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전쟁에서 시작한 우정, 문화교류의 시작이 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1.22

지난 115캐나다 해밀턴 미켈란젤로 컨퍼런스 홀(Michelangelo Events &Conference Centre)에서는 한국전에 참여했던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오찬 행사가 진행되었다. 20년 동안 지속돼 온 캐나다 한국전 참전 용사 보훈 오찬은 캐나다한국전참전용사지구26과 해밀턴할턴한인회가 주최하고주토론토총영사관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캐나다 한국전 참전 용사 보훈 오찬에 참석한 귀빈들의 모습>

<캐나다 한국전 참전 용사 보훈 오찬에 참석한 귀빈들의 모습>


행사 당일제복을 입은 백발의 군인들이 화려한 미켈란젤로 컨퍼런스 홀을 가득 메웠다거동조차 불편해 보이는 이들이었지만 환한 미소로 가족과 함께 참여하였고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들과 진한 기쁨을 나누었다. 20년 동안 지속되던 오찬 행사는 작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되었고그 사이 캐나다 참전 용사들의 건강에는 큰 변화가 있기도 했기 때문에동료들을 만나 안부와 안녕을 물으며 70여 년 전 함께 했던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더욱 애틋해 보였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모습>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모습>


당시 한국 전쟁은 2차 세계 대전이 종전된 지 5년 만에 다시 발발하여 길고 오랜 전쟁에 지친 캐나다 대중들에게는 우려의 대상이었다또한 캐나다인들에게 한국은 유럽에 비해 심리적 정서적으로 먼 곳이었고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은 당시의 경제적 상황에 의해 더욱 쉽게 잊혀져 갔다따라서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참전한 전쟁에서 승리하며 돌아온 캐나다 참전 용사들은 환호와 감사가 아닌 무관심과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오랜 시절을 보내야 했다하지만 캐나다로 부터 수십년 동안 자신들의 참전에 대한 어떠한 지지나 격려도 받지 못했을 때한국은 자신들을 잊지 않았다고 참전 용사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전쟁 이후 놀라운 경제적정치적 발전을 이룬 한국은 모두가 잊어버린 기억의 파면을 건져 올려 참전 용사들에게 오랫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존경과 감사를 전했다특히 지난 전 세계 팬데믹 상황 속에서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나라에 거주하는 참전 용사들을 대상으로 의료용 KF94 마스크를 보냈다이에 캐나다의 주요 미디어들은 한국 전쟁에 대한 새로운 관심으로 조명하기 시작했다캐나다 전역의 한국전 참전 용사들에게 전달된 의료용 마스크 3만 5,000장은 전쟁을 겪은 한국이 보내는 우정의 선물이자가장 어려운 시절 한국을 도운 이들에 대한 보은의 화답으로 캐나다 미디어에 소개됐다이렇게 캐나다 내 한국 전쟁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형성하되 시작했다아픔과 상처로 얼룩진 전쟁에 대한 캐나다와 한국의 공동의 경험은 양국의 우정을 확인하고 미래를 함께 약속하는 문화교류의 시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한국전 참전 용사 보훈 오찬 준비위원장 김후정 씨>

<캐나다 한국전 참전 용사 보훈 오찬 준비위원장 김후정 씨>


행사는 보훈 오찬 행사를 준비해 온 김후정 씨와 메이저 돈 케네디(Major Don Kennedy)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이어 김득환 토론토 총영사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 레이먼드 조(Raymond Cho)도 캐나다 참전 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온타리오 주의원해밀턴시 경찰청장 및 부청장 그리고 캐나다 재향군인회원들과 할톤-해밀턴 한인회 소속 관계자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온타리오 주 총독 엘리자베스 도우데스웰(Elizabeth Dowdeswell), 상원의원 연아 마틴(Yonah Martin), 하원의원 리사 헤프너(Lisa Hepfner) 등은 축전을 통해 행사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가야금 연주와 홀로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한인들>

<가야금 연주와 홀로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한인들>


총 180여 명의 귀빈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는 벌링턴 지역의 이글스필드 교회(Eaglesfield Church) 한인들이 전통 한복을 입고 가야금 연주와 홀로 아리랑 중창 공연을 펼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캐나다 참전 용사들이 한국전 당시 직접 촬영한 사진도 영상으로 상영했다이는 캐나다 한국전 참전 용사 보훈 오찬 행사에서 20년 동안 준비위원장을 맡아온 김후정 씨의 오랜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20년 전부터 참전 용사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희귀한 사진들을 하나하나 스캔하여 보관해 온 김후정씨는 당시를 회고하며 고되고 힘든 작업이었지만이렇게 귀한 작업물을 완성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김후정 준비위원장은 “20년 전 우연히 신문기사에서 한국 전쟁이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 불리고 있다는 참전 용사 인터뷰를 보고이들을 위한 오찬모임을 작은 지역 교회와 함께 시작했다고 한다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아 스스로를 잊혀진 전쟁의 참전 용사로 여기던 이들은 이제 한국과 캐나다 정부의 관심으로 캐나다 육군해군공군 장교들이 참석하고수많은 귀빈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 자신들의 가족들과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하고 있다.

 

거동도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함께 자리한 손자 손녀들은 오래 전부터 한국의 이야기를 들어 왔을 것이다가난과 폐허의 땅할아버지가 참전했던 춥고 어두웠던 땅한국은 이제 세련된 K-Pop과 흥미로운 이야기의 나라가 되어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또한 할아버지의 희생을 잊지 않고 감사하는 나라로 그들에게 기억될 것이다할아버지로 시작된 오랜 우정과 사랑은 이제는 손자 손녀들에게 전달되어캐나다와 한국 양국의 든든한 문화적 교류의 교두보가 될 것이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고한나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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