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베스트셀러 『살아보니 대만』의 저자, 조영미 교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2.08

대만에서의 한국어 교육자로서의 생활을 기록한 신간, 『살아보니, 대만(산지니, 2021)』의 저자 조영미 교수를 만나 대만 내에서의 생활과 한류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조영미 교수는 지난 4년간 대만 가오슝의 원자오외국어대학교(文藻外語大學)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쳤으며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최근 『살아보니, 대만』을 출판했다. 『살아보니, 대만』은 출간 직후 좋은 반응을 얻으며, 검색 포탈 네이버에서 베스트셀러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 미국, 캐나다, 대만의 여러 대학에서 이십 년 넘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쳐온 조영미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만에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이해를 넓혀보자.


<『살아보니, 대만』의 표지 - 출처 : 출판사 산지니 제공>

<『살아보니, 대만』의 표지 - 출처 : 출판사 산지니 제공>


교수님의 신작 『살아보니, 대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살아보니, 대만』은 만 4년간 제가 한국어 교육자로서 해외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친 경험을 담았으며, 중국어 실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조금씩 중국어를 실생활에서 배워 나가며 대만 현지인들과 함께 살아간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무런 연고가 없었던 대만에서 외국인 근로자이자, 학부모이자, 거류증을 소지한 주민으로서 살아가는 과정이 담긴 책이에요. 아울러 해외에서 살아가시는 분들, 한국어 교육을 하시는 분들, 또 외국어를 배우는 분들이 공감하며 읽기를 바라며 쓴 글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에 실린 글은 4년 전부터 브런치라는 블로그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객지 생활에서 느끼는 바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이 생겼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주변으로부터 몇 차례 책으로 내보라는 권유가 있었고 저 자신 또한 많은 독자들과 글로써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보고 싶어 출판을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이 책이 대만 현지에서 번역, 출판되어 대만인들에게 많이 읽혔으면 합니다. 대만인들이 “외국인의 눈에는 대만이 이렇게 보일 수 있구나”를 알게 되며 자신의 문화를 낯설게 보고, 이를 통해 이들이 차후에 한국인과 교류할 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원자오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시기 이전에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를 비롯한 북미 지역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공부함에 있어서 서구권 학생들과 대만인 학생들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서구권 학습자와 대만 학습자들의 차이를 나누어 설명하는 것보다 한류의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저는 대만에서 2015년 9월부터 근무를 시작했고요, 그 전에는 국내 대학 부설 한국어 교육 기관에 오래 종사하며 다양한 학습자들을 만났습니다. 해외에 장기간 거주하며 학부생을 가르친 경험으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동아시아학과에서의 근무였습니다.

 

당시 캐나다에서도 한류는 있었고요, 많은 학생들이 한국 대중문화에 노출이 되어 있었다는 점, 다양한 배경(국적, 한국어 학습 경험, 한국 거주 경험, 한국인과의 교류 경험 등)을 가진 학습자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향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어 능력의 관점에서 보자면 학습자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한국어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지는 않았어요. 한국문화를 접한 기간이 오래지 않아 그럴 수도 있었고요. 당시에는 한국어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학습자들은 대부분 교포였어요.

 

2015년에 대만에 왔을 때는 아무래도 한류의 확산이 더 커졌을 시기였겠지요. 그래서였는지 대만에서의 한국어 학습자들이 캐나다 학습자들과 확연히 달랐던 점은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어, 한국문화에 노출된 시기였어요. 2015년, 2016년 당시 학습자들에게 “처음 한국어를 들은 때” 혹은 “처음 한국어를 본 시기”를 물으면 적지 않은 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때라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저에게 와서 한국어로 처음 말을 건 학습자들을 보고는 ‘혹시 부모님이 한국인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류 콘텐츠를 접한 경험자들의 한국어 능력에 오랜 기간에 걸쳐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만에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 : 조영미 교수 제공>

<대만에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 : 조영미 교수 제공>


대만에서 한국어를 가르치시는 입장에서, 한류의 영향을 실제로 경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처음에 한국어를 배우고있는 젊은이들에게 주로 한국 대중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아이 학교에 학부모 모임을 가게 됐는데 대만 어머니들이 저에게 배우 소지섭의 안부(?)를 묻는 거예요. <주군의 태양>을 시작으로 소지섭의 드라마를 다 찾아봤다며들뜬 목소리로 말했지요. 뿐만 아니라 제가 근무하던 대학에서 동료 교수들도 저에게 드라마 이미지를 캡처해서 보내며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줬어요. 이때의 경험을 블로그에 “왜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이 한국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와서 큰 주목을 받게 됐어요. 한국인들도 해외 현지인들이 한국 드라마에 끌리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한국어를 학습함에 있어서 대만인 학생들이 특별히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부분은 함께 설명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당시 대만에서 가르쳤던 대학생들은 평균적으로 1994년생부터 1998년생까지였어요. 당시 대만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런닝맨>을 비롯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한 이들이 많았어요. 드라마를 위주로 시청했을 거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죠.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의 언어는 드라마의 언어보다 더 날 것이고 격식을 갖춘 말보다는 막역한 친구 사이에 주고받는 말들이 많지요. 학습자들은 그것을 아무런 통제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었고요.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온 (중국어를 쓰지 않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이 알고 있었기에 저를 보면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사용한답시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운 말들을 쓰는 거예요. 반말을 쓰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처음에는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시간이 흘러 이 문제에 대해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이야기해 볼 기회를 만들었어요. 대만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대만 학생들의 한국어 표현으로 제가 당황했던 경험을 제가 수업 자료로 만들었지요. 그 글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학생들의 입장을 들을 기회도 가졌어요.

