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음력 10월 3일 개천대제에 할리웃 유명 배우가 왔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1.16

지난 11월 7일(일)은 음력으로 10월 3일이었다. 한국에서 개천절을 양력 10월 3일로만 알고 있었는데, 개천대제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LA의 한얼사상회, 국선도, 대한사랑, AOK가 합동으로 후원한 ‘개천대제(開天大祭)’ 행사에 참석하고 나서야 진짜 개천절은 음력 10월 3일임을 알게 되었다. 개천은 말 그대로 하늘 문이 열린 날, 우리 나라의 생일이다. 가주마켓 쇼핑몰 3층에 위치한 전통 카페 ‘예’에는 도포와 갓을 쓴 운영위원으로부터 가족 단위로 참가한 이들까지 꽉 들어찼다.

 

올해는 서기 2021년이지만 단기 4354년, 신시개천은 5918년, 환기는 9218년이라고 한다. 역사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계산에 의거한 숫자들이다. 평소 카페 ‘예’의 무대로 쓰이던 공간에는 차례 상이 차려졌다. ‘개천대제(開天大祭)’라는 현수막 아래 차려진 상에는 놋그릇과 밥, 국, 각종나물, 조기, 생선전과 고기전, 불고기, 감, 대추, 밤, 떡 등 어릴 때부터 익히 보아왔던 제사 음식이 가득 올려져 있다. 위로는 황해도 구월산의 삼성사에 모셔진 환인, 환웅, 단검의 초상화가 모셔졌다. 재미동포들의 북한 방문이 가능하던 시절, 누군가가 찍어온 것이다.

 

고수(鼓手)가 징을 세 번 치면서 하늘, 땅, 사람들에게 개천대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제주가 분향 후, 꿇어 앉고, 둘 두 잔을 받아 땅에 붓는 모사를 통해 지신을 불러내 하늘로 승천시켜 천신을 불러오는 초헌 과정 후 삼배지례를 시작했다. 다시 주헌(제주 잔을 헌상)후 삼배(국조 현신 좌정)가 끝나고, 축문이 봉독됐다.

 

“유세차 신축년 음력 시월상달 초사흗날, 상원갑자년”으로 시작되는 축문에서 제주였던 김창옥 씨(국선도 사범)는 “한뿌리에서 태어난 구환의 형제국들이…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고… 이 땅에 배달의 후손들이 발을 디딘 지 어언 1세기가 되었다”면서 “홍익인간(弘益人間), 제세이화(在世理化)”를 실천하지 못해 인류의 평화와 지구의 환경을 망가트린 것에 대해 사죄하는 내용도 낭독했다. “홍익인간의 큰 뜻으로 배달민족의 단결과 빠른 평화통일을 이루게 하옵시고 인류의 원통한 한을 풀어 이화의 세계로 끌어 주옵소서.”라는 축문은 ‘미주 배달동포 일동’의 이름으로 올려졌다. 이어 우리 민족의 영성을 담고 있는 ‘천부경’을 읽은 후 <개천절 노래>를 합창하고, 징 소리로 끝을 알리며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만세삼창”을 했다.

 

의식이 끝난 후에는 제사 상 위의 음식을 서로 나누며 음복했다. 무대 위에서는 카페 예의 대표인 김원일씨가 꽹과리를 치며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로 <비나리>를 불렀고 이어 문하생들도 함께 무대에 올라 <진도 아리랑>을 불렀다. 참석한 이들 가운데 몇몇이 무대에 올라 오늘 개천대제에 참석한 감흥을 이야기했는데 훤칠한 미국 현지인이 무대에 올랐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이다, 싶었는데 자기소개를 하는 것을 들어보니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빌 풀먼(Bill Pullman)이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물론,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미국 대통령으로 출연해 잊혀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던 그 배우, 맞다.

  

그는 이날 ‘개천대제’ 운영위원 가운데 하나인 김동명 씨의 친구로 이 자리에 참여했다고 한다. 한국의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특히 제사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날 제사상 첫 번째 줄에 놓였던 과일들의 의미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문화에 대해 알아가고자 한다는 그의 말에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빌 풀먼은 김동명 씨로부터 신라의 도승 안함로가 지은 <삼성기> 영문본을 선물 받아 완독했다고 한다. 민족사관에 의해 쓰여진 책을 읽고 한국인보다 더 깊이있는 역사 지식을 가진 그가 새삼 더 커 보였다. 막걸리에 각종 전, 삼색 나물을 한국인들과 정감 있게 나누는 그에게서 다른 문화에 대해 활짝 열려 있는 마음을 봤다.

 

운영진 중 정연진 AOK 대표는 “오늘 개천제에서 우리역사를 바로 세우고 민족의 화합과 통합을 염원한 여러분 모두가 이 시대의 참 주인”이라며 “매년 ‘개천대제’를 거듭 발전시켜 전세계적 잔치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개천대제 제단>

<개천대제 제단>


<환인, 환웅, 단군의 존영이 놓여진 제단>

<환인, 환웅, 단군의 존영이 놓여진 제단>


<김창옥 국선도 사범이 제상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

<김창옥 국선도 사범이 제상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


<축문을 낭독하고 있는 김창옥 국선도 사범>

<축문을 낭독하고 있는 김창옥 국선도 사범>


<제단에 술을 따르는 운영위원들>

<제단에 술을 따르는 운영위원들>


<영화배우 빌 풀먼을 감동시켰던 제단의 음식들. 그는 과일을 놓는 의미에 대해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배우 빌 풀먼을 감동시켰던 제단의 음식들. 그는 과일을 놓는 의미에 대해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개천절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들>

<개천절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들>


<카페 예의 김원일 대표가 꽹가리를 치며 비나리를 부르고 있다>

<카페 예의 김원일 대표가 꽹가리를 치며 비나리를 부르고 있다>


<김원일 씨 문하생들이 꾸민 무대>

<김원일 씨 문하생들이 꾸민 무대>

<할리우드 영화배우 빌 풀먼이 무대에 올라 오늘 개천대제를 본 느낌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빌 풀먼이 무대에 올라 오늘 개천대제를 본 느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참가자들 모두 기념촬영>

<참가자들 모두 기념촬영>


박지윤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