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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정부 규제에 발맞춰 변화되고 있는 싱가포르의 디파발리(Deepavali) 축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1.15

싱가포르에 산다는 것은 많은 문화와 민족 속에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싱가포르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많은 문화들과 민족들이 공존하며 살아간다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디파발리 축제는 싱가포르의 주요 축제 중 하나로 디왈리 또는 빛의 축제라고도 불린다선이 악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힌두인들의 축제로 빛의 축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기간 동안에 거리 곳곳을 빛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축제 기간 동안싱가포르에서는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라는 지역에 모여 길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조명으로 거리를 꾸민다디파발리는 11월 4일이지만 약 한 달 전부터 리틀 인디아 거리 곳곳에 화려한 설치물들이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2021년 싱가포르 디파발리 축제 영상 – 출처 : 싱가포르 여행자 유투브 채널(@The walking lens)>


<싱가포르 디파발리 축제 모습들 – 출처 : 디파발리 축제 공식 인스타그램(@officiallishasg)>

<싱가포르 디파발리 축제 모습들 – 출처 : 디파발리 축제 공식 인스타그램(@officiallishasg)>


거리 곳곳을 빛으로 장식할 뿐만 아니라힌두인들은 이 기간 동안 집 문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꾸미는 랑골리(rangoli)라는 인도의 전통 미술 작품들을 설치한다쌀가루돌가루꽃잎 등으로 자연을 그리기도 하고 기하학적 문양 같은 패턴들을 그리기도 한다랑골리는 수많은 형태로 각기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지만공통되는 특징은 반복되며 대칭을 이루는 패턴들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이러한 반복성과 대칭성은 힌두 사상에서 우주의 균형을 상징하고 우주 본질의 무한성과 신들의 영원성을 상징한다고 한다이것은 신들이 땅으로 내려올 때 발을 딛는 받침대를 의미하고 신을 집안으로 안내해 앞으로 1년간 집안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보통 가정집 문 앞에 장식한다.


<랑골리 작품의 모습 – 출처 : 싱가포르 디파발리 공식 웹사이트><랑골리 작품의 모습 – 출처 : 싱가포르 디파발리 공식 웹사이트>


지난해 팬더믹으로 인해 대부분의 축제가 취소되었기 때문에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은 올해 디파발리 축제를 더 간절하게 기다려왔다하지만지난 9월부터 싱가포르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더 강화하고 1개월 더 연장된 11월 21일까지 외부 2명 이상의 만남이 금지되면서축제를 기다려온 사람들을 실망하게 했다하지만올해는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 속에서 작년보다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들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이 눈길을 끌었다이는 더 이상은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즐거움을 빼앗기지 않으려 새로운 방법들을 찾고 스스로 발전해가는 인간’ 특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디파발리 축제 공식 사이트(www.deepavalisg.com)를 통해 사전 신청한 사람들로 인원을 제한하여 보물찾기다양한 맛의 비리야니 볶음밥 맛보기 체험(Briyani Fiesta)과 같은 오프라인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하지만 이런 오프라인 이벤트들은 몰려드는 인원을 제한하기 위해서 현재 실시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풀리는 11월 21일 이전까지만 진행된다이렇게 싱가포르 정부가 일정 부분 사람들의 자유를 제공함과 동시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정책을 보면서현재 한국의 상황과 대비되는 부분과 일치하는 부분을 생각하게 됐다개인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전염병 창궐 상황에서는 정부가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시민들을 통제하고시민들이 이것에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받아들이는 방법이 위드 코로나를 보다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실시된 싱가포르 정부의 엄격한 거리두기 정책과 높은 확진자 확산 속도로 인해 코로나 이전 같지는 않아도 작년보다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생겨났다이번 디파발리 축제에서는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동시 진행되었다힌두 음식 마스터클래스 및 시연엔터테인먼트 쇼, TikTok 댄스 챌린지노래방 경쟁과 같은 직접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온라인에서 진행 중인 틱톡 댄스 챌린지, ‘Di Di Deepavali’ - 출처: 틱톡(@jai_shree11)>

