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캐나다에서 첫 소개된 한국 근대미술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1.02

코로나19의 여파는 캐나다의 많은 문화 행사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한국과의 문화교류 또한 주춤해 버린 듯했다. 그러나 지난 1년 10개월의 자가격리, 도시 전체의 락다운 속에서도 유튜브, 넷플렉스, 줌미팅(Zoom)으로 한국의 음악과 영화, 드라마는 캐나다와 전 세계에 전해졌고 이제 캐나다인들은 한국 문화산업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양국의 문화교류는 이어지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 너머에서 직접 눈으로 귀로, 그리고 감각으로 경험해보고자 하는 열망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최근 여러 행사를 통해 알 수 있다. 12세 이상 2차 백신 접종률이 82%를 넘어서고 있는 캐나다는 실내 및 실외 행사 참여 인원 제한 조치를 완화하면서 스포츠경기, 공연, 전시 등 많은 행사가 재개되고 있고,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각종 행사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한국근대미술 전시 포스터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국근대미술 전시 포스터 - 출처 : 통신원 촬영>


이러한 시기, 주캐나다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은 지난 9월 28일부터 한국의 근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개최하여 가상 공간이 아닌 실제 전시장에서 작품들을 감상하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캐나다에서 한국의 근대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며, 이번 행사의 공동 주관인 대구미술관이 소장한 한국근대미술 작품들을 서구권으로 대여하여 전시하는 것 또한 처음이라고 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대구미술관이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기증받은 ‘이건희 컬렉션’ 5점이 포함되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국근대미술 전시 공간 전체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국근대미술 전시 공간 전체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왜 근대미술일까? 왜 대구일까? 호기심을 가득 가진 채 한국문화원 입구에 들어서자, ‘한국 근대미술 : 대구풍경’이라는 포스터와 팸플릿, 도록이 있었고, 전시 기획 의도와 내용에 대한 설명이 벽면 전면에 기록되어 있어 전시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서예, 한자와 그림이 함께 담긴 한국 전통 미술이 언제부터 서구의 수채화와 유화를 닮아가기 시작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작품을 관람하고 작품 해설을 들으면서 일제 강점기 시절, 근대 미술 교육을 받은 예술가들을 통해 수채화의 장르가 정립되었고, 암울한 시기 유학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예술가들이 자신들이 체득한 기법으로 각자의 화풍을 만들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문화원 홀 내부에는 대구 출신의 세 작가, 이인성, 서동진, 전선택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화려한 색채감각을 드러내는 풍경화, 정물화 비롯해 당시 대구 신여성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인성의 초상화와 당시 대구 골목과 거리 등을 그린 서동진의 수채화를 볼 수도 있었다. 거기에 비해 전선택의 그림은 자연을 모티브로 하되, 추상화에 가까운 화풍을 보임으로 오래동안 머물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처럼 세 작가의 그림을 통해 어둡고 어려웠던 시절 속 변화와 새로운 시도, 도전의 힘 또한 여전히 건재했음을 한국 근대의 미술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대구라는 로컬적 특성을 강조함으로써, 한국 근대미술을 좀 더 구체적인 공간 속에서 경험 할 수 있었다. 즉 유학을 통해 신교육을 받고 난 후, 고향인 대구로 돌아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풍을 확립해 가던 그들은 단순히 물건과 인물, 혹은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암울한 시기를 지나고 있던 ‘때’와 사상과 고민이 뒤엉켜 있는 공간, ‘땅’ 위에 있는 물건과 인물 그리고 풍경을 그린 것이 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근대 대구를 보여주는 세 작가들의 그림은 한국 근대 미술의 실제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창이 될 수 있다.

<전시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전시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작품 하나하나에 큰 관심을 보이는 관람객 – 출처 : 통신원 촬영>

<작품 하나하나에 큰 관심을 보이는 관람객 – 출처 : 통신원 촬영>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전시장은 여러 관람객으로 북적였는데, 대사 부인 협회와 ICO(오타와 인터네셔널 클럽) 멤버들이 한국 미술전시에 초대되어 관람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림들 하나하나를 눈 여겨 보며, 큐레이터(최문선 선임연구원)의 설명을 들었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들은 이건희 컬렉션 5점을 흥미롭게 다가가 비교하며 관심을 가지기도 했고, 캐나다에서는 겪어보지 않았던 식민시절이라는 다층적인 의미의 시간에 형성된 미술 작품이라는 것에도 깊은 관심을 표했다. 또한 설명이 끝나자 이인성, 전선택의 특정 작품에 대한 질문을 하며 작품의 의미를 알고자 했다. 대부분 한국 문화, 한국 미술에 대한 전시는 처음이라고 밝혔는데, 이자벨라 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되었고, 좀 더 친숙해 졌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자리한 한국문화원은 찾아가기만 하면, 풍성한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때로는 음악으로 때로는 한글 수업으로, 영화와 태권도, 음식과 스토리텔링으로 다양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한국문화원의 전시장은 항상 한국의 미술과 예술의 중요한 플랫폼이 된다. 또한 이번 전시처럼, 캐나다에 최초로 소개되는 한국 근대 미술은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결을 또 한 번 깊게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처럼 폭넓은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가 캐나다인뿐 아니라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과 2세와 3세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본다.



고한나

  •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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