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케이팝은 물론 한국 영화와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는 일상속에서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벨기에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슈퍼마켓이나 잡화점에서 한국 제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초등학교 저학년들도 비록 BTS가 한국 가수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이 <다이너마이트>를 들어 본 적 있으며,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펠릭스(Felix, 7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다이너아미트>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벨기에 내에서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어떨까? 벨기에 서쪽 지방에 거주하는 니나(Neena, 29세)는 한국 배우 이종석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시작으로 이종석 배우가 출연한 한국 드라마를 대부분 보았다. 배우 이종석 이야기를 꺼내면 얼굴이 빨개지며 소녀처럼 부끄러워하는 니나는 “이종석 배우가 군대에 가 있을 때 빨리 제대해서 작품 활동을 해주기를 바랐다”면서 진정한 팬심을 드러냈다. 한국어에 대해서는 “한국어가 어렵기는 하지만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볼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공부할 예정이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몇 년 전에 친구가 한국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너무 부러웠다”면서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고, 드라마 속에서만 보던 한국을 당연히 직접 방문하고 싶다. 코로나가 끝나고 한국어를 어느 정도 잘 하게 되면 한국을 반드시 여행할 것이다”고 답했다.

<온라인으로 한국어 수업 중인 일곱살 소녀 리사 – 출처 : 통신원 캡처/whereby>

BTS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리사(Lisa, 7세)는 간단한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벨기에인 엄마, 아빠는 한국어 앱을 이용해 리사가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줬지만 한계를 깨닫고 리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줄 한국인을 찾았다고 한다. 현재 리사는 일주일에 한번씩 온라인으로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BTS의 팬인만큼 리사의 방에는 BTS의 브로마이드가 붙어져 있으며 여러 개의 굿즈 인형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캐릭터 인형을 보여주며 “엄마, 아빠가 이건 호러 영화라고 해서 보지는 못했지만, 인형은 귀엽다”고 자랑했다. 블랙핑크에 관해서도 말하면서 “나는 블랙핑크 멤버들 이름을 다 안다”면서 “그 중에 내 이름이랑 똑 같은 리사가 있어서 너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제 리사는 한국 라면 맛에도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수업 중 한국어 단어를 배울 때 ‘라면’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무척이나 기뻤다고 한다.

고등학생인 엘리자베스(Elizabeth, 15세)는 언젠가 한국에 가서 살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엘리자베스는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소신을 밝혔다. 청소년인 만큼 미래에 대한 꿈과 고민도 깊다. 엘리자베스는 “의사가 되고 싶어 의대를 갈 까 생각 중이다. 그런데 벨기에에서 의사가 되면 한국에서도 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지, 아니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한국에서 의대를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면서 “만약 의사가 아니라면 한국에서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아야 할 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벨기에를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벨기에 소녀가 그 꿈의 나라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벨기에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노래의 가사나 드라마, 영화를 직접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벨기에에서도 프랑스에서처럼 동양인이 지나갈 때 ‘니하오’가 아닌 ‘안녕하세요’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