<온라인에서 진행 중인 틱톡 댄스 챌린지, ‘Di Di Deepavali’ - 출처: 틱톡(@jai_shree11)>


이렇게 비대면으로 축제를 즐기는 창의적인 방법들을 만들어가는 싱가포르의 모습은 꽤 흥미로웠다이방인 신분으로 싱가포르 사회 속에 살아가면서적절한 규제와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가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싱가포르 사람들은 코로나가 이제 더 이상 사라지지 않는 것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사람들이 코로나와 공존하면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언제까지 이 상황이 나아지기만은 기다리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기에함께 공존하면서 최대한 즐겁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이러한 모습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야 할 길과 방향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인간 본연의 긍정적 부분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어두운 현실에 한 줄기 빛을 보는 듯했다.

 

매년 디파발리 축제 때마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지 중 하나인 이스타나(Istana, 궁전)를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해 왔다이곳 이스타나는 이전에 싱가포르 영국 총독들의 사택이었고 현재 대통령의 집무실로 쓰이는 곳으로 1년에 5번 (음력설노동절하리라야푸아사내셔널데이디파발리때만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작년에는 팬더믹으로 갈 수 없었던 이곳은 올해 사전 신청자들에 한해 디파발리 축제 날 일반 사람들에게 개방되었다싱가포르 거주자들은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팬더믹으로 풀 수 없었던 여행의 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올해 디파발리 축제 날에는 2,000명의 사람들이 이스타나를 방문했다.


<개방된 이스타나를 즐기는 싱가포르 사람들 – 출처: 이스타나 공식 홈페이지>

<개방된 이스타나를 즐기는 싱가포르 사람들 – 출처: 이스타나 공식 홈페이지>


싱가포르는 1년 동안 가정 학습 및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과 학생들 집에 갇혀 지냈다. 이 때문인지 올해 개방된 이스타나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과 아이들이 넓은 잔디밭과 정원을 뛰어노는 장면들이 많이 포착되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생계와 관련한 일을 잃고 건강을 잃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너무나 큰 피해자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껏 뛰어놀고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고 자라가야 할 아이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친구들과의 교류도 차단당한 채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재앙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축제를 진행하는 싱가포르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동시에 생겨났다. 인간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최악의 환경에서도 살아갈 다양한 방법들과 새로운 길들을 만들어낸다. 이번 디파발리 축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제한적이었지만, 작년보다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졌다.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싱가포르는 안전하고 창의적으로 축제를 즐기고 축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잘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이곳저곳에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로 긍정적인 소식들이 들려온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제2, 제3의 코로나는 앞으로 계속 인류를 위협할 것이고 그 간격은 더 빨라질지 모른다. 우리는 치료제를 개발해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언제든 또 다른 비슷한 상황들이 왔을 때, 쌓아놓았던 경험을 토대로 어떤 방식들로 돌파해가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가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 참고자료
《The Straits Times》 (21. 11. 1.) <Ahead of Deepavali, vaccinated migrant workers visit Little India and offer prayers at temple>, https://www.straitstimes.com/singapore/community/ahead-of-deepavali-vaccinated-migrant-workers-visit-little-india-and-offer
《The Straits Times》 (21. 11. 4.) <Crowds throng Istana open house to celebrate Deepavali>, https://www.straitstimes.com/singapore/community/crowds-throng-istana-open-house-to-celebrate-deepavali
《The Straits Times》 (21. 9. 16.) <Little India light-up, TikTok dance challenge and five-hour show among Deepavali festivities>, https://www.straitstimes.com/singapore/little-india-light-up-tiktok-dance-challenge-and-five-hour-show-among-deepavali
《The Straits Times》 (21. 10. 22.) <Istana open house on Nov 4 to celebrate Deepavali, but no eating and drinking allowed>, https://www.straitstimes.com/singapore/community/istana-open-house-on-nov-4-to-celebrate-deepavali-but-no-eating-and-drinking


신보라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전) 싱가포르 Duke-NUS 의과 대학 박사후 연구원 현) 싱가포르 NUS Yong loo lin 의대 박사 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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