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한식 또한 덩달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도 한국과 가깝기도 하며 이미 30년이라는 교류를 통해서도 한식의 전파가 비교적 광범위하게 되어 있다. 물론 불미스런 논쟁들이 있긴 하지만 중국의 대도시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도 한식당을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한식당이라고 한국인이 운영하지 않는 곳이 수두룩하다.
<서울관은 한국인이 많이 사는 위베이취(渝北区) 진통루(金童路) 지하철역 근처에 위치해있다.>
충칭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위베이(渝北)라는 신도시이며 충칭에서 한식당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 대부분의 한식당은 중국 동포 출신이 운영하는데 그 중 유일하게 중국인 한족 출신이 있다. 한국말도 유창히 잘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잘해도 너무 잘해서 맛보다 사람 때문에 온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식당의 이름은 바로 서울관이다. 사실 충칭의 교민사회에서 이 서울관 중국인 사장을 모르는 이도 많지 않을 듯하다. 여담으로 올해 9월에 통신원이 서울관 한족 사장의 인터뷰 계획까지 마친 후였는데 갑자기 영업을 중단해 취소했다가 11월 초에 재오픈하였다는 것을 알고 반가운 얼굴을 보러 갔다.
<아직 30대인 젊은 중국인 대표는 항상 웃는 미소로 오는 손님들을 친절히 맞이한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서울관이라는 한식당을 운영하는 소미(小美)라고 합니다. 진짜 이름은 후팡웬(胡方媛)인데 예전에 호텔에서 일할 때 한국 손님들이 제가 잘 웃으니까 '미소 씨'라고 부르시다가 여러 면에서 소미가 듣기가 편하다고 말씀을 하셔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네요. 저는 사실 제 개인적으로도 한국이름이 듣기 좋아서 좋아해요.
한국말을 너무 잘하시는데 어떻게 언제 한국말을 배우셨는지요.
한국말은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보거나 한국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생활하면서 배우게 됐습니다. 처음에 한국에 간 게 2016년 제주도였는데 그때는 한국말을 거의 잘 못 할 때였어요. 사실 제주도는 한국말을 잘 못 해도 여행하는 데 거의 불편함이 없는 곳이죠. 그래도 조금씩 한국말에 자신이 붙으면서 서울도 가고 부산도 놀러 갔습니다. 마지막 2019년 한국에 놀러 갈 때는 중국 가족들 데리고 여행도 했어요. 아마도 제 한국말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한식당을 하게 되셨나요?
말하자면 얘기가 길어지는데, 사실 정말 우연하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지만 제가 식당을 하게 될 것이라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정말 단순히 이곳에 밥을 먹으러 왔다가 문 앞에 ‘직원 구함’이란 문구가 붙어 있었고 당시 사장님과 한국어를 주고받다가 인연이 되었죠. 저도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하진 못했어요. 그런데 아쉽게 코로나가 터지고 사장님은 중국에 오랫동안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물론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시기라 매출도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요.
결과적으로 지난 8월 식당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2달 넘는 기간 동안 그래서 영업을 하지 못했어요. 그 이후 여러 고민 끝에 제가 인수 받아 11월 초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아시겠지만 그 때 충칭에 또 확진자가 급증해서 거의 3주간 정상영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저희 식당의 종업원들이 모두 새로 들어와 일에 익숙지도 않았기에 직원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11월 말이 되어서야 정상영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식당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혹시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언어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처음에 일하기 전에는 한국어 단어를 아는 수준이었고 일하면서 간단한 인사나 주문을 받는 정도였는데,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사장님도 중국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제가 전화 예약이나 모든 한국말 관련 업무를 봐야 하니 많이 힘들었습니다. 복잡한 얘기를 할 수가 없으니 상당히 곤란하기도 하고 버벅거리며 말할 때는 마음이 좀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나아졌습니다.
