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유산지 페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2.21

말레이시아 페낭의 조지타운과 믈라카는 2008년 역사와 문화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에 등재됐다. 1786년 영국 동인도회사가 동서 바닷길 교역의 중심이었던 페낭 조지타운을 교역항로의 거점으로 삼으면서조지타운은 동서양의 문화를 간직한 이색적인 도시로 떠올랐다하지만 항구도시였던 조지타운이 급속한 도시 변화로 활기를 잃자 철거 논의가 이뤄지는 위기도 있었다이에 비정부단체인 페낭 헤리티지 트러스트(Penang Heritage Trust)가 신설되고 2008년 믈라카와 함께 페낭 조지타운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에 등재하면서자칫 없어질 뻔한 18세기에 지어진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

 

페낭 헤리티지 트러스트 회장을 역임한 쿠살마(Khoo Salma Nasution)는 미국 듀크대학교 유학을 마친 뒤 고향인 페낭에 돌아와 조지타운이 가진 전통과 역사를 지키는 보존 활동을 하고 있다현재는 말레이시아 문화·역사·예술 출판물을 발행하는 출판사 아레카 북스(Areca Book)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페낭의 과거와 현재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쿠살마 아레카북스 대표를 만났다.


<페낭 헤리티지 트러스트 회장을 역임한 쿠살마 아레카 북스 대표 - 출처: 통신원 촬영>

<페낭 헤리티지 트러스트 회장을 역임한 쿠살마 아레카 북스 대표 - 출처: 통신원 촬영>


안녕하세요. 지난 30여 년 동안 페낭 헤리티지 트러스트에 계시면서 조지타운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페낭의 조지타운이 그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1989년 문화유산보호단체인 페낭 헤리티지 트러스트에서 활동했을 당시 페낭 주정부는 북부 해변을 관광지로 개발하고 페낭 동남부 지역을 산업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페낭 조지타운은 재개발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문화유산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그래서 페낭 헤리티지 트러스트는 조지타운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에 조지타운은 믈라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됐지만믈라카 주정부가 적극적으로 세계문화유산 선정에 앞장선 것과 달리 조지타운은 시민단체와 비정부단체가 주도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조지타운이 전 인류에게 물려줄 만큼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에페낭 주민들에게도 조지타운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페낭 헤리티지 트러스트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문화유적지 탐방, 문화교류수업 등을 개설해 시민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조지타운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페낭 주민들에게 알리고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유네스코 등재 후에는 모금도 쉬워져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문화유산탐방을 실시하고 지역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페낭 헤리티지 트러스트에서 운영하는 역사 프로그램 - 출처: 통신원 촬영>

<페낭 헤리티지 트러스트에서 운영하는 역사 프로그램 - 출처: 통신원 촬영>


조지타운에는 독일인 역사탐방로, 일본 이주민 유산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옛 쑨원의 동맹회남양지부를 매입해 건립한 쑨원 박물관은 어떤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나요?

말라야 공산당이 공식 해체되기 전후 말레이시아는 중국과의 우호적 역사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습니다옛 동맹회남양지부를 매입한 뒤 박물관으로 바꿀 준비를 하던 중문화예술관광부 소속으로 근무하던 지인에게 마하티르 전 총리가 조지타운에서 오픈하우스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마하티르 전 총리가 조지타운에 오기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지금이야말로 박물관을 대중에게 선보일 적기라고 생각해 쑨원 박물관을 열게 됐습니다.

