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김승홍 교수 인터뷰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2.10

1. [스터디코리안] 독자들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엠게우) 한국학과에서 2020년 하반기부터 교수로 지내고 있는 김승홍입니다. 어느덧 한국학과 교수 2년 차인 저를 스스로 보면서 아직도 제가 모스크바에 있는 것이 늘 새롭고 꿈같다고 느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학사와 대학원 모두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제가 학부에 들어갈 때만 해도 한류라는 것이 세계를 강타하기 전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전공과를 결정할 때 '외국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한국어 교육이 가장 전망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고 착실히 준비했습니다.


▶ 학부 시절에 만난 외국 유학생들 가운데 현재 모스크바에 사는 친구들. 당시에는 풋풋한 대학생들이었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 각자 영역에서 전문가들이 되어 모스크바에서 재만남


결정적으로 러시아로 오게 된 계기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 '약속'에 대한 사연은 조금 깁니다. 외대 출신이다 보니 제 주위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친구들이 많았고 그중에서 특히 러시아 유학생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한번 기숙사에서 러시아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었는데, 그 친구는 외대 내 러시아어권 유학생들 사이의 소통을 위해 자발적으로 설립된 러시아어권 유학생회 회장이었습니다. 그 친구와 룸메이트가 된 후 모임에 초대받았습니다. 저는 외국인 유학생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초청에 응했습니다. 그 모임에 한국인은 저 혼자였는데 그 모임을 계기로 러시아권 유학생들과 많이 친해졌습니다. 그때부터 자주 만나 러시아어권 유학생 친구들에게 '넌 한국인이 아니라 러시아인 같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습니다. 물론 저는 러시아어를 전혀 할 줄 몰랐습니다. 그 친구들은 '많은 한국 학생이 러시아어를 못 하면 자신들과 교제를 꺼리는 경향이 많은데, 키미(Kimmy, 저의 영어 이름) 는 좀 다르다, 정말 고맙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러시아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한국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렇게 서로 가까워진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평생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때 러시아 유학생 친구들은 저에게 약속해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공부를 마치고 선생님이 되거나 교수가 되면 꼭 러시아에 와서 가르쳐 달라고, 러시아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 미래가 바뀔 것 같다고 과분하게 저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저는 약속 했습니다. 그때 그 러시아 친구들에게 구두로 했던 약속은 학업 기간 동안 러시아에 대한 소망과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제 약속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러시아에 갈 기회가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저에게 그런 기회와 환경이 주어졌습니다. 그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저는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학 한국학과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학사, 석사, 박사 과정 학생들과 함께 수업뿐만 아니라 밥도 함께 먹고 한국에 대한 많은 것을 공유하고 나누려고 노력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 엠게우 학생 식당에서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교제

▶ 엠게우 학생 식당에서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교제



2.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한국어학과 설립 배경과 주요 커리큘럼, 교육 방향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학과를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학과'입니다. 한국어학과가 아니라 한국학과라는 것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종교, 역사, 지역학, 북한 등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주제를 연구하고, 앞으로의 상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 자질을 갖춘 한국 관련 전문가들을 양성하려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가르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그렇기에 한국어만 잘해서는 안 되고, 주 전공을 정하여 심도 있게 공부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엠게우 설립 이념에 따라 학생들의 육체와 정신의 건강함을 필수로 보고 있기 때문에 체육과 철학은 필수적으로 공부하게 되어있습니다. 저도 학교 가르침의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학생들에게 항상 인생을 생각하도록 하는 질문을 던지며 교육하고 있습니다.

한국학과는 엠게우 '아시아 아프리카 단대(학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소련과 북한의 관계로 먼저 '조선학'으로 존재했는데, 1991년에 학교 내에 박 미하일 소장님께서 장기혁 회장의 도움을 받아 한국학 전문 연구소와 한국학센터를 만드시고 진행이 되면서 한국의 입지가 커지자, 92년 1월 정식적으로 조선학에서 '한국학과'로 변경되어 한국과 북한을 모두 아우르는 학과가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한국학 연구소들이 합쳐지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 아시아 아프리카 단대 65주년을 맞아 춤을 선보인 한국학과 1학년 학생들과 함께

▶ 아시아 아프리카 단대 65주년을 맞아 춤을 선보인 한국학과 1학년 학생들과 함께



3.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재학생들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 열정 그리고 한국어 학습 동기 등이 궁금합니다.

일단, 다른 한국어 교육 현장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러시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한국에 관심이 있기에, 즉 K-pop과 K-Drama 혹은 게임과 같은 대중문화요소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관심이 한국어 교육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또, 한국에서 취업의 기회를 얻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한국학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한국어 학습 동기 자체가 다릅니다. 애초에 한국에 대한 전문가로 교육받기 위해 입학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를 하나도 모르거나 혹은 대중문화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동기와 관심은 달라도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뜨겁고 열심인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저는 강의 시간에 학부 1학년 학생들에게만 가끔 영어를 사용하고 2학년부터는 모두 한국어로만 강의합니다. 한국어를 모르고 입학한 학생들도 2학년이 되면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학교 측에서 숙제를 많이 내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많이, 그리고 다른 강의가 없고 제 강의만 있는 것처럼 과제를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제들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보면 늘 감동을 합니다. 다른 한국어 교육 현장도 다 이런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열정을 가진 모스크바 국립대학 학생들의 저력을 새삼 느끼며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 한국학과 석사생들과 수업하는 모습

