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36년 만에 문 닫는 이탈리아 예지 그로토프스키 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2.22

<36년 만에 문을 닫는 이탈리아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 - 출처 : 통신원 촬영>

<36년 만에 문을 닫는 이탈리아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 - 출처 : 통신원 촬영>


이탈리아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가 지난 1월 워크센터 활동 종료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현대 연극의 거장 예지 그로토프스키가 1986년 이탈리아 폰테데라 발리첼리에 워크센터를 세운 지 36년 만의 일이다연극에서 분장소도구조명장치 등을 없애고 배우 자신이 스스로와의 싸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공연 예술로 인간을 탐구하고자 했던 그로토프스키의 연극론은 전 세계 연극뿐 아니라 예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그의 저서이자 대표적인 예술론인 가난한 연극은 한국 연극계에도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86년 그로토프스키가 인정한 전수자 토마스 리처드가 워크센터의 공동 수장이 되고 그로토프스키 사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모인 공연예술가 10여 명을 이끌어 전 세계 연극제대학 등에서 연극 <리빙룸>, <언더그라운드>, <씬 프론테라스등을 공연하고 워크숍컨퍼런스 등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 왔다.


<2021년 워크센터 남미 투어 포스터 – 출처 : Workcenter>

<2021년 워크센터 남미 투어 포스터 – 출처 : Workcenter>


이번 워크센터 공식 종료는 사실 워크센터가 새로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다그동안 워크센터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국립극단(Fondazione Teatro della Toscana) 산하 기관으로 토스카나 국립극단의 감독을 받아왔다그러나 워크센터의 총 예술감독 토마스 리처드는 토스카나 국립극단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며 그동안 워크센터의 베이스 캠프였던 발리첼리 극장 시대를 마감하고 새 이름으로 극단을 재정비하고 새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발리첼리 극장에서 연습 중인 배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발리첼리 극장에서 연습 중인 배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워크센터의 총감독 토마스 리처드는 지난 131일 발표한 공지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적 위기가 토스카나 국립극단을 덮쳤고 지난 2년 동안 워크센터도 국립극단의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라는 말로 워크센터 공식 종료에 대한 글을 시작했다국립극단이 지난 36년간 워크센터의 발리첼리 극장을 유지 금액을 지원하지 못하게 되어 워크센터의 문을 닫게 되었지만 새롭게 태어날 워크센터 단체에 국립극단은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지속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했다토마스 리처드는 계속해서 그로토프스키로부터 자기 자신 그리고 다음 세대인 워크센터 단원들더 나아가 그 다음 세대에 이를 전통에 대한 연구와 각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부름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코로나19로 인한 국제적 위기 도래는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고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며 이로 인해 워크센터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워크센터는 그간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1983년 미국 록펠러 재단으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그로토프스키를 처음 만나 1986년 이탈리아 폰테데라로 건너와 그로토프스키가 워크센터를 세울 당시그의 메인 어시스트이자 배우로 활약했던 것이 한국 배우 장두이였다토마스 리처드는 그의 저서 『At Work with Grotowski on Physical Actions』에서 장두이의 미스터리 연극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의 몸과 목소리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장두이의 한국 노래한국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완전히 매료되었고 뭔가 알 수 없는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와 피사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 폰테데라그 작은 도시 속에서도 깊은 시골 마을 발리첼리에서 소규모 관객만을 특별히 초청해 작업을 공개하며 두문분출하던 워크센터가 해외 공연을 재개하며 전세계를 무대로 그 활동을 이어나가던 2010년 무렵한국국제공연예술제(SPAF) 초청으로 2015년 서울에서 <리빙룸>을 공연하고 배우들과 3일 단기 워크숍을 진행한다그 후 2017년부터 아르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는 해마다 한국 공연예술가들을 발리첼리에서 열리는 마스터 코스에 파견해 세계 각국에서 모이는 30여 명의 공연 예술가들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배우 백현주홍윤경김시연정유림연출가 김정한 등이 참여했고 2022년 워크센터가 아닌 새 이름으로 단장할 단체의 5월 마스터 코스 프로그램에 배우 명지선의 참여가 확정된 상태다아르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워크센터의 새 행보를 환영하며 앞으로 워크센터아니 이제 새로운 이름의 본 단체와 보다 깊은 협업 관계를 도모할 뜻을 밝혔다.



<2015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 '리빙룸' - 출처: 유투브 @SPAFinSeoul>


전통과 순수예술의 가치를 알고 이를 국가적 그리고 민간 차원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지원하고 발전시키는 이탈리아가 국제 연극 단체인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를 이탈리아 안에서 품어 내고 지원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앞으로 워크센터가 연극이 죽어가는 시대에 어떻게 시대의 부름에 답하고 더 나아가 새 시대에 예술과 사회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워크센터의 새 행보가 주목된다




백현주

  •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 약력 : 전) 뮤지컬 <시카고>, <스팸어랏>, <키스미 케이트>, <겨울 나그네>, <19 그리고 80>, <하드락 카페> 등 출연 한영 합작 뮤지컬 작, 연출 현) 이탈리아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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