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등 해외언론, 지뢰 71개 찾은 ‘용감한 영웅 쥐’ <마가와>의 사망 소식 일제히 타전
지난 2021년 6월, 통신원은 현장 방문 취재를 통해 과거 5년간 캄보디아에서 냄새로 땅 속에 남아있던 지뢰를 찾아왔던 아프리카 도깨비쥐 ‘마가와(Magawa)’가 은퇴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신으로 세간에선 ‘영웅쥐’로 불리던 마가와는 현장에 배치된 이후 무려 축구장 20개 넓이의 지역을 수색했으며, 은퇴 직전까지 71개의 지뢰와 불발탄 38개를 찾아내는 등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벨기에 비정부기구 아포포(Apopo, 대인지뢰탐지개발기구)를 방문한 여성이 지뢰탐지 영웅쥐 '마가와'를 품고 안고 있는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당시 통신원은 캄보디아 북서부에 위치한 씨엡립 소재 아포포 본부를 방문해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는 마가와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비록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당시 마가와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여전히 건강하고 활발한 모습이었고,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영웅대접을 받으며 현지 직원들의 극진한 보살핌속에 안락한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당시 안내를 맡은 현지인 직원은 마가와의 나이 8살은 인간의 나이로 치면 80~90살에 가깝기 때문에 활동이 예전만 못하다고 귀띔해주었지만, 필자의 눈에 마가와는 여전히 건강해보였다. 마가와는 가장 좋아하는 바나나와 땅콩 등 견과를 즐기고 있었고, 인간의 손길이 익숙한 탓인지 낯선 사람들 앞에서도 전혀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은 익숙한 자세로 마가와를 품에 안고 어루만지며 귀여워했다. 당시 필자는 현지 직원의 권유로 난생 처음 설치류인 마가와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가 부디 건강히 더 오래 살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마가와의 첫 만남이 곧바로 마지막 이별의 순간이 될 것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우리곁을 떠난 작은 영웅 '마가와'
지난 1월 11일, 《뉴욕타임즈》는 벨기에의 비정부기구 아포포는 캄보디아에서 100개 이상의 지뢰를 발견한 아프리가 도깨비쥐 마가와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마가와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 NGO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해 지구촌에 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국내 주요 언론들도 앞 다퉈 마가와의 사망소식 기사를 내보내는 등 지금까지도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아포포 방문객의 어깨 위에서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바나나를 먹고 있는 마가와의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아포포 측은 “마가와는 지난주 대부분을 평소처럼 건강하고 열정적으로 보냈다”며 “하지만 주말이 되자 움직임이 둔해지고 낮잠을 많이 잤다. 마지막 날에는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았다”고 마가와가 숨을 거두기 직전의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마가와는 지난 2013년 탄자니아에서 태어났다. 이후 마가와는 동물들이 안전하게 지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벨기에의 비영리 국제 NGO 아포포가 1990년대 지뢰 제거를 위해 세운 설치류 훈련기관 히어로랫츠(HeroRATs·영웅쥐)에서 특별 양육되었다. 까다롭기로 수문한 지뢰탐지 특수훈련을 무사히 완수한 마가와는 캄보디아로 배치된 후 1년간의 현지 적응훈련을 거쳐 2016년 캄보디아 지뢰 및 폭발물 제거 현장에 투입, 100개 이상의 지뢰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아포포 측에 따르면, 당시 마가와는 축구장 20개에 해당하는 14만1000㎡ 이상의 땅을 수색했다.
<태국 국경 인근지대에 매설된 지뢰를 찾고 있는 영웅 쥐의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참고로, 마가와와 같은 아프리카 태생 도깨비쥐는 45㎝ 이상 성장하는 대형 설치류다. 아프리카 동부 탄자니아가 고향인 이 쥐들은 엄격하고 고된 훈련과정을 거쳐 선발한 큰 주머니쥐과에 속하는 포유류 동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쥐와는 크기도 생김새도 상당히 다르다. 먹이를 땅속에 묻었다가 나중에 냄새로 다시 찾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아포포는 이러한 습성을 이용해 냄새로 땅속에 묻힌 지뢰를 찾아내도록 훈련시킨다. 그렇다면, 지뢰나 폭발물이 쥐를 해칠 염려는 없을까. 다행히도 아프리카도깨비쥐는 다 자라도 몸무게가 1.5㎏을 넘지 않기 때문에 지뢰를 밟아도 안전하다. 또 크기가 작기 때문에 지뢰 사이를 걸어 다녀도 폭발물을 피할 수 있고, 수색 속도도 인간에 비해 재빠르다.
