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독특한 콘텐츠 콜렉션으로 대형서점 가운데 살아남은 독립서점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2.14

영화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에서 맥 라이언이 운영하던 소규모 아동 도서 전문 서점, ‘더 숍 어라운드 더 코너(The Shop Around the Corner)’를 기억하는지. 미국 내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추고 있는 반즈앤노블즈(Barnes & Nobles), 보더즈(Borders)와 같은 대형 서점들로 인해 소규모 동네 서점들은 거반 다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이처럼 거대 자본이 서점계를 평정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콩알만한 쉬발리에 서점(Chevalier's Books)이 오늘날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과 같은 일이다. 쉬발리에 서점이 위치한 곳은 LA 한인타운에서도 가까운 라치몬트 빌리지(Larchmont Village) 내, 좀 더 넓게는 고급 주택가인 행콕팍(Hancock Park) 인근이다. 쉬발리에 서점이 문을 닫지 않고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는 데는 행콕팍 주민들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한 주인의 감각과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가깝다는 것이 큰 이유가 된다. 

 

최근 라치몬트 빌리지는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그래서 쉬발리에 서점도 본래 있던 위치에서 이사해 길 건너 조금 작은 매장으로 옮겼다. 조 쉬발리에(Joe Chevalier)라는 인물이 자신의 성을 딴 쉬발리에 서점의 문을 연 것은 1940년도. 올해로 벌써 82년째를 맞는 쉬발리에는 이 동네뿐만 아니라 LA 시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라는 훈장을 갖고 있다. 어릴 때 이곳에 와서 동화를 듣던 이 동네 어린이들이 이제 어른이 돼, 그들의 자녀들과 함께 찾곤 하는 쉬발리에 서점은 비록 작기는 하지만 깊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라치몬트 빌리지의 보석 같은 장소이다.

 

이 서점은 어린이 서적, 요리책, 여행책, 영성책, 소설 등을 주로 갖추고 있다. 7세 아동을 위한 공룡 책으로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의 힘(Power of Now)>에 이르기까지, 이곳의 콜렉션을 둘러보다 보면 그 콘텐츠가 전해줄 세계와 우주의 신비를 만날 수 있다. 전세계 서점가와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명상과 현존에 대한 책들이 새롭게 서가를 채우고 있다. 푸미오 사사키(Fumio Sasaki)의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물건들과의 결별(Goodbye, Things)>, 마틴 셀리먼(Martin E. P. Seligman Ph.D.)의 <습득된 낙천주의(Learned Optimism)> 같은 책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경험된다.

 

팬데믹 이전, 쉬발리에 서점에서는 매 주말 오전, 북 리딩 이벤트가 열리곤 했었다. 소꿉장난처럼 작은 의자들이 기다리는 어린이 서적 코너에서 아이들은 다소곳이 앉아 이야기 할머니가 얘기 보따리를 풀어주길 기다렸다. 돋보기를 코끝에 걸친 이야기 할머니는 표정도 다양하게 옛날 얘기를 읽어주곤 했었다. 아직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 서점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한 오프라인 행사와 온라인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오후 6시부터 한 시간 동안은 그리스 계 미국인 여성 알렉시 파파스(Alexi Pappas)의 <브레이비(BRAVEY)>라는 책을 소개하는 온라인 행사가 있었다. 알렉시 파파스는 올림픽 달리기 선수이자 배우, 영화제작자이기도 하다. <브레이비>는 알렉시 파파스의 자서전으로 고통으로 인해 성장한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날 행사는 또 다른 저자이자 엔터테이너인 타라 슈스터(Tara Schuster)가 이끌었다. 

 

2월 9일에는 시인이자 작가인 린 톰슨(Lynne Thompson) 외 3명이 함께 하는 시낭송의 밤(Poetry Night) 행사가 마련될 예정이다. 린 톰슨은 2021년 LA 시로부터 시인 상을 수상했고, <용서를 빌지 말아라(Beg No Pardon)>는 책으로 페루지아 프레스 북 프라이즈(Perugia Press Book Prize)>를 수상한 시인이다. 동네의 작은 서점이지만 쉬발리에 서점의 이벤트에는 이처럼 보통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유명인사들이 대거 초대되고 있다. 

 

거의 모든 상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동했지만 아직 LA 한인타운에도 몇 개의 한인 서점들이 문을 열고 있다. 알라딘 서점, 알라딘 중고서점, 해피북스, 세종문고 등이 그것이다. 오프라인 서점과 책에는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이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정보 덩어리인 우리들이 책장을 만지고 넘기며 정신적 풍요로움에 흠뻑 빠져드는 것은 노스탤지아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형서점 자본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히 존재를 지켜가는 작은 서점들은 LA와 미국의 다양한 문화를 가능케 하는 구심점이다.


<라치몬트 빌리지의 독립서점 쉬발리에 북스>

<라치몬트 빌리지의 독립서점 쉬발리에 북스>


<요리, 여행, 영성, 소설, 시집 등을 고루 갖추고 있는 쉬발리에 서점>

<요리, 여행, 영성, 소설, 시집 등을 고루 갖추고 있는 쉬발리에 서점>


<팬데믹 이전에 이야기 할머니가 이끄는 북 리딩 이벤트가 열리던 어린이 코너>

<팬데믹 이전에 이야기 할머니가 이끄는 북 리딩 이벤트가 열리던 어린이 코너>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난감들도 함께 판매되고 있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난감들도 함께 판매되고 있다.>


<전세계 서점가의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쉬발리에 서점에도 영성 책들이 인기이다.>

<전세계 서점가의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쉬발리에 서점에도 영성 책들이 인기이다.>


<커버가 화사한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들>

<커버가 화사한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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