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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전 세계가 열망하는 한국 아버지 콘텐츠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1.04

문화는 스토리를 좋아하고, 스토리만큼 문화를 잘 포장할 수 있는 요소는 없다. 음식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마찬가지로 가장 풍성한 한국 문화의 요소를 담고 있다. 음식은 또한 어머니의 랑, 정성과 동의어다. 한국 어머니만큼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는 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는 그것을 잘 표현했었다.

 

하지만 음식으로 표현되는 어머니의 사랑은 너무 뻔한 콘텐츠이다. 21세기는 새로운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요리하는 아버지, 자상한 아버지, 친구 같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사랑… 우리는 이런 모델을 필요로 한다. 영화 <7번 방의 기적>의, 뭔가 좀 부족하지만 자녀를 비판하지 않고, 자녀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순수한 아버지의 사랑은 한국과 전 세계의 영화팬들을 감동시켰다.

 

그렇다고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감동을 위해 아버지가 꼭 지능이 부족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음식 전문 잡지인 《본나뻬띠(Bon Appetit)》의 문화 섹션에 10월 29일자로 올라온 기사는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스토리가 있는 문화 현상 ‘음식’에 대한 가능성들을 엿보게 했다.

 

기사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갖고 있는 닉 조(Nick Cho)라는 인물을 조명한다. 그는 아내인 트리쉬(Trish)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레킹 볼 커피 로스터(Wrecking Ball Coffee Roasters)’를 창업했고 커피 업계에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을 일으키면서 지난 20여 년간 성공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 커피숍을 창업했고 여러 컨퍼런스에 스피커로 초대되기도 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가 하면, 수많은 바리스타를 키워냈고, 수많은 커피대회에서 심사위원을 지냈던 그는 최근 틱톡 계정을 통해 네티즌들과 커피 레시피를 나누는 한편 팟캐스트 ‘포르타필터(Portafilter)’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커피로 유명한 닉 조가 아니라 세계적인 아버지 현상을 이끌고 있는 닉 조에 주목했다. 그는 300만 명의 충성스러운 팔로워가 있는 틱톡 계정, ‘당신의 한국 아빠(Your Korean Dad)’를 이끌고 있다. 그가 올리는 동영상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페르소나로서의 그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보여줘 더욱 감동을 준다.

 

그는 미국의 약국 체인인 월그린(Walgreens)을 방문한다거나 슈퍼마켓에 가서 식재료를 구입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코스코에 가서 피자나 핫독을 먹는가 하면, 공부하는 자녀를 위해 커피를 만들어주거나 공항에 바래다주고 작별 인사로 손을 흔드는 동영상 등을 올리고 있다.

 

별 계획도 없이 월그린을 방문해 스낵을 사오는 동영상을 본 그의 딸들이 잔잔한 감동에 눈물을 흘리더란다. 그 감동은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동영상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부모가 일찍 돌아가셨거나, 이혼을 하여 곁에 없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의 동영상을 보면서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위로를 받으며 그와 연결됨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가 자신을 챙겨준다는 따뜻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최고의 아버지(Best dad ever)”라는 문장은 그의 동영상에 달리는 댓글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표현이다. 사람들은 그가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20대 젊은이들을 관리하다 보니 더욱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잘 하게 되었다고 느낀다. 그는 스스로를 좋은 아버지라 생각하고, 그의 틴에이저 두 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틱톡을 하기 시작한 것도 딸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는 20년간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 그리고 그가 사람들에게 주는 것 사이의 흥미로운 관계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2년 처음 커피숍을 오픈하고서 어머니에게 특별한 라떼를 만들어드리려 애쓰던 그는 결국 모든 사람이 그 정도의 정성이 담긴 라떼를 마실 자격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누군가에게 먹을 것, 마실 것을 주는 것은 진정 사랑의 행위라는 것을.

 

인간은 음식과 감정을 연결시킨다. 특히 음식을 부모의 사랑을 표현하는 강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화두는 심리적, 감정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음식, 그리고 음식과의 관계이다. 그는 여러 문화권에서 형성된 “받은 음식을 다 먹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떠나보내길 바라며 “핫도그 끝까지 먹지 않아도 돼”라고 말한다.

 

그는 또 한 차례 월그린을 방문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에서 그는 딸을 위해 탐폰을 구입한다. 그는 아버지도 딸을 위해 충분히 그런 것을 쇼핑할 수 있다는 행동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부모로서 첫 번째 역할은 깨어지지 않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신뢰란 것은 한 번 깨지면 다시는 처음처럼 회복될 수 없다. 그렇다고 두려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좋은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한 개인이 한국을 대표하는 아버지가 된 현상에 대해 다른 한국 아버지들은 당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300만 팔로워들의 댓글들을 보니 한국인인 그의 부성에 대해 가슴이 활짝 열린 것 같다. 실생활에 있어 아버지의 역할 부재는 21세기를 사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더욱 따뜻하고 자상한 ‘당신의 한국 아버지’를 열망하게 만든 게 아닐까. 지난 5월 말 개봉된 영화 <기적>의 아버지 역시 시종일관 무뚝뚝하지만 자녀를 향한 깊은 사랑은 그 누구 못지 않았다. 전 세계는 어머니와는 사뭇 다른, 한국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다룬 콘텐츠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한국 아빠’ 틱톡 계정의 닉 조 씨 - 출처: Nick Cho/Bon Appétit>

<‘당신의 한국 아빠’ 틱톡 계정의 닉 조 씨 - 출처: Nick Cho/Bon Appétit>


<틱톡 스타 닉 조 - 출처: commonwealth club 페이스북 페이지(@thecommonwealthclub)>

<틱톡 스타 닉 조 - 출처: commonwealth club 페이스북 페이지(@thecommonwealthclub)>



※ 참고자료
https://www.bonappetit.com/story/nick-cho-tiktok



박지윤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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