 

학생들은 대부분 TV 프로그램으로 한국어를 배워 경어법을 잘 쓰지 못한다고 했고, 또 중국어는 한국어만큼 경어법 체계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어요. 실제로 학습자들의 작문을 보니 한국어 수준이 초급을 벗어나도 격식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이후로 격식과 양식을 갖춘 글쓰기 훈련을 학습자들에게 많이 하도록 했어요. 무엇보다도 이 학생들의 졸업 후에 한국 기업에 취업하거나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예법에 맞는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야 했기 때문이죠.

 

대만인 학생들을 교육하실 때 사용하셨던 한국 문화콘텐츠가 있으실까요? 만일 있으셨다면 어떤 콘텐츠로 어떤 수업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제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부터 한국 드라마, 영화뿐만 아니라 광고 등으로 한국어 교육을 진행했고요. 대만에 와서 대만인들과 오래 생활하다 보니 대만인의 사고방식이나 일상문화가 한국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한국어가 비슷한 표현이 많지만 사용하는 맥락이 달라 주의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알게 됐어요. 수업 시간에 한류 콘텐츠를 사용할 때 단순히 인기 있는 한국문화를 소개한다는 생각이 아닌, 상호문화 이해를 위한 방안으로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한국어, 한국문화를 가르칠 때가 많았어요.

 

대표적으로는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대표와 인턴 직원과의 대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직장인들의 회식 장면, <혼술남녀>에서 노량진 공시생들의 애환 등 문화적 요소나 한국인의 사고방식이 드러난 장면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김인육의 시 ‘사랑의 물리학’을 읽고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주제로 글쓰기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원자오외국어 대학에서 근무했을 때 ‘한국대중문화’ 수업을 두 학기 동안 맡은 적이 있었어요. 한국어 수업이 아닌 부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화 수업이었는데 이때에는 제가 학습자들이 직접 한국 대중문화에 드러난 한국문화 요소를 찾아오게 했어요. 학습자들은 한국 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국의 신용카드 사용, 교복, 라면, 아이돌 연습생, 종교, 커플룩, PPL 등 다양한 문화 요소를 찾아냈어요. 그때 제가 느낀 바로는한국인의 관점에서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 혹은 ‘교육’한다기보다 문화 수업에서는 교수자와 학습자(서로 언어문화권이 다른 경우)가 자국 문화를 낯설게 보고, 타문화를 발견, 이해하며, 상호 문화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상호학습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었어요. 학습자들의 시선에서 발견한 한국 문화는 한국인들이 교육용으로 정리한 문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거든요. 저는 이러한 학습자들의 시선으로 이해한 한국문화 또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향후 대만에서 한국어 교육자로서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의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다들 어느 정도 예상하시겠지만, 대만이든 어느 곳이든 해외 근무는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꼭 해외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대만을 선택할 것 같아요. 일단 대만은 한국과 가깝고, 대만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은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으니까요. 다른 곳에서의 타향살이에 비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요. 대만은 한국과 비슷한 듯하지만 사고방식, 업무 스타일, 의사소통방식 등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됐어요. 그렇게 4년간 대만인과의 생활을 통해 터득한 내용을 제 책 『살아보니, 대만』에 담았습니다.

 

현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든 어느 직종에 있든 현지인과 어울리며 현지인의 습성을 이해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마음의 준비’는 갖췄다고 생각해요. 한국어 교육의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개인 교습이라도 대만인들을 가르쳐 보는 경험이 중요하고, 또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2급이상 보유하고 있다면 기회가 더 열려 있으리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통해전달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대만의 한국어 교육의 역사가 60년이 넘었고, 오랜 세월 동안 대만에서 한국어 교육을 위해 애쓰신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4년 동안 일하고 대만에서의 생활 및 한국어 교육 관련 책을 내고 대만의 한국어 교육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분들께서 쌓아오신 노고와 그분들께서 제게 베풀어주신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대만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박소영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만/타이베이 통신원]
약력 : 전) EY(한영회계법인) Senior 현)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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