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작가의 집을 오픈한 김문희 시인을 만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1.06

‘작가의 집 아트홀’을 운영하고 있는 시인이자 국제펜 한국본부미주연합회 회장인 김문희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마련하게 되셨는지요?

저는 어린이 학교 운영 등 교육계에서 3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종사했고, 40년 넘도록 문학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늘 마음속 한구석에서 문화공간을 하나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고 살았었어요. 제가 운영하던 프리스쿨인 LA 뉴타임즈 웨스턴 스쿨(LA New Times Western School)이 현재 이 작가의 집 건물 바로 다음 블록이라 오며 가며 이 건물을 보게 됐었죠. 반듯한 단층 건물이라 제 눈에 띄더군요. 거기다가 지붕에 기와도 얹어져 한국적인 분위기도 살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부동산업자에게 연결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당시 이 건물에는 출판사가 들어서 있었는데요. 때마침 제가 영어로 시를 출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출판사 문을 두드렸어요. 이 건물주이자 출판사 사장은 친구가 뉴욕에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출판사가 오히려 시집을 전문으로 하니까 그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면 어떻겠냐고 소개를 해주더라고요. 그렇게 그의 소개로 영어 시집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LA의 출판사 대표가 저에게 이 건물을 살 생각이 없느냐고 먼저 물어오는 거예요. 제가 눈독을 들이고 있던 것도 모르면서 그런 제안을 해온다는 것이 신기했었습니다. 제가 돈이 좀 부족하다고 했더니 흔쾌히 오너캐리도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저더러 이 건물을 인수해 출판사를 계속 운영해보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그에게 출판사가 아니고 다른 것을 하고 싶어한다는 계획을 말했죠.

 

어쨌든 안 될 줄 알았는데 사업체 융자가 나와서 건물을 구입하게 된 것이 11년 전의 일입니다. 그래서 건물을 구입한 이후 지붕만 빼고 거의 모든 것을 헐고 건물을 리모델링 했어요. 전기 공사도 모두 새로 했고요. 그렇게 30년 넘게 글을 써오면서 평생의 숙원이던 문학 공간의 꿈을 이루게 되었답니다.


작가의 집 아트홀은 어떤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천장이 높고 넓어, 갤러리를 겸한 문화공간으로 적격인 것 같아요. LA의 중견작가분들께서 이곳을 파크뷰 갤러리로 하자는 의견을 주시면서 간판을 직접 해와 붙여놓으시더라고요. 문학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자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있는 문화공간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가주 문인들의 발자취와 역사를 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집 아트홀은 일반인들에게 대여도 해주시죠. 어떤 행사들이 주로 이곳에서 펼쳐지는지요?

3천 평방피트(278㎡)의 넓은 공간에 무대와 조명, 음향시설이 갖춰져 출판기념회, 그림 사진 시화 전시회, 문학강연도 했었고요, 전시회, 공연, 경연대회, 콘서트 등 문화행사도 많이 열렸습니다. 넓은 홀과 함께 주방 시설도 되어 있어 디너가 있는 파티, 행사도 할 수 있고요.


시인, 수필가, 그리고 교육자로서 정말 화려한 경력을 갖고 계신데요. 약력을 소개해주세요.

1950년, 강원도 원성에서 태어났고요, 한국에서는 숙명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아동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1986년도에 한국에서 수필로 등단했고, 1987년도에는 시인으로도 등단했습니다. 지난 40여 년간 문학 활동을 해오면서 5권의 수필집, 8권의 시집을 냈습니다. 영어로 된 시집도 한 권 출판했고요. 영시집 <Somewhere Far Away>는 30년간 쓴 작품 중에서 선별한 50여 편을 장경렬 교수(서울대 영문과)가 번역해서 출판했습니다. 그외 미국의 여러 문인협회의 회장, 이사장으로 활동했었고요, 1990~91년에는 미주한국학교 연합회 회장 일도 했었네요. 재미 시인협회의 회장과 이사장도 역임했었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상도 많이 타신 것 같아요.

1991년, 교육 부문으로 대한민국 대통령표창을 받았고요, 1993년에는 제4회 한글문학상 시 부문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2000년 제5회 영랑문학상 본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8회 해외 서월문학상을, 12월에는 33회 시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시작하신 해변문학제는 이제 미주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 깊은 문학 행사가 되었죠. 언제 시작하셨나요?