 

당시 문화예술관광부 장관도 쑨원 박물관을 찾아 많은 말레이시아인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원래 쑨원은 싱가포르를 혁명의 근거지로 삼아 그곳에 동맹회남양지부를 세웠습니다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혁명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반면 페낭에 쑨원의 혁명을 지지하는 페낭 필로메틱 연합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쑨원은 동맹회남양지부를 페낭으로 이전했습니다이곳에서 쑨원 혁명 자금 지원을 위한 페낭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렸고혁명을 설파하는 광화일보가 발행되는 등 중화인민공화국의 초석을 다진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옛 동맹회남양지부에서 열린 페낭회담. 쑨원은 페낭의 지지자들로부터 혁명 자금을 지원받아 훗날 신해혁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옛 동맹회남양지부에서 열린 페낭회담. 쑨원은 페낭의 지지자들로부터 혁명 자금을 지원받아 훗날 신해혁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페낭에만 쑨원 박물관이 2곳이 있을 정도로 쑨원은 말레이시아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말레이시아 역사에 있어 쑨원은 어떤 인물로 평가받고 있나요?

쑨원의 삼민주의(민족주의·민권주의·민생주의이념은 오늘날 말레이시아가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쑨원이 창도한 삼민주의는 민중에게 주인의식을 가져다줬고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쑨원의 이념은 말레이시아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민에게 여전히 유효합니다힘없는 사람들이 나라의 주인이며그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삼민주의는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쿠살마 대표가 옛 쑨원의 동맹회남양지부를 매입해 건립한 쑨원 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쿠살마 대표가 옛 쑨원의 동맹회남양지부를 매입해 건립한 쑨원 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현재는 코로나19로 쑨원 박물관을 잠정 운영 중단하고 출판사 운영에 전념하고 계십니다. 아레카 북스는 어떤 출판물을 발행하는지, 독자층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아레카 북스는 2005년 창립해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역사·문화역사·사회 등의 도서를 출간했습니다출판물이 역사문화로 한정되어 독자층이 얇지만꾸준히 소개하다 보니 일정한 독자 수요가 형성됐습니다아레카 북스의 책을 찾는 외국인 수요층이 있어 영어 출판물을 펴내고 있습니다향후에 한국인 독자층도 다양해진다면 번역 기획도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최근 아레카 북스에서 출판한 도서물 - 출처: 아레카 북스 공식 페이스북(@arecabooks)>

<최근 아레카 북스에서 출판한 도서물 - 출처: 아레카 북스 공식 페이스북(@arecabooks)>


<쿠살마 대표는 페낭 인도계 무슬림에 대한 책으로 2015년 아시아학자세계협의회(ICAS)에서 수상했다 - 출처: 아레카 북스 공식 페이스북(@arecabooks)>

<쿠살마 대표는 페낭 인도계 무슬림에 대한 책으로 2015년 아시아학자세계협의회(ICAS)에서 수상했다 - 출처: 아레카 북스 공식 페이스북(@arecabooks)>


<2019년 아시아학자세계협의회(ICAS)에서 수상한 아레카 북스 루비스 공동대표 - 출처: Pustaka Empayar Melayu 공식 페이스북(@Pustakaempayarmelayu)>

<2019년 아시아학자세계협의회(ICAS)에서 수상한 아레카 북스 루비스 공동대표 - 출처: Pustaka Empayar Melayu 공식 페이스북(@Pustakaempayarmelayu)>


페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활동을 해왔다면, 최근에는 페낭 자연유산을 지키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페낭 주정부가 남부지역 간척 업을 강행할 것을 알려지자 환경단체뿐 아니라 주민들도 사업중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인간은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는 합니다자연이 파괴되면 인간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수없이 많은 생명이 공존하는 페낭 바다는 주민들의 먹거리를 제공해왔습니다오늘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도 주정부는 바다를 메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주장합니다페낭 본토는 싱가포르보다 면적이 넓지만 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따라서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간척사업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말입니다주정부는 바다거북이 알을 낳기 위해 찾는 해안 환경을 갖고 있는 페낭의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지역경제 공동사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만 할 것입니다당장 눈앞의 이득 때문에 다음 세대의 미래를 희생해서는 안 됩니다조지타운을 보존해 미래세대에 물려준 것처럼페낭 바다의 원래 모습도 다음세대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감사합니다.



홍성아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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