훈련받은 쥐는 화약 냄새를 맡으면, 그 자리에 멈춰서 “찍찍” 소리를 내서 훈련사에게 이를 알린다. 이 쥐 한 마리를 훈련시키는 데 드는 평균 비용만 무려 7,095달러(약 854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인간이나 개 등 다른 동물에 비하면 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 편이다. 그동안 이 단체에 소속된 쥐들은 이미 18,469,549㎡ 크기 땅에서 무사히 지뢰탐지 미션을 완수했으며, 이를 통해 5,759개의 대인지뢰와 전국을 걸쳐 무려 40,954개의 불발탄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 쥐들을 가리켜 ‘HeroRATs’, 즉 ‘영웅 쥐’라고 부르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쥐의 평균 수명은 8년인데, 보통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9개월간 훈련을 받고 현장에 투입돼 5~6년을 활동하다 은퇴한다.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쥐들은 반드시 중성화 수술을 거친다. 현재 아포포 씨엠립 지부에는 86명의 직원과 43마리 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통상 인간 2명과 한 팀이 된 가운데, 가슴에 줄을 매달고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을 동선을 따라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화약 냄새가 나는 곳을 발견하면 땅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폭발물의 정확한 위치를 알린다. 대인지뢰나 폭발물을 발견하게 되면 보상으로 맛있는 바나나나 견과류를 간식으로 보상해준다.
아포포에 따르면, 살아생전 마가와는 테니스 코트 정도 넓이의 들판을 수색하는 데 단 20분이 걸렸다. 사람이 같은 크기의 땅을 금속 탐지기로 수색하면 최대 4일이 걸린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아포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 단체는 아프리카 도깨비쥐를 훈련시켜 인간 훈련사에게 폭발물을 알리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가와가 활동했던 캄보디아뿐 아니라 앙골라, 짐바브웨, 모잠비크 등 전쟁과 내전을 겪은 나라에 아프리카 도깨비쥐를 배치해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캄보디아지뢰제거단체 CMAC(Cambodian Mine Action Centre)과 파트너 협력 관계를 구축한 가운데, 캄보디아 전역을 대상으로 왕성한 지뢰 및 폭발물 제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지뢰 제거 전문가가 캄보디아 지뢰 매설 지역 위험도를 색상별 안내 경고 표시판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아포포 씨엠립 지부 책임자인 하이만 씨가 태국 국경지대에 매설된 지뢰와 불발탄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살아 생전 마가와는 아포포의 동물 지뢰 탐사 훈련 이래 최고의 성과를 냈다. 지난해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영국 수의사 자선재단(PDSA·People’s Dispensary for Sick Animal)는 마가와의 공로를 인정해 용감한 동물에 수여하는 금메달을 수여했다. PDSA에게 처음으로 금메달을 받은 설치류였다. 마가와와 가족처럼 지내온 아포포 씨엠립 지부의 한 관계자는 마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가와가 캄보디아에서 지뢰를 탐지해 수많은 인간들의 생명을 살려낸 위대한 업적은 앞으로도 기록될 우리의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다.
PDSA 역시 공식성명을 통해 '마가와의 평생에 걸친 용기와 헌신은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마가와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포포 씨엠립 지부에 설치된 지뢰 위험 안내 경고판 - 출처 : 통신원 촬영>
캄보디아는 지난 반세기 가까이 ‘킬링필드(죽음의 땅)’로 불리는 기나긴 내전을 겪는 과정에서 전국에 엄청난 양의 지뢰와 불발탄이 매설되었다. 지금도 태국과 베트남 국경지대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뢰와 불발탄이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그동안 수많은 국제 NGO 단체들의 노력 덕분에 점차 지뢰 없는 청정지역이 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자선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1992년부터 지금까지 약 400만 개의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했다고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도 캄보디아 지뢰 제거를 위한 자선모금 캠페인을 벌이는 등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캄보디아에 엄청난 양의 지뢰와 불발탄이 매설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CMAC는 캄보디아 전역에 400만~600만 개에 달하는 지뢰가 매설돼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뢰 사고로 죽거나 다친 희생자도 4만 명에 달한다.
이야기 하나 더, <영웅쥐가 보내온 편지>
캄보디아 지뢰제거 일등공신 영웅 쥐들의 활약상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아포포 씨엠립 지부를 방문한 관광객이 영웅쥐를 쓰다듬으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저는 인간들이 가장 싫어하는 쥐라는 동물입니다. 여자들은 저를 바퀴벌레만큼이나 무척이나 혐오하더군요. 디즈니가 만든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는 좋아하면서 정작 저를 싫어하는 인간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인간들의 잘못된 편견이라고 생각되어, 이쯤에서 대충 넘어가렵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이 점 한가지만큼은 반드시 강조하고 싶네요. 저를 포함해, 오늘 소개하려는 동료 쥐들은 여러분들이 평소 아시는 그런 일반 쥐들과는 차원이 다른 아주 특별한 쥐라는 사실 말이죠.