사실 충칭이란 도시가 규모는 엄청 큰데 한국분들은 잘 모르시잖아요. 한국에 갔을 때도 중국에서 여행지로 유명한 상해, 북경, 천진 그리고 장가계 같은 곳은 다 아시는데 충칭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잘 모르시고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충칭은 한국과 엄청나게 큰 연관이 있는 도시잖아요. 임시정부도 그렇고 광복군 사령부도 그렇고요. 저는 충칭에 한국분들이 원래 많지 않은데 지금은 코로나19 탓에 더 적어져서 아쉬움이 큽니다. 충칭이 한국분들에게 알려져서 더 많은 분들이 충칭을 아시고 충칭을 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저랑 정말 친한 한국분은 저한테 여행사 하자고 농담 삼아 말씀하셨어요. 왜냐하면 한국 분들이 아는 중국 여행지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요. 충칭은 이제 중국 서남부의 중심지로 확실히 자리 잡았는데 여행지로 가볼 만한 곳이 얼마나 많냐면서 저랑 여행사하면 돈 많이 버실 수 있을 거라고 하셨죠. 정말 그만큼 충칭이 점점 더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식당들이 힘들었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계획이나 노하우가 있나요?
현재는 모두가 힘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저도 다를 것 없는 것 같아요. 서울관이 맛에서는 특별히 아주 크게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하고 위생적인 재료사용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같은 방법으로 만들더라도 재료가 나쁘면 전 기존의 고객들은 금방 알아차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손님도 다시는 안 오시겠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 친절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잘 웃습니다. 실제로 처음 방문하시는 분도 저의 첫인상을 잘 웃는 사람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지금의 이런 모습이 저의 앞으로의 브랜드와 접목되길 바랍니다.
또 이번에 11월 초에 오픈했음에도 정상영업을 하지 않은 이유는 3주간 직원들의 부족한 점을 훈련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厚积薄发(준비를 충분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중국의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싶습니다. 참고로 이번에 처음으로 배달도 시작했습니다. 최근 새로 개발한 자장면 메뉴가 아주 인기입니다. 배달음식을 하면 여러 인기 메뉴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자장면의 매출이 좋기도 하지만 주문자를 확인해보면 상당수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분들의 입맛에도 맞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당에 와서 자장면을 드시는 분들은 대부분 중국 분들이신데요. 한국의 오리지널 자장면은 저희보다 단맛이 조금 강하거든요. 그런데 충칭의 음식이 조금 맵고 짠맛이 강하다 보니 이 단맛의 선호도를 맞추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11월에 새로 재오픈을 하며 스마트 서빙 기계를 들였다. 이 또한 소미 대표의 새로운 코로나 시기 해결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새로 개발한 자장면을 시켜서 먹어보았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입맛을 모두 고려해서 요즘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다. 가격은 25위안(한화 4500원)으로 주변 식당에 비해서도 비싸지 않았다.>
앞으로 계획과 희망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글쎄요. 지금은 다른 생각은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 상태로는 사실 내년, 내후년에도 저는 코로나가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겠지만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 일상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 사업도 잘 돼서 이 브랜드로 2, 3호점도 내고 싶습니다. 인생에서의 희망이 있다면, 나중에 이런저런 경험들을 다 해보고 나서 아무 사람도 없는 자연에서 지내보고 싶어요. 한국의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처럼요. 저도 그런 생활을 해보고 싶습니다. 자연에서 인생을 배우는 거죠.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중국인은 이제 특별하지 않다. 그만큼 한식당은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충칭의 서울관이 특별한 이유는 분명 중국인 대표 소미 씨가 한국을 생각하는 방식에 있다. 그녀는 한국인, 중국인을 떠나 사람에 대한 배려와 예의는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음식점이기에 한국의 음식을 연구하고 만들지만 그 음식은 한국, 중국 손님 모두가 먹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힘든 코로나 시기를 슬기롭게 잘 견뎌내어 앞으로 2, 3호점을 성공적으로 여는 그날을 응원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약력 : 현)Tank Art Center No41.Gallery Director 홍익대 미술학과, 추계대 문화예술경영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