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오징어 게임> 그 이후, '창의성의 기적' 보여주는 한국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2.22

올해 독일의 한국 문화 키워드는 역시 <오징어 게임>이다. 독일에서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문화 파워를 확고하게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BTS와 블랙핑크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독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이르러서는 세계적인 문화 헤게모니의 전환을 목격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 한국 문화 전체를 조망하고 분석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간 독일 주류 언론 보도가 해 왔던 한류 보도와는 맥락과 뉘앙스,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 문화가 특정 하위 그룹(K-Pop)이나 전문 그룹(영화)이 아니라 독일 전역에 소비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독일 학생들은 오징어 게임을 하며 독일 사회와 교육자들의 우려를 낳았다. 한국 문화가 처음으로 독일 사회 전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각인된 것이다.


《차이트(Zeit)》, '대중문화 역사상 처음으로 서구 영어권의 문화적 헤게모니 파괴'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문화 파워 전반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실은 '차이트' - 출처 : 차이트><'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문화 파워 전반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실은 '차이트' - 출처 : 차이트>


최근 《차이트(Zeit)》, 《쥐드도이체차이퉁(Süddeutsche Zeitung)》, 《슈피겔(Spiegel)》 등 독일 주요 언론은 한류과 한국 문화 산업, 문화정책을 분석하는 보도를 연이어 발행했다. 《차이트》는 지난 11월 17일 발행한 기사에서 '요즘 한국 팝문화만큼 힙한 게 없다. 한국문화는 전 세계를 휩쓸고, 국가를 위한 완벽한 홍보 전략의 한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오징어 게임>의 ‘게임적 요소’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독일 청소년들에게 바로 스며들었다. 《차이트》는 “모든 세대는 게임과 폭력의 연결성을 새로운 것에서 발견한다. 올해 청소년들은 한국 드라마의 도움으로 그렇게 했다. <오징어 게임>의 진정한 승리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대중문화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강력한 신호”라고 썼다.

 

《차이트》는 “대중문화 역사상 처음으로 서구 영어권의 문화적 헤게모니가 깨졌다”며 “케이팝의 세계적인 성공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지역에 뿌리를 두고 공격적으로 글로벌화하는 것. 전 세계의 서로 다른 청중 그룹에게 각자 개인적인 해석과 변용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단어를 언급하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있는 영어권 젊은층의 어휘에 확고히 자리잡은 방증이라고 바라봤다.


SZ '창의성의 기적(Kreativwunder)'

<한국의 문화 진흥을 ‘창의성의 기적’에 비유한 ‘쥐드도이체차이퉁’ - 출처 : 쥐드도이체차이퉁/넷플릭스>

<한국의 문화 진흥을 ‘창의성의 기적’에 비유한 ‘쥐드도이체차이퉁’ - 출처 : 쥐드도이체차이퉁/넷플릭스>


《쥐드도이체차이퉁(Süddeutsche Zeitung, 이하 SZ)》은 12월 18일 기사에서 “한국은 엄청난 창의적 힘을 가지고 있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한국이 잘 하는 것, 독일도 좀 배울 수 있는 것”에 대해 보도했다. 《SZ》는 특히 인구 7천만에 문화 산업이 활발한 태국과 비교했다. 태국의 경우 문화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고 군부의 검열 때문에 창의적 콘텐츠가 나오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한국도 군부 독재 시절 검열이 있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사라졌고, 적극적인 문화 진흥 및 국가적 정책으로 훌륭한 문화 상품이 나왔다고 《SZ》는 분석했다. 이웃 국가인 일본과의 경쟁 또한 지난 20년 간 ‘창의성의 기적(Kreativwunder)’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SZ》는 한 발 더 나아가 독일 시스템을 지적했다. 《SZ》는 “독일 방송 프로그램의 퀄리티 차이는 《BBC》 시리즈와 비교해도 명백하다. (독일도) 돈과 기술, 청중이 있는데 (독일의 콘텐츠 퀄리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관료주의에 빠진 독일의 문화진흥기관과 방송국의 실패를 에둘러 비판했다. 《SZ》는 “<올드보이>가 독일 영화지원 사업에 신청했다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런 창의적이고 독특한 이야기는 독일 시스템에서는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임을 드러낸 것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한국적 주제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다. 자본주의의 챗바퀴에서 도는 경쟁, 당국의 무능함, 부자들은 늘 탈출하고, 심각한 경우 모두가 홀로가 되는 느낌. 이 모든 걱정은 한국의 일상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더 이상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되지 않는 것들만 찍게 되면 얼마나 진부하고 우스꽝스럽게 되는지 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볼 수 있다. (중략) 홍콩 영화의 위대한 시대는 창의적 자유와 함께 지나간 과거가 되었다. 태국의 방송 및 영화인들은 한국을 부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금 독일이 영국을 보는 것처럼, 물론 한국을 보는 것처럼.

 

독일은 역사적 경험상 국가적인 문화 진흥을 꺼렸다. 한국의 문화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자연스럽게 비판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이후 그런 맥락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 문화는 정부의 적극적인 문화정책, 그리고 고통스러운 사회상의 창의적 결과물이다. 한국의 창의적 결과물은 전 세계적으로 통한다. '인기를 끄는 독특한 문화'였던 한국문화는 이제 서양의 문화 헤게모니를 뒤집은 장본인이 됐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에서 '창의적인 기적'의 나라로 전환됐다.


※ 참고자료
https://www.zeit.de/2021/47/k-pop-suedkorea-bts-suid-game-hallyu
https://www.sueddeutsche.de/kultur/suedkorea-popkultur-squid-game-1.5490287?reduced=true
https://www.spiegel.de/ausland/kultur-supermacht-suedkorea-a-10ceb7aa-0d27-464a-9a3e-17dac3e05208?fbclid=IwAR10FzXrjczL3o5lyXNUZHldONp99YXM8AdUBcgw73wRNwT9NdEQKSzOLaM




이유진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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