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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1 캐나다 총독 문학상 후보에 오른 한인계 캐나다 작가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0.28

캐나다 한인 작가의 책이 캐나다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벤쿠버에 살고 있는 안젤라 안(Angela Ahn)은 고등학교 교사이자, 도서관 사서로 일을 했으며, 한국계 캐나다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들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캐나다 전역의 교육청, 학교, 도서관, 문학계 등에서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올 해 3월 출시된 그의 책 『Peter Lee’s notes form the field』는 캐나다 최고의 문학상이라 불리는 총독 문학상(Governor General’s Literary Awards) 청소년 문학 부문의 2021년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앞으로의 활동에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자인 안젠라 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 이야기와 캐나다 한인 작가로서의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작가 안젤라 안과 그의 두 번째 책, ‘피터 리의 노트’ - 출처 : Tundra Books, angelaahnbooks.com>

<작가 안젤라 안과 그의 두 번째 책, ‘피터 리의 노트’ - 출처 : Tundra Books, angelaahnbooks.com>


먼저, 캐나다 총독문학상 청소년 문학 부문에서 2021년 최종 후보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문학상 후보가 어떤 상이며, 캐나다 한인 작가로서 후보가 되신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십시오.

총독문학상은 1930년대부터 이어져온 캐나다의 문학상입니다. 캐나다 총독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표하고 있지만, 캐나다 총독 문학상은 캐나다 예술위원회(The Canada Council for the Arts)가 직접 주관하고 있습니다. 7개 부문으로 나뉘어 매년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데, 한국인으로서는 제가 처음으로 최종 후보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무척 행복하지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성공적인 한국문화 영향을 생각한다면, 이번 최종 후보 지명은 단지 하나의 작은 각주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책, 『크리스타 김밥(Krista KIM-BAP)』도 그러했지만, 이번 책 『피터 리의 노트』가 총독상 후보뿐 아니라 주니어 도서관조합선정(Junior Library Guild selection), 2021-2022 판다 북 어워드 학령기 독자 후보(Panda Book Awards Middle Reader Nominee), 2021년 가을 캐나다아동도서센터가 선정한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책(Canadian Children's Book Centre, Best Books for Kids and Teens), 2022 독서의 숲, 은박쥐상 소설 후보(Forest of Reading Silver Birch Award Fiction Nominee) 등 여러 상을 수상하고 있는데, 이 책이 캐나다에서 특별하게 주목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어린이 책이 도서시장에서 주목받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출판 시즌마다 수 천권의 책이 만들어지고, 그 중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책들은 단지 몇 권에 불과합니다. 『퍼터 리의 노트』는 출판 전부터 작지만 중요한 방법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크고 화려한 뉴스는 아니지만, 조용하게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저는 결국 캐릭터들이 사람들을 연결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퍼터 리의 노트』에 나오는 주인공 피터는 꽤 현실적이기도 하고, 진정성이 있다고 보이는데, 그에게는 희망과 꿈이 있지만, 모든 일이 잘 풀리지는 않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보다 똑똑한 여동생이 있어서 모든 관심은 동생이 다 받기도 하는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유머가 가득한 재미있는 책이기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님의 책을 읽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이민자 아이들과 이민자 가족의 삶과 문화 특히 한국문화에 대해 알게 되는데, 이는 의도하신 설정이신지요?

네, 맞습니다. 사실, 캐나다에 있는 그 누구도 그들에 대해 이야기를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는 한국계 캐나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꼭 쓰고 싶습니다. 저의 첫 번째 책인 『크리스타 김밥』은 한국계 캐나다 어린이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책 『퍼터 리의 노트』에서는 한국적인 이야기가 전면에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피터 가족의 한국 문화는 어떤 일을 바라보는데 기초가 되며, 의사결정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의 캐나다 가족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한국계 캐나다인으로서 작가님의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과 비슷한지 궁금합니다. 또한 작가님에게 한국계 캐나다인이라는 정체성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저는 서울에서 세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이 이민을 가시게 된 이유를 정확하게 모르지만, 삼촌이 1960년대 후반에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셨다가 다시 캐나다로 이민을 오셨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 자녀들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주기 위해서 캐나다를 선택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희가 이민을 왔을 당시에는 벤쿠버에는 한인 인구가 무척 작았는데, 부모님들은 우리가 빨리 캐나다에 적응하여 영어를 배우길 원하셨기 때문에, 한국 전통과 문화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2년 전까지 추석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부모님은 한국어와 한글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배우고 쉽지 않았고, 지금은 영어와 한국어를 이상하게 섞어서 말하곤 합니다. 한국 마트에서나 생활 속에서 한국말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나의 한국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무척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저의 모든 경험이 저의 이야기 속으로 흘러 들어가 있습니다.

 

또 부모님께서 저희 세 자매에게 바라신 것은 학업적인 성취였습니다. 이민자의 가족으로 살면서, 부모님은 모든 것을 희생하시고, 포기하시면서, 저희를 키우셨습니다. 저희 가족은 휴가를 간적이 없었고, 15살이 되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야 했고, 비행기를 처음 탄 것은 토론토에 있는 로스클에 언니를 태워줄 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창피하게 느끼면서 자랐습니다. 캐나다 친구들은 한국 전쟁 외에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에, 도시락으로 한국 음식을 절대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한국적인 냄새와 이상함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세상이 바뀐 것을 봅니다. 우리 아이들은 케이팝을 듣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고,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을 보고, 비한인들이 한국 김을 학교에 가지고 오기도 합니다. 한 세대 만에 한국계 캐나다인이라는 것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입니다.

 

한국계 캐나다 작가들과 모임이 있는지요? 한국계 캐나다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서로 격려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요.

저는 여러 명의 한국계 캐나다 작가들을 알고 있고, 또한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들의 온라인 그룹에도 속해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늦게 작가의 길에 합류한 셈입니다. 45세가 되어서 첫 번째 책을 출판한 완전히 ‘아줌마’ 작가입니다. 다음 세대, 젊은 세대의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들이 많이 있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었으면 좋곘습니다.

 

작가로서 다음 계획과 비전을 알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내년에 지금과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될 책이 한 권 더 있습니다. 계속 저를 주목하여 주십시오. 아직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고, 작업 중입니다. 여전히 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고, 나의 다음 이야기들이 훨씬 더 나은 이야기들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들려주십시오.

저의 두번째, 『피터 리의 노트』를 한국어로 번역해 줄 한국 출판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의 첫 번째 책, 『크리스타와 김밥』이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부모님들은 한국 서점을 통해 밴쿠버로 주문하셔서 책을 읽을 수 있으셨습니다. 두 번 째 책 역시 하루 빨리 한국어 번역본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주요 미디어 대부분이 <오징어 게임> 열풍과 한국의 문화와 스토리를 분석하고 이 때, 캐나다 한인 작가의 책이 2021년 캐나다 총독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홍석경 교수는 BTS의 세계적인 열풍을 분석하면서, “기존의 질서와 중심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해가는 BTS 이야기 자체가 새롭게 들린다”면서 “수용자들의 상력을 더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계 캐나다 문학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어린 시절 감추고 싶었던 한국적 정체성을 소재로 하며, 그 어려움과 아픔을 뚫고 어떻게 캐나다 땅에서 뿌리내리고 열매 맺어었는지 표현하면서 그동안 캐나다인들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열고 있다. 우리만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캐나다 땅에 좀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려질 수 있길 기대한다.



고한나

  •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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