1988년, 8월에 제1회 해변문학제를 열었습니다. LA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벤추라 해변에서 행사를 가졌는데요. 호젓하고 조용한 바닷가와 하버타운 마리나 리조트 호텔에서 열리는 행사에 보내준 작가들, 그리고 미주 지역 한인들의 지지와 성원에 감사할 뿐입니다. 올해로 해변문학제는 30회가 넘는 전통의 행사가 되었습니다. 지난 90년에는 한국문인협회의 문인 150명이 해변문학제에 참석하고 타주에서 250명의 작가들도 동참해 총 400명이 벤추라 해변에서 행사를 가졌습니다. 당시 대형 버스 16대가 동원됐었어요. 그때 참가자들이 먹은 바베큐 양이 소 한 마리 반이 넘었었습니다. 사물놀이 팀도 오고, 정말 대단했었어요.

 

작가의 집에는 세상 떠난 문인들의 기념관도 마련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이민 문학의 선구자들인 작고 문인들의 저서, 사진, 유품들을 진열장에 보존하고, 해외문집의 창간호 등 희귀본과 로컬 문인들의 저서를 전시하여 후세 문인들과 한인 동포들에게 미주한인문학의 역사를 보여주려고요. 고원, 송상옥, 박남수, 김은국, 유장균, 김용익, 이숭자, 김자림, 김선현, 권순창, 이재상 등 고인이 된 미주 문인 30여 명의 사진과 저서들뿐 아니라 구상, 서정주, 조병화, 박두진 등 미주 문학 행사에 참석했거나 이곳 문인들과 교류를 가졌던 유명 문인들의 유품과 사진, 작고집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여러 클래스도 마련하고 있다고요?

네. 20명 정도가 모여 정기적으로 하는 모임들을 여럿 마련하고 있어요. 수필 창작 교실, 시 창작 교실도 있고요. 사진 전문가를 모시고 사진 클래스도 열고, 서예 클래스 등 여러 문화활동을 했습니다.


현지 라디오 방송 진행도 하셨더군요?

네. <문화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을 10년간 진행하며 약 200명 정도의 문화 관련 인사들을 인터뷰했더라고요. 오랜 세월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카세트테이프로 했다가 나중에는 CD를 구웠었고 그 후에는 음성 파일로 바꾸어 방송국에 보냈었답니다. <바른말 고운말>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었습니다.


10여 년간 작가의 집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다면요?

김지하 시인을 중앙일보와 제가 공동으로 초청해 문학강연을 마련했었어요. 저녁식사가 있는 강연회에 문인들이 단체별로 약 190명 정도 참여했었습니다. 그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1.5세대와 2세대, 그리고 현지인들과의 문학 교류도 시도하셨다고요?

네. 한국 시인의 시를 영어로 번역해 시 낭송의 밤에 현지인이 낭송하며 서로 감상을 얘기하는 행사도 여러 차례 마련했었습니다. 그렇게 교류를 하는 가운데 문학을 비롯한 문화는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작가의 집의 위치는 2410 W. James M. Wood Blvd. LA, CA 90006이며, 공식 웹사이트는 www.houseofwriter.org이다.


<작가의 집 전경>

<작가의 집 전경>


<작가의 집 입구의 조각>

<작가의 집 입구의 조각>


<작가의 집 간판과 이용 안내>

<작가의 집 간판과 이용 안내>


<작가의 집을 마련한 시인 김문희 씨>

<작가의 집을 마련한 시인 김문희 씨>


<작가의 집 사무실. 김문희씨가 평생 보고 모은 책들로 가득차 있다>

<작가의 집 사무실. 김문희씨가 평생 보고 모은 책들로 가득차 있다>


<김문희씨가 쓴 책들>

<김문희씨가 쓴 책들>


<김문희 씨가 받은 상들>

<김문희 씨가 받은 상들>

<김문희 씨가 받은 상들>


<전시회, 디너 강연 등의 행사가 열리는 공간>

<전시회, 디너 강연 등의 행사가 열리는 공간>


<작고 문인들을 기념하는 공간에 전시된 작품>

<작고 문인들을 기념하는 공간에 전시된 작품>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