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휘인' 홍보 포스터; 뮤지컬의 소재가 된 인물인 ‘임휘인’은 실존인물로서, 보수적이었던 1930년대 중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다방면에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뮤지컬 ‘휘인’은 임휘인의 일생과 임휘인을 둘러싼 세 남자, 그리고 임휘인의 친구였던 사빙심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 출처 : 廣藝基金會>
한국-대만의 합작 뮤지컬 <휘인>(중문명徽因, 국내 공연명 Toward)이 대만에서 첫 공연을 시작했다. 대만 내 초연을 하루 앞둔 지난 11월 11일, 광예기금회(廣藝基金會)의 주최로 타이중국가가극원 2층에서 <휘인>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는 공연에 대한 소개와, 광예기금회 집행장인 양종헝(楊忠衡)의 연설이 있었으며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2곡을 공연 후 미디어의 질문을 받았다.
<한국과의 협업과 관련하여 설명하는 양종헝 집행장 - 출처 : 廣藝基金會>
이날 양종헝 집행장은 최근 한국 뮤지컬의 발전에 대해 논하기 시작하며 한국과의 협업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는 “1940년대에서 50년대에서 태어난 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한국은 지금처럼 발전한 국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은 휴대폰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을 꾸준히 변칙적으로 성장시키며 발전해 왔고, 한국의 뮤지컬 또한 마찬가지로 꾸준하고 변칙적인 성장을 해왔다”고 말하였다.
10년 전만 해도 뮤지컬로 유명하지 않았던 나라의 뮤지컬과 뮤지컬 페스티벌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과연 무엇이 한국의 뮤지컬을 이토록 빠르게 변화시켰을지 반문했다. 양종헝 집행장은 “한국 뮤지컬은 무대, 시각 효과 등의 구성이 좋고 연극 전체의 리듬의 특징이 바람직하다”고 평하며, “한국 뮤지컬을 완전히 모방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 뮤지컬의 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예기금회는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던 중, 코로나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었으나 <휘인>과 관련한 협업을 온라인을 통해서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화상회의를 거쳐 의견을 조율해 나가고,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마침내 <휘인>을 무대 위에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휘인>이라는 작품을 선택했는지, 임휘인이라는 인물을 주제로 한 뮤지컬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대답으로서, 양종헝 집행장은 각 나라에서 임휘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점을 알리며, “한국인에게 임휘인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여성의 정신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양종헝 집행장은 “역사적 인물의 본받을 만한 현대적인 정신이, 이 극을 통하여 계승되길 바라며 동시에 이 극의 감동이 관객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며 연설을 마쳤다.
<한아름 작가의 VCR 화면 - 출처 : 통신원 촬영>
양종헝 집행장의 연설에 이어 한국측 제작자들의 VCR이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하여 한국의 제작자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는 아쉽게도 대만에서의 초연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하였으며, 대신 VCR을 통해 대만의 기자들과 인사했다. 서재형 연출가는 “<휘인>이 대만과 한국이 처음으로 합작하여 제작하는 뮤지컬이라고 알고 있다”며, “더 나은 제작 환경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한편, 공연장에 방문하여 포기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걸어가는 여인인 휘인의 이야기를 함께 볼 것을 당부했다.
한아름 작가는 “대만의 관객들을 휘인을 통해 만나보게 되어 반갑다”는 인사말로 VCR을 시작했다. “뮤지컬 <휘인>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전한 한아름 작가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휘인>을 통해, 관객들이 내일을 고민해 보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열연하고 있는 배우 천핑린 - 출처 : 廣藝基金會>
이어 클라이막스의 2곡 〈戰爭〉、〈親吻〉의 공연이 이루어졌고, 뜨거운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주연을 맡은 배우 천핑린의 열창이 익일 공개될 뮤지컬 <휘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음 날 이루어진 <휘인>의 공연장에는 전날의 취재 열기를 증명하듯, 공연을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했다. 공연장은 한국과 달리 간격을 두지 않고 채워졌고, 코로나로 인해 공연 사업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에도, 거의 모든 좌석이 채워져 <휘인>에 대한 현지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국에서와 달리 임휘인은 대만에서는 유명한 문인이기에, 대만의 관객들은 <휘인>과 관련한 역사를 이미 인지한 상태에서 극을 관람했다. 이에 한국 공연과 대만 공연에서 관객의 반응은 일부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임휘인이 첫사랑인 서지마의 사망 이후 남긴 작품이 불륜으로 비판받고, 이 작품을 남편인 왕사성이 사빙심으로부터 전달받는 장면에서는,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들의 왕사성을 동정하는 헛웃음이 군데 군데에서 터져 나왔다. 한국 관객과는 다른 반응일 것이라고 예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미 극의 전개 방향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대만인 관객들의 극에 대한 몰입도는 높았다. 임휘인이 역경을 이겨내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작게 오열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였으며, 극이 끝난 후에는 관객들의 박수 갈채와 환호가 이어졌다. SNS에서는 관객들이 남긴 호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남겨진 관객의 호평 - 출처 : 인스타그램 계정 @showyin1213>
극을 관람한 수영(Showyin) 씨는 “극에 감동했으며, 노래가 하나하나 다 좋았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관객들을 만족시킨 훌륭한 공연이었지만, 서지마와 임휘인이 서로를 향해 쓴 시는 현대 중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기에 이 시가 뮤지컬 넘버화 된 내역을 기대하였으나, 저작권의 문제로 시를 직접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은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뮤지컬 <휘인>의 대만 타이중 공연은 14일까지 이루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휘인>의 타이중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놓쳤더라도 온라인 관람의 기회가 남아있다. <휘인>은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온라인 공연의 티켓 가격은 300대만달러(약 12,711원)으로 책정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성된 한국과 대만의 첫 합작 뮤지컬인 <휘인>이 다양한 기회를 통해 더욱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참고자료: 광예기금회 홍보팀 제공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만/타이베이 통신원]
약력 : 전) EY(한영회계법인) Senior 현)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박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