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피로사회』 저자 한병철 신간, 이탈리아어 번역본 출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2.18

한국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철학자 한병철은 개개인이 성과를 위해 스스로를 과도하게 착취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는, 고도의 기술이 발전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 속의 인간상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책 <피로사회>로 한국뿐 아니라 유럽,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철학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권력이란 무엇인가』가 번역 출간되면서 처음으로 이름이 알려졌고, 2012년 『피로사회』가 한국어로 출판되면서 한국에서만 한 달 사이에 1만 5,000권, 8개월 만에 4만 권이 팔리는 이례적 현상을 이끌어 냈다.


<한병철의 대표 저서 ‘피로사회’ - 출처 : 문학과지성사>

<한병철의 대표 저서 ‘피로사회’ - 출처 : 문학과지성사>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철학자로 불리며 2012년 『피로사회(La società della stanchezza)』, 2013년 『에로스의 종말(Eros in agonia)』, 2016년 『심리정치(Psicopolitica)』, 『2017년 타자의 추방(L'espulsione dell’Altro)』, 2019년 『아름다움의 구원(La salvezza del bello)』, 『2020년 폭력의 위상학(Topologia della violenza)』, 2021년 『고통 없는 사회(La società senza dolore)』 등 많은 책이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한병철의 새 책 『Le non cose(Non-things)』가 지난 2월 8일 이탈리아어로 출판되어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라 페뿌블리까(La Reppublica)』가 한병철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한병철을 인터뷰 한 스위스 출신의 논픽션 작가로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는 카를로 피자티(Carlo Pizzati)는 “한국 출신의 철학자 한병철의 새 책 『Le non cose』은 명료하고 심오한 문장으로 현대 사회의 환상을 조각조각 해체하고, 디지털 문물과 정보 접근으로 변형된 소유 형태를 명확하게 짚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한병철의 새 책 'Le non cose' - 출처: Einaudi>

<한병철의 새 책 'Le non cose' - 출처: Einaudi>


‘비(非)사물’, ‘물건이 아닌 것’이라는 뜻의 그의 책 『Le non cose』 이탈리아 판은 ‘우리는 어떻게 진짜 삶을 멈춰 버렸나(Come abbiamo smesso di vivere il reale)’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은 더 이상 하늘 아래 땅을 밟고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구글과 아이클라우드에서 점점 더 어렵고 불확실하게 유령처럼 살고 있는 현대인에 대한 고찰에서 출발한다. 한병철은 현실과의 ‘진짜’ 접촉을 잃은 사회에서 인간성을 찾기 위해 구체적이고 소박하고 손에 잡히는 것들로 시선을 돌려야 하며 디지털 세상이나 정보가 아니라 인간만이 인간 스스로를 삶으로 인도할 수 있다라는 결론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인터뷰 말미, 한병철은 “현대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질문에 한병철은 스마트폰이 성스럽고 신비하고 숭고함에 대한 인간 감각을 마비시키고 타인과의 관계를 실종시켰다”고 주장한다. 타인과의 긴밀한 유대 속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에너지가 더 이상 타인을 향해 흐르지 않고 자기 자신의 에고를 향해 되돌아가기 때문에 에너지의 쇠퇴가 일어나고 이 심령 에너지의 공허함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인이 겪는 인간관계의 부재가 인간 개인을 자기 자신만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세상과 얽힌 모든 것을 잃어 버리고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는 그의 설명은 최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언급한 3차원 가상세계, 즉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이탈리아 사회의 관심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10월, 메타버스 IT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1만 명의 직원을 유럽국가들에서 채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탈인본주의자(posthumanist)들은 증강 현실과 가상 현실이 결합하여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메타버스 속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사람들과 함께 클럽에서 춤을 추고 디지털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확장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한병철은 “살아있는 것은 스스로 데이터와 정보로 변환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항상 동일하게 유지되는 데이터 세상에는 서사가 없이 정보가 나열될 뿐, 진짜 삶은 없다”고 반박한다.

카를로 피자티는 정보 물신주의 세상에서 정보는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지 한병철에게 질문한다. 철학자 한병철에게 정보는 세상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보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에 반해 진실은 서사 속에 있다. 서사는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해 말한다. 정보는 세상을 재현할 뿐 진짜 세상은 아니며 재현된 세상은 단순하지만 우리 실제 삶은 훨씬 복잡하고, 그래서 아름답다.

한병철의 새 책 『Le non cose』에 대한 이탈리아 사회의 관심은 이탈리아 사회가 디지털 세상에 열광하고 더 나아가 선도하는 데 있어 인간성에 대한 질문과 새롭게 구축해야 할 철학에 대한 질문을 놓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 참고자료
《La Repubblic》 (21. 2. 4) <L’intervista. Il filosofo Byong-chul Han: 'I rischi di un'era in cui non si vive ma si digita”>, https://www.repubblica.it/cultura/2022/02/04/news/l_intervista_il_filosofo_byong-chul_han_i_rischi_di_un_era_in_cui_non_si_vive_ma_si_digita_-336470816/

《La stampa》 (21. 10. 19.) <«Metaverse» approda in Europa: Facebook cerca 10mila lavoratori qualificati per il suo nuovo progetto>, https://www.lastampa.it/economia/2021/10/19/news/metaverse_approda_in_europa_faceb

ook_cerca_10mila_lavoratori_qualificati_per_il_suo_nuovo_progetto-396325/

《Inexhibit》 (21. 8. 27.) <Il mondo degli oggetti contro la società dell’informazione nel nuovo libro di Byung-Chul Han>, https://www.inexhibit.com/it/marker/la-magia-degli-oggetti-contro-la-societa-dellinformazione-nel-nuovo-libro-di-byung-chul-han/



 백현주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전) 뮤지컬 <시카고>, <스팸어랏>, <키스미 케이트>, <겨울 나그네>, <19 그리고 80>, <하드락 카페> 등 출연 한영 합작 뮤지컬 작, 연출 현) 이탈리아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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