아차,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탄자니아에서 온 ‘영웅 쥐(HeroRAT)'입니다. 먼 아프리카가 제 고향인 셈이죠. 사람들은 제 이름 대신 ‘영웅 쥐’라고 부른 답니다. 제 이름 앞에 ‘영웅’이란 호칭이 붙는 이유는 나중에 설명 드리도록 하죠. 제 몸무게는 대략 1kg이 좀 넘습니다. 일반 쥐들보다 약 2~3배 정도 큰 셈이죠. 일반 쥐들에 비해 생김새도 조금은 다르고, 귀도 좀 크고, 솔직히 우리 영웅 쥐들이 조금 더 잘 생긴 편입니다만, 인간들은 저희들을 잘 구분을 못 하더라고요. 이 점은 솔직히 무지 속상합니다.
저는 2년 전쯤 다른 동료 영웅 쥐 43마리와 함께 캄보디아로 파견되어, 인간들은 감히 엄두를 못내는 아주 막중한 특수임무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그 임무가 뭔지 궁금하시다고요? 제가 맡은 임무는 바로 이 나라 전국에 묻혀 있는 무시무시한 지뢰와 불발탄을 탐지하고 제거작업을 돕는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캄보디아는 지난 반세기 전 겪은 오랜 내전으로 인해, 전국의 산과 들, 심지어 논밭과 강가에서도 엄청난 양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답니다. 땅에 묻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인명 살상용 불발탄도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죠. 지금도 불발탄과 지뢰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도 백여 명이 넘는 인간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했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죠.
국제사회가 캄보디아를 비롯해 전 세계 지뢰와 불발탄 제거를 위해 매년 수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하고 있지만, 전 세계 지뢰와 불발탄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더욱이 인간들이 가진 지뢰 위험물 탐지 능력이란 게 한계가 있는 데다가, 자칫 실수로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지뢰제거 임무는 고난이도의 매우 위험한 작업입니다. 그래서 우리 영웅 쥐들이 인간들을 대신해 이 같은 특수임무를 부여받게 된 것이죠.
그렇지만, 모든 쥐들이 저와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저처럼 우수한 지뢰탐지능력을 가진 영웅 쥐들은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많은 동물학자들이 무수한 실험과 연구조사 끝에 탄자니아 출신의 쥐들이 지뢰탐지능력에 있어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게 되어, 20년 전인 지난 1997년부터 당당히 용병으로 선발되기 시작한 거죠.
하지만, 탄자니아 출신 쥐라고 해서 모두가 저처럼 지뢰탐지능력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많은 쥐들 가운데, 지뢰 탐지능력과 지능 등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뒤, 성실성과 체력 테스트까지 통과해야만 비로소 영웅 쥐로서 능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그뿐 아닙니다. 지뢰탐지용 쥐로 선발되기 위해선 무려 5년간이나 혹독한 훈련을 견뎌야만 합니다. 영웅 쥐들이 겪는 훈련과정은 인간들이 받는 군대훈련만큼이나 혹독하고 힘들답니다. 한국에선 해병대를 나온 인간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죠?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었다면, 나는 해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사실 저희 탄자니아 출신 영웅 쥐들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특별한 훈련들을 완벽히 소화해내고, 능력과 재능을 인정을 받아야만, 진정한 지뢰 탐지용 쥐로 선발돼, 해외에서도 국위를 선양하며, 맹활약을 펼칠 수가 있게 되니까요.
기본 훈련을 마친 후에도 반복학습과 훈련이 수없이 계속됩니다. 이런 반복 훈련을 통해 TNT 화약 냄새와 일반 화공약품 냄새 정도는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저희 집사역할을 하는 인간 담당자들과도 정서적으로 공감할 줄도 알아야 하며, 일을 할 때도 인간들의 지시에 따르고, 호흡도 맞출 줄 알아야 합니다.
