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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로나19 속 도도한 터키인들의 입맛을 훔친 코코치킨 한선복 대표와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0.28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한류는 크고 작은 지각 변동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마치 먼 옛날 지구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공룡이 백악기 전성기(2억 8천만년 전~1억 5천만년 전)를 지나면서 다양한 종으로 발전했다가 갑자기 멸종했던 것처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소멸해간 수많은 대중문화들 사이에서 한류 문화도 생존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케이팝과 K-푸드, K-뷰티, K-문학까지 모든 문화 관련 행사들이 언택트(비대면)와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 방식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해법을 찾고 있지만, 그 역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터키의 경우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관광 산업의 위기가 한류 문화 산업에도 아주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중 필자가 주목하는 곳은 한식당이다. 해외에서 한식당의 개념은 단순히 식당의 개념을 넘어 한류 팬들이 한국의 맛과 문화를 현지에서도 직접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의 의미를 지닌다. 최근에는 해외 한류 팬들 사이에서 케이팝과 한국드라마, K-푸드와 같은 한류 문화들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식당은 한류 문화 전파의 매우 중요한 거점이 됐다. 터키에는 이스탄불에 가장 많은 한식당들이 위치해있다. 그리고 수도 앙카라와 이즈미르, 안탈리아, 카파도키아와 같은 유명 관광지에도 한식당들이 있다.

 

한식당에서는 케이팝이 흐르고 다양한 종류의 K-푸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한식당을 방문한 고객들은 음식과 함께 자연스레 다양한 장르의 한류를 경험하게 된다. 2019년,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 터키를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은 오천백만 명을 넘어섰다. 통신원이 만났던 한식당 대표들은 당시에는 터키 관광업 호황으로 한식당들의 경기도 매우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출현한 2020년 이후부터는 터키 관광업은 물론 한식당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안타까운 것은 K-푸드의 맛을 터키 현지에서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한식당들의 상당수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휴업을 하고 있거나 폐업을 한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9월에는 터키에서 처음으로 한식당 영업을 시작한 34년 오랜 역사를 지켜온 식당인 서울식당이 폐업을 했다. 개업 당시에는 터키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이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식당은 지난 34년 동안 단순히 외식업을 넘어 교민들에게는 더없이 의미 깊은 만남의 장으로서 역할을 해 왔다. 한식당의 기능은 그 이상이었다. 터키 정치·경제계 유명인사들까지도 찾아오는 매우 유서 깊은 곳이 되기도 했다. 서울식당이 터키 한인회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송별 인사글에 따르면, 터키 제8대 대통령 투르구트 외잘(1989년~1993년 재임)과 사회민주당 총재 에르달 이뇨뉴(1986년~1993년 재임), 사반즈 터키 대기업 총수 등 수많은 사회 유력 인사들이 서울 식당을 찾았다고 한다. 이들은 한식당에서 다양한 종류의 K-푸드 음식들을 경험했고 다양한 한국문화를 접했다.

 

이렇듯 해외에서 한식당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한류를 전파하는데 큰 공을 세운다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문을 닫는 한식당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는 건, 현지 한류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 않을 수가 없다. 더 나아가 해외 한류 팬들이 K-푸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한국문화를 접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마저 사라지는 의미이기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해외 한식당의 생존 전략이 더 없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 통신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을 하고 있는 한식당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는 가운데 시대의 위기를 역행하여 정반대의 폭풍 성장을 하고 있는 한식당 한 곳이 있어 찾아가 봤다. 터키 이즈미르 주에서 치킨 전문식당으로 개업을 한 ‘코코치킨’이 그곳이다.

 

치킨이 한식인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20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대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꼽은 최고의 한식은 한국식 치킨(1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국식 치킨은 고추장이나 간장과 같은 한국 장류를 활용한 소스를 바른 치킨을 말한다. 이는 기존 한식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김치(11.9%)나 비빔밥(10.3%), 불고기(8.6%) 등을 제친 조사 결과라서,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의식이 변화됐음을 알 수 있다. 상기 조사는 지난 해 8월~9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호주 시드니 등 주요 도시 16곳 시민 8,00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외국인들이 ‘향후 먹어볼 의향이 있는 한식’에서도 치킨이 1위(29.3%)를 차지했다.