▶ 한국학과 석사생들과 수업하는 모습


4.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내 한국동아리를 만드셨습니다. 설립 이유 및 주요 활동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학과 교수이기 전에 한국인으로 모스크바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개념은 아닙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우월성만을 강조하지 않으며, 한국이 다른 나라 모두와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 외교가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지 항상 인식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에게 모스크바에서 한국을 알릴 기회를 주셨을 때, 이왕이면 많은 사람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들과 함께 엠게우 한국학과 학생이 아니더라도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분명 더 많을 것이며, 또한 엠게우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 다수가 러시아 현지 친구들을 사귀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러시아 학생들과 한국 유학생들이 함께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하고, 레크레이션도 하고, 모스크바 유명 맛집도 다니며 친한 친구가 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학교 측에 이런 사항을 제안 드렸더니 그 필요성에 공감하며 매우 좋다고 해주셨습니다. 현재는 엠게우 공식 동아리로 인정되어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10명 내외로 시작된 동아리가 이제는 37명이 되었습니다. 단체 채팅방이 북적북적합니다. 더 인원이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 현재 일주일 한 번 모임을 여러 시간으로 나눠서 모임을 해할 것 같습니다.

▶ 매주 토요일 아침 대학 본관 건물에서 모임을 하는 한국 동아리 모습

▶ 매주 토요일 아침 대학 본관 건물에서 모임을 하는 한국 동아리 모습


5. 러시아 한국어 교육의 현재 진단과 미래 전망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늘 꽃길만 있으니 열심히 하세요'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흰색도 아니고 검은색도 아닌 잿빛 회색과 같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국어 교육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국가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현재 한국 경제적 지표와 정책들을 볼 때,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희망적인 것보다 절망적일 수 있는 상황이 10년 이내 부딪혀 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경제력에 따라서만 바라보게 되면 분명히 다른 나라에 작용하는 것처럼 한국어 교육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다고 느끼기 쉬운데, 다행스럽게도 러시아 현지에서는 경제적인 지표로만 한국을 보기보단 90년대부터 경제·문화와 별개로 별도의 한국에 대한 마니아 층이 존재했다는 점이 지금까지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됩니다.


▶ 항상 만날 때마다 서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학장님과 함께

▶ 항상 만날 때마다 서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학장님과 함께


현재, 러시아에서 한국어 교육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이 한국과 관련된 친구가 있는지, 한국을 얼마나 우호적으로 바라보는지와 같은 민간 외교의 중요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각자 삶의 위치에서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고 친구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풀뿌리 단계에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러시아 현지에 있는 한국어 선생님들의 전문성이 더 필요할 때입니다. 여러 가지 삶의 정황에서 전문성 확보가 정말 어려운 것이 현실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전문성 있는 분들이 계시면 설령 어려운 상황이 올지라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존재할 것입니다. BTS로 인한 한류로 물이 들어왔을 때, 힘차게 노를 저어 한국어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하는 것이 앞으로 러시아 내 한국어 교육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사견입니다.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전 세계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사진 출처: 김승홍 교수 제공



▶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본관 정경. 러시아어로 '모스크바', '국립', '대학' 앞글자를 따서 '엠게우'라고 불린다. 1755년 1월 러시아 시인, 철학자, 과학자인 '미하일 바실리예비치 로모노소프(1711~1765)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현재까지도 러시아 내 최고 교육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시발점은 1991년 아시아 아프리카학부 내에 설립된 한국학 전문 연구소인 국제한국학센터이다. 본 연구소 1대 소장은 역사학 박사이자 공훈 교수인 박 미하일 박사다. 현재,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한국학과는 최고의 한국학 전문가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 역사, 정치, 언어, 문화 그리고 경제에 관한 학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활동은 일련의 원인 때문에 모국어와 전통을 잃어버린 고려인의 민족 문화 부활이라는 과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세계한민족문화대전 'M.V. 로모노소프 모스크바국립대학교 국제한국어센터' 일부 내용 참조]

▶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본관 정경. 러시아어로 '모스크바', '국립', '대학' 앞글자를 따서 '엠게우'라고 불린다. 1755년 1월 러시아 시인, 철학자, 과학자인 '미하일 바실리예비치 로모노소프(1711~1765)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현재까지도 러시아 내 최고 교육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시발점은 1991년 아시아 아프리카학부 내에 설립된 한국학 전문 연구소인 국제한국학센터이다. 본 연구소 1대 소장은 역사학 박사이자 공훈 교수인 박 미하일 박사다. 현재,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한국학과는 최고의 한국학 전문가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 역사, 정치, 언어, 문화 그리고 경제에 관한 학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활동은 일련의 원인 때문에 모국어와 전통을 잃어버린 고려인의 민족 문화 부활이라는 과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세계한민족문화대전 'M.V. 로모노소프 모스크바국립대학교 국제한국어센터' 일부 내용 참조]


서지연
[러시아/바로네즈] 서지연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3, 4, 5, 6기
현) 러시아 바로네즈 한글학교 교장
경력) 청강문화산업대학 상담학 강사
러시아한글학교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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