더욱이, 새벽부터 고된 작업이 시작되기에, 무더운 낮에는 반드시 그늘에서 쉬어가며, 스스로 체력을 안배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원래 야행성이라 낮 업무는 저희 쥐들도 인간만큼이나 힘듭니다. 대신 먹는 문제만큼은 걱정이 전혀 없습니다. 견과류와 고구마 감자, 바나나, 곡물류 같은 음식들은 인사 집사들이 알아서 꼬박꼬박 잘 챙겨주니, 별도의 식단 관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 덕분에 요즘 체중이 좀 늘어서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하하
제가 지금 일하는 직장의 이름은 ‘APOPO’라는 지뢰제거센터입니다. 유럽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NGO단체죠. 이 단체가 지난 1997년부터 탄자니아에 지뢰탐지용 쥐 전용훈련센터를 설립해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저도 사실은 이 국제단체의 지원 덕분에 지난 2년 전 캄보디아에 오게 되었답니다. 2005년 설립된 ‘CMAC’이라 불리는 캄보디아지뢰제거연대와도 현재 공조활동을 펼치고 있죠.
당시 저와 함께 고국 탄자니아에서 훈련을 받은 동료 쥐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 곳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모잠비크와 앙골라 등 오랜 내전을 겪은 나라로 해외파견이 되었죠. 가끔씩 함께 훈련을 받았던 동료들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만, 저처럼 동료 쥐들이 현지에서 열심히 지뢰탐지 임무를 수행하며, 영웅적인 삶을 살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 하루 일과를 소개할까요? 저는 매일 새벽 4시에 기상해 2인조로 된 인간 동료들과 함께 지뢰탐지 임무에 나섭니다. 곧바로 트럭을 타고 시골길을 따라 대략 아침 6시쯤 현장에 도착하게 되죠. 해가 막 뜨기 시작한 아침 시간이 저 같은 쥐들이나 인간들이나 활동하기 가장 최적의 시간입니다. 무더운 오후가 되면 날씨가 더워 작업 능률이 떨어지기에 가급적 동틀 무렵부터 탐지 작업을 서둘러야 합니다. 저야 아프리카 출신이라 무더운 날씨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인간들은 지뢰폭발에 대비해 무거운 피폭방지용 방탄옷과 방탄안전모까지 써야 하기에, 해가 중천으로 갈수록 더워져 도저히 작업을 하기 힘들어집니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모든 능력에서 가장 뛰어난 종족인 것처럼 자랑하지만, 적어도 지뢰탐지에 관해서만큼은 우리 영웅 쥐들이 훨씬 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통상 인간들은 테니스코트만한 공간의 지뢰를 탐지하는데, 무려 4일이나 걸리지만, 우리 영웅 쥐들은 고작해야 30분이면, 충분히 그 같은 임무를 완수할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하루 최대 400㎡ 땅속 지뢰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답니다. 올해 최소한 116㎢ 면적의 지뢰가 묻힌 땅을 탐지할 것으로 인간들은 기대를 걸고 있어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저랑 함께 일하는 인간들은 제 이름 앞에 ‘영웅’이란 호칭을 붙여 부르곤 한답니다. 여러분도 이런 호칭이 저한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영웅 쥐들은 그 능력을 이곳 캄보디아에서도 인정을 받아, 조만간 제 후배 쥐들이 캄보디아로 추가 파견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임무를 수행중인 본부는 씨엠립에 있는데, 태국국경과 인접한 쁘레아 비히어주에도 수년 전 제2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고국에서 온 후배 쥐들이 펼치게 될 활약상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후배 쥐들은 제가 신병교육대처럼 군기를 꽉 잡을까 합니다.(웃음)
제가 소속된 APOPO센터에는 귀가 솔깃할만한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답니다. 우리 영웅 쥐들의 멋진 활약상을 다른 인간들에게 널리 알려서, 후원금을 늘리려는 게 주된 목적이긴 하지만 말이죠. 1년에 60불만 내면 누구나 저를 입양할 수가 있답니다. 하지만, 입양을 한다고 해서 인간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우리 영웅 쥐들의 멋진 활약상과 평소 생활 모습을 담은 소식지가 입 양가족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보내진 답니다. 게다가, 이곳을 직접 방문하시면, 누구나 제 잘생긴 얼굴이 담긴 멋진 기념 티를 구입하실 수도 있고, 무엇보다 캄보디아 지뢰제거에 일조했다는 만족감도 얻을 수가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저를 직접 보기를 원하신다면 씨엡립 APOPO 센터를 찾아주세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저랑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공식 메일 주소는 visitor.center@apopo.org이며, 저를 돕는 인간 집사의 연락번호는 081 59 9237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저와 같은 영웅 쥐들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주시고,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지뢰가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까지 우리 영웅 쥐들이 펼치게 될 영웅적 활동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부탁드릴게요. 그럼 이만 작별인사를 할까 해요.
여러분, 그럼 또 만나요~ 안녕!
캄보디아 지뢰탐지 영웅 쥐 ‘HeroRAT’ 올림
성명 : 박정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캄보디아/프놈펜 통신원]
약력 : 현) 라이프 플라자 캄보디아 뉴스 매거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