-reconnect-with-roots-and-share-delicious-food.html
https://www.cbc.ca/news/world/chinese-lunar-new-year-2016-1.3439046
https://www.cbc.ca/news/canada/british-columbia/lunar-new-year-vietnamese-and-korean-chefs-recreate-feasts-1.4536131
https://www.canada.ca/en/news/archive/2007/02/prime-minister-stephen-harper-issues-greeting-mark-korean-new-yea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