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소위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이탈리아의 관광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며 경제뿐 아니라 문화, 예술, 지역 사회 등 이탈리아 사람들의 생활 면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코로나19 창궐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전파로 전 세계 관광 산업이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탈리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력 일간지 《라 레뿌블리까(La Repubblica)》 1월 20일 자로 발행된 기사, “이탈리아 관광 산업의 깊은 혼란 - 2021년, 2019년에 비해 관광 수입 40.7% 감소, 670억(유로) 손해”에서 “팬더믹 이전에 비해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여행객의 수가 1억 7,800만 명 감소했고 50,000개의 회사와 250,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동 기사에서 《라 레뿌블리까》는 “로마, 피렌체와 같은 관광 대도시의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1년이 시작될 작년 이 무렵, 이탈리아에는 관광 산업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희망의 목소리가 많았다. 작년 여름, 실제로 이탈리아를 찾는 다른 유럽 나라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면서 양호한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유럽 여러 나라들이 다시 국경을 폐쇄했고 여름의 끝 무렵에는 전년 수준 이하로 악화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이탈리아 관광 산업의 지난 2년 간의 장기 침체 결과, 거의 1,000억 유로에 달하는 손실이 추정되고 요식업, 여행사를 비롯한 여행 관련 무역 부문 5만 개의 기관과 회사, 단체 그리고 25만 명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했다. 소매업에도 영향을 미쳐 20,000개의 상점이 문을 닫고 75,000명이 직업을 잃었다.
이탈리아관광협회 비토리오 메시나(Vittorio Messina) 회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도시들에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의 즉각적이고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탈리아 관광 산업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선조들의 위대한 유산을 지키는 일이고, 찬란한 르네상스와 그리스 정교, 바이킹, 이슬람 등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만들어 낸 이탈리아만의 독특한 예술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이다. 피렌체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르네상스의 문화유산들을 보존할 비용이 줄어든다는 말과 동일하다. 이탈리아 정부의 개입이 절실한 이유이다.
<텅 빈 피렌체 두오모 광장 앞 - 출처: 통신원 촬영>
이 와중에 이탈리아가 스페인을 이기고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가 되었다는 《아이디얼리스타(Idealista)》의 기사도 눈에 띈다.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유럽 전체에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을 꺼리는 가운데 이 기간 이탈리아에서 숙박한 해외 관광객의 수가 약 11억 명으로 2020년 같은 기간과 비슷하며, 이는 내내 유럽 내 관광분야 1위였던 스페인을 앞지른 숫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도 여전히 이 숫자는 팬더믹 이전과 비교해 50% 감소한 수치라고 짚고 있다.
2022년 관광산업에 대한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탈리아 관광 산업을 다루는 인터넷 신문 《이탈리아 아 타볼라(Italia a Tavola)》는 “오랫동안 여행하지 못한 사람들의 여행에 대한 욕구는 극에 달해 있고, 팬데믹 상황과 수요의 특징을 볼 때 2022년 관광 트렌드의 키는 ‘웰빙’”이라고 말한다. 작년 12월 초 성인의 88% 이상이 최소 1회 예방 접종을 받았고 61%가 이미 3차 접종까지 마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할 것이고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이라면 선택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부킹닷컴(Booking.com)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는 ‘조금 먼’ 곳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휴가를 떠날 것이며, 62%는 갑작스런 여행 취소로 인해 생겨나는 불이익들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대답했다. 익스피디아(Expedia) 조사에 따르면 여름 휴가 계획으로 밤하늘을 보며 캠핑 24%, 다이빙 17%, 트레킹 13%가 선택되어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야외 활동이 선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팬데믹에 대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진 2022년, 어떻게든 관광에 대한 수요는 생겨날 것이고 관련 산업과 종사자들은 다양한 해결책들을 내놓는, 관광 산업에 있어서 긍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반갑다.
※ 참고자료
《La Repubblica》 (22. 1. 20.) <La débâcle senza fine del pianeta vacanze in Italia: nel 2021 meno 40,7% di presenze rispetto al 2019, persi 67 miliardi>, https://www.repubblica.it/viaggi/2022/01/20/news/assoturismo_2021_con_meno_40_per_cento_di_turisti_su_2019-334568640/
《Idealista》 (22. 1. 12.) <Turismo in Italia nel 2021: il BelPaese batte la Spagna ed è primo per numero di presenze>, https://www.idealista.it/news/2022/01/12/157306-turismo-istat-italia-prima-in-europa-per-numero-presenze
《Italia a Tavola》 (22, 1, 15.) <Turismo, il 2022 l’anno della rinascita tra nuovi trend e vecchie conferme>, https://www.italiaatavola.net/tendenze-mercato/horeca-turismo/turismo-2022-l-anno-della-rinascita-tra-nuovi-trend-vecchie-conferme/83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