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타이중 한글학교 이숙현 선생님과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2.15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한국어 교사를 꿈꾸는 젊은이들 또한 증가하고 있다특히 현지 교민 커뮤니티에는 한국어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내용이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하루가 걸러 올라오고 있다대만 현지에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타이중 한글학교의 이숙현 교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지의 한글·한국어 교육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타이중 한글학교의 교사 이숙현 씨 - 출처 : 통신원 촬영>

<타이중 한글학교의 교사 이숙현 씨 - 출처 : 통신원 촬영>


안녕하세요 이숙현 선생님, 먼저 어떤 계기로 한국어 선생님이 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원래 한국에서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대만에 온 후타이중 지역의 한국어 학교가 공석이 되며우연한 기회로 한글학교의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 9월에 첫 수업을 시작해지금까지 한글학교에서 수업을 해오고 있네요.

 

대만의 지역마다, 한글학교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구성이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다문화 가정의 증가에 따라 대만인 국적자의 한글학교 수강 비중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 특징인 것 같고요. 타이중 한글학교의 상황은 어떠한가요?

타이중 지역은 대만 내에서 한글학교가 설치된 다른 지역보다 주재원의 숫자가 적습니다그러다 보니 학생의 비중 중 주재원 자녀보다는 다문화 가정에서 온 학생의 비율이 조금 더 높습니다자연히 대만인 국적자가 수업을 수강하는 비율 또한 적지 않죠현재 한글학교는 중고등부 학생저학년 어린 아이들의 한국어 수업을 모두 진행하고 있습니다우리 학교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많다 보니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저학년 아이들의 비율이 높습니다그래서 이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한국과 중국에서 유치원 선생님으로 경력을 쌓아 오신 선생님들이 저학년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고등부 학생들의 경우 제가 담당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참고로 대만의 한글학교 중에서 중고등부가 존재하는 곳은 타이중 한글학교밖에 없답니다.

 

중고등부 학생들의 경우, 어떤 한글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신가요?

한글학교를 수강하는 중고등부 학생들 중에는 한국 대학으로의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있기에한국 교과서를 주로 사용해 공부하고 있습니다교과서에 나오는 문학 작품을 위주로 문학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더불어이 아이들이 한국에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논술 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신문 사설을 보고 요점을 정리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보다 원활한 한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문학 수업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한국 학생들과 유사한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한글학교 학생들도 대단하고요. 수업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현재는 대만에서 공부하고 있지만향후 한국 대학 진학을 계획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이 학생들에게 한국 학생들과 대화에 어려움이 없는 수준의 문학적 지식을 제공해주기 위해서 문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한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한국 학생들과 김소월과 한용운의 이야기를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겠죠해외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한국을 대표하는 문학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현재는 개화기 문학을 위주로 수업을 하되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문학문법토론작문신문사설역사 수업 등의 수업 또한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고등부 학생들은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과 더불어 타이트한 한국어 교육을 병행하여 수강하고 있는 것이네요. 학생들의 입장에서 조금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학생들의 반응은 혹시 어떠한가요?

맞아요한글학교의 수업은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주말을 포기하고 오는 것입니다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 또한 매번 주말을 포기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죠충분히 힘들 수 있는 과정입니다하지만 막상 오면 즐겁고 보람차게 공부하고 갑니다한국어를 잘 하기 위해선 학습자의 열의 또한 굉장히 중요한데지금 중고등부 학생들은 모두 한국어 공부에 의지를 가지고 잘 따라와 주고 있어요.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 중에서 특히 선호하는 수업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문학 수업이죠재미있으니까요가르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은아무래도 학생들 스스로가 사춘기여서 그런지, <동백꽃>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더라고요동년배의 이야기라 더욱 재미있게 문학을 즐기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해외에서의 한글학교는 교육 기관의 역할도 하지만, 꼭 한국 국적자가 아니더라도 한국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의 구심점 또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도 병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타이중 한글학교도,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역사 교육을 함께 진행하시면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계시는데요.

사실 이런 커뮤니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해외 한인으로서는 참 좋은 일이죠아이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는대만에서 자라온 아이가 부모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한국인 아빠와 대만인 엄마로 이루어진 가정대만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로 이루어진 가정그리고 한국인 부모로 이루어진 가정 모두 교육 방식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 입장에서는 나의 한국인 부모는 왜 이러지왜 이렇게 엄격하지?”하는 불만이나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이곳에서 다른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 또한 가져가기도 합니다.

 

한글학교에서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수업 또한 아이들의 훈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매주 시간을 내어 문학을 접하는 것 또한 참 좋은 일 같습니다.

조금은 그러한 영향도 있지요해외이다 보니 부모님을 제외한 어른의 존재가 부재한 아이들이 있는데 어른이자 선생님으로서잔소리가 아닌 조언을 해주는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입시를 앞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대학 입시에 성공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입시 교사가 아닌 한국어 교사이지만그래도 내가 이 아이들에게 해온 교육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요.


<타이중 한글학교의 학생들 - 출처 : 이숙현 씨 제공>

<타이중 한글학교의 학생들 - 출처 : 이숙현 씨 제공>


대만도 작년에는 코로나가 꽤나 심각했었는데요. 코로나로 인한 영향은 없으셨을까요?

코로나로 인해 16주 수업 중, 6주 수업을 쉬어야 해서 타이중 한글학교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었습니다무엇보다도 한글학교에서 진행하는 동요대회체육대회와 같은 행사들이 한글학교를 찾는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이런 행사를 모두 할 수 없게 되니 아쉬움이 컸었네요.

 

좋은 말씀 모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대만에서 한글과 국어 교육을 진행하신 선배로서 향후 대만에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자 하는 후배 교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떤 문학 작품을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고 대만에 오면 한국어 교육에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은지 말씀해주세요.

한국 서점에 가면,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 이런 책들이 있을 거예요중학생이 알아야 할 필독 문학 작품 위주로 공부해오시고 대만에 오신다면 한국어를 가르치실 때보다 풍부한 내용을 가르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소영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만/타이베이 통신원]
약력 : 전) EY(한영회계법인) Senior 현)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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