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안탈리아주 세릭(Serik)에서 ‘한-터 우정의 숲’ 묘목 심기 행사가 열렸다. 올 여름 발생한 터키 최악의 산불로 한창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때, 한국에서는 배구 팬들을 중심으로 묘목 기부 행렬이 시작됐었다. 한두 번으로 끝나는 일회성 기부 행사 정도가 아니었다. 가히 ‘무브먼트’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움직임에 가까웠다. 역사적으로도 한국과 터키는 형제 국가라고 불리 울 정도로 깊은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묘목 기부 행렬은 정부 차원이 아닌 순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이기에 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한-터 우정의 숲 묘목심기' 행사에서 주터키 이원익 대사가 흙을 덮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터키를 돕자며 시작된 묘목 기부 운동은 SNS를 통해서 국내를 너머 전 세계에 있는 우리 국민들의 묘목 기부 행렬로까지 확대됐다. 묘목 기부 민간 단체인 ‘체쿠드’(CEKUD), 에이윱 데빅 이사장은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묘목심기 행사 당일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부한 묘목은 총 14만여 그루로, 대한민국 국민들과 한국 기업들의 기부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1999년에 설립된 체쿠드는 매년 터키 국민들을 중심으로 주로 묘목을 기부받아 왔다고 전했다.
<’체쿠드’(CEKUD) 에이윱 이사장과 임원들이 이원익 주터키대사 방문하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출처 : 체쿠드 제공>
그런데 지금과 같이 해외 어느 한 국가 국민들의 기부가 이렇게까지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면서 묘목 기부 운동에 놀라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놀라는 반응은 이원익 주터키한국대사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사는 한-터 묘목심기 행사 식사에서 “스포츠로 비롯된 양국 간 우정이 환경보호 협력이라는 우정으로까지 발전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했다. 사실, 이번 행사에서 묘목을 처음 기부하는 단계부터 묘목심기 행사까지 직접 현장에는 없었지만 모든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보였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여자배구 국가대표 김연경 선수였다.
김연경 선수는 직접 현장에는 올 수가 없었지만, 터키 시민들은 가는 곳마다 김연경 선수의 사진을 들고 나와서 ‘한국과 터키, 우정의 숲’을 있게 해 준 김 선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통신원은 가는 곳마다 김연경 선수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나온 터키 시민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다. 김연경 선수는 2011년 터키 리그 명문 구단 페네르바흐체에 입단했을 때부터 최고의 실력뿐만 아니라 좋은 성격으로 팬들은 물론 동료 선수들에게도 칭찬이 자자하다. 이번 ‘한-터 우정의 숲 묘목 심기 행사’에는 주터키 한국문화원 박기홍 원장이 김연경 선수가 우리 국민들에게 드리는 감사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박기홍 주터키 한국문화원장이 김연경 선수의 감사 메시지를 대독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안녕하세요. 배구선수 김연경입니다. 터키에 우리 국민들께서 기부해 주신 묘목 14만 그루를 사용하여 6개의 도시에서 한-터 우정의 숲을 조성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너무 뜻깊은 일에 조금이나마 동참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드리고, 하루 빨리 산불로 인한 피해가 복구되어 모두가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마나브갓 지역 새카맣게 탄 산림 사이에서 초록색 새싹 돋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대형 산불로 전소된 초등학교 건물이 뼈대만 서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컨테이너에서 거주하고 있는 산불 이재민과 가축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은 묘목 심기 행사가 열리는 전날, 안탈리아 주 마나브갓 지역을 중심으로 산불 피해현장들을 돌아봤다. 인가가 드문 산 속 깊은 곳을 중심으로 피해가 컸기 때문에 인명 피해보다 야생 동물과 가축들의 피해가 매우 컸다. 75가구가 화염에 휩싸여 복구 작업이 한창인 한 작은 마을이었다. 아직도 주민들은 수도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추운 겨울을 맞고 있었다. 그리고 컨테이너 건물 옆 한 켠 우리에서는 화재에 탄 가축들이 기운 없는 모습으로 있었다. 주민들과 가축들, 그리고 야생동물이 대형 화마에 얼마나 놀랐을지 이내 필자의 마음도 슬퍼졌다.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새카맣게 타 버린 산림들을 보면서는 통신원의 입을 닫지 못하게 했다.
화재 지역들의 모습을 먼저 돌아 봐서였을까. ‘한-터 우정의 숲’ 식수 행사가 열리는 행사 당일, 우리 국민들의 기부로 심겨지는 어린 묘목들을 보면서 조국과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더 없이 큰 감사가 느껴졌다. 이제 터키는 씨앗이 잘 심겨져 새싹을 피울 수 있는 우기를 맞는다. 안탈리아 주 3만 그루, 무을라 주 3만 그루, 킬리스 주 2만 그루, 아다나 주 1만 그루, 네브쉐히르 주 4만 그루, 이스탄불 주 1만 5천 그루가 한-터 우정의 숲으로 조성이 된다. 다행이 이번 대형 산불에 껍질만 탄 나무들은 죽은 게 아니라 10년이 지나면 숲으로 자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새카맣게 검게 탄 나무들도 3백도까지 견딜 수 있어서 나무 껍질 안은 여전히 생명이 있는 상태라고 한다. 바라기는 어린 묘목들이 잘 자라나서 후대에도 한국과 터키, 우정의 관계가 숲으로까지 발전해 가기를 기대한다.
※ 참고자료
《YTN news》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GA8BVoS_lTQ
《YTN》 (2021. 8. 15.)
<터키 덮친 ‘초대형 산불’…국토의 절반이 피해>,
https://www.ytn.co.kr/_ln/0104_202108150606063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