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지난 9월부터 각종 규제들을 대폭 완화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길거리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니며 실내 모임 인원 제한도 사라졌다. 술집과 클럽의 영업 제한 시간도 없어졌다. 이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생활이 가능하게 됐다. 이와 같은 조치가 관광 국가인 스페인이 코로나로 인한 규제를 피해 오는 관광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린 성급한 조치라는 비판의 의견도 많지만, 이제 바이러스에 무감각해진 현지인들은 환영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함께 한류 커뮤니티들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2년이란 시간 동안 행사의 개최는 어려웠지만, 그동안 한류의 인기는 더 높아졌고, 새로운 팬층이 계속 생성되면서 행사와 이벤트들 열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커뮤니티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제 크고 작은 한류 커뮤니티들이 여름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스페인 대표 한류 커뮤니티 ‘Han-a 마드리드’는 오는 12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열리는 만화 및 애니메이션 박람회 Cómic Pop Up 2에서 케이팝 커버 댄스 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첫 개회를 앞둔 Cómic Pop Up 2는 70여 명의 스페인 국내외 작가들 70여 명의 참여가 확정되어 만화와 애니메이션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행사는 어린이 및 청소년 레크레이션 행사 ‘후베날리아(Juvenalia)’와 함께 진행되어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팝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좋아할 어린 연령층들이 많이 찾는 행사에서 열리는 케이팝 이벤트는 케이팝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마드리드 또 다른 한류 커뮤니티 ‘JADE.LEGION’은 케이팝 커버 댄스, 노래 경연대회를 포함한 한국 문화 행사 ‘만남(Quedada, 카데다)’을 마드리드청소년문화회관(EL sitio de Mi Recreo)에서 개최했다. 케이팝 팬들이 만든 이 한류 커뮤니티는 이전에도 케이팝 경연대회를 조직하여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늘 진행하는 케이팝 커버 댄스, 노래 경연에 더불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들은 다음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굿즈를 만들어 판매를 하기도 했는데, 맴버 모두가 학생들인 이들이 후원 없이 행사를 이어가기 위한 방법이라 관계자는 말했다.

<마드리드청소년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류 커뮤니티 케이팝 행사 – 출처 : 통신원 촬영>

오랜만에 열린 행사를 찾은 이들은 마스크 뒤의 기대와, 흥분을 숨기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며 행사를 즐겼다. 이들의 모습에서 ‘함께’ 만나 춤추고 노래하고, 즐거움을 나누며 아티스트들의 얼굴이 화면에 비출 때마다 환호하는 것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 수 있었다. 케이팝 안무를 함께 배우는 이들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했다. 이제 대학생 새내기로, 2년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루시아 씨는 “정말 기다린 행사였다. 마드리드 먼 곳에서 진행했어도 쫓아 가서 참가했을 것”이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친구들과 함께 마드리드 케이팝 댄스 커버 팀들의 성지인 Nuevos ministerio 광장에서 춤을 연습하고 다른 팀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었지만 이런 행사는 또 다른 느낌”이라며 “하루 빨리 바이러스가 종식되어 다시 콘서트를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전했다.

코로나 창궐 이전, 스페인에는 한류 팬들이 늘어나면서 스페인을 찾는 아티스트도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팬데믹 현상으로 방탄소년단, 에이티즈 등, 예정되었던 콘서트들이 취소되어 팬들의 실망이 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던 이들에게 내년 3월 예정된 에이티즈 마드리드 콘서트 소식은 큰 화제다. 이날 행사에서도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 콘서트에 대한 소식을 이야기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에게 오프라인 행사는 취미를 즐기고 끼를 마음껏 내보일 수 있는 자리임과 동시에, 케이팝 등 연예계 소식을 전하고, 정보들을 교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들은 케이팝 앨범이나 굿즈, 한국 화장품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웹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나누거나 한국에 관련된 전공, 스페인 내 대학에 대한 정보를 나누곤 한다. 온라인 세상이 아주 익숙한 세대들인 이들에게 케이팝은 현장에서 만나 살을 맞대고 교류하고 함께 공유하며 성장하게 도와주고 있다. 경연대회의 이름으로 등수를 가르고는 있지만 참여하는 이들이나 응원하는 이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행사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행사였다. 앞으로도 이들이 더 즐기며 성장하도록 많은 한류 행사들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본다.

•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