 

이에 필자가 더 관심을 갖고 본 것은 코로나19 기간, 폭풍 성장을 하고 있는 ‘코코치킨’ 메뉴들은 터키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양념 후라이드 치킨이라는 점이다. 양념치킨은 기존 한식당에서는 아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메뉴들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코코치킨’에서는 다른 한식 메뉴들은 과감히 빼고, 다양한 소스들을 개발해서 치킨 메뉴들로만 차별화를 두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고추장과 같은 한식 재료들은 100% 현지에서도 공수할 수 있는 재료들로 새롭게 맛을 연구했다. 수년간 교제를 쌓아온 가까운 친구라고 해도 유독 새로운 외국 음식 메뉴들에는 거부 반응을 보이는 터키인들이다. 하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인데, 터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아래는 ‘코코치킨’ 메뉴를 개발한 한선복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코코치킨’ 식당 대표 한선복입니다. 한국에서는 항공운항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여러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항공사 파일럿 진로를 내려놓고 졸업시기에 한국무역협회에서 주관하는 글로벌무역전문가라는 과정을 통해서 독일 프랑크푸트트에 있는 한 무역회사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후에는 호주로 넘어가 미국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이탈리안, 프랑스, 일본식 레스토랑에서도 경험을 쌓으면서 해외 외식업계 운영 노하우를 배웠습니다. 그때 요리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호텔 메니지먼트도 공부하면서 일을 알게 됐습니다. 파일럿이 되고자 했던 대학 때의 진로가 현재 코코치킨 업체를 개업하게 된 것도 세계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기 위한 계획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저의 꿈을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터키에서 처음으로 한국치킨 전문점으로 오픈한 ‘코코치킨’ 대표 한선복 씨 – 출처 : 통신원 촬영>

<터키에서 처음으로 한국치킨 전문점으로 오픈한 ‘코코치킨’ 대표 한선복 씨 – 출처 : 통신원 촬영>


터키에는 한식당에서 치킨 메뉴가 있는 곳은 있지만 '코코치킨'과 같이 치킨 전문 식당은 처음입니다. 더군다나 터키인들의 음식들 중엔 양념치킨과 비슷한 음식은 없는데요. 터키에서 양념치킨 아이템을 개발하게 되신 동기가 무엇이었는지요?

처음부터 치킨을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먼저, 우리 가게에 충성고객이 되어줄 사람들이 누가일까를 고민을 했습니다. 케이팝에 관심이 많은 10대 소녀들, 그리고 한국드라마,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주요 고객이 될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이들은 한국드라마나 한국영화와 같은 한국 미디어에는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서 많이 알려진 한국 치킨의 맛을 통해서 다시 저희 가게를 찾아오게 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 맛보는 양념 후라이드 치킨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이 있을 거 같습니다. 터키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외국 음식에 대해 부모들이 걱정을 해서 자녀들과 함께 동행해서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들은 코코치킨 메뉴들을 시식해 보지는 않고 자녀들이 먹는 것을 지켜봅니다. 그런데 그 후에 다시 왔을 때는 치킨 맛이 괜찮다고 하면서 자녀들과 함께 먹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또 어떤 고객들은 자신이 이전에 한국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먹었던 치킨 맛이 그리워서 다시 찾아오게 됐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고객들은 다시 한국에 온 기분이라고 하면서 터키에서도 한국 치킨을 먹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합니다.


<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터키 한 가족과 대학생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터키 한 가족과 대학생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SNS를 통해서 보면, 코코치킨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걸 볼 수가 있는데요. 코코치킨을 찾는 주요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터키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어떤 건가요?

20대가 가장 많이 찾고 있습니다. 가격을 아무리 많이 낮춘다고 해도 10대들에게는 가격이 부담이 되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20대 한류 팬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가게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는 것을 보고서는 주변에 거주하는 3·40대 분들도 많이 오십니다.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마늘과 간장을 조합해서 만든 치킨과 마늘과 고추를 믹스해서 만든 양념치킨이 잘 나갑니다.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고객들은 아주 매운 양념치킨도 찾고 있습니다.

 

K-푸드에 대한 사장님의 나름대로의 소신과 정의를 말씀해 주세요. 지금의 개발한 메뉴들이 터키에서 K-푸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터키인들의 입맛에 맞게 지금의 양념치킨에서 퓨전 메뉴를 개발해야 하는지? 아니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지?

세계에서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영화, 한국드라마, 케이팝과 같이 많은 다양한 장르의 문화 활동이 그렇듯이 K-푸드도 우리만의 것이 아닌 해외 현지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과 잘 융합해서 더 나은 맛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한국문화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K-푸드 본연의 맛과 터키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맛이 만나는 접점을 조금씩 찾아가면서 현지화된 새로운 K-푸드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의 나름대로의 소신이고 K-푸드에 대한 정의입니다.


<터키 고객들에게 가장 호응이 좋은 ‘마늘간장 소스치킨’과 달고나 디저트 – 출처 : 통신원 촬영>

<터키 고객들에게 가장 호응이 좋은 ‘마늘간장 소스치킨’과 달고나 디저트 – 출처 : 통신원 촬영>


코코치킨 고객들 중에는 한국을 직접 여행했을 정도로 한류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은 걸 보게 되는데요. 향후 터키 한류 팬들을 위해서 계획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했을 때, 언어가 가장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게를 오픈 하고 처음 몇 달 동안은 손님들을 위해서 한국어 강의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가게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지금은 저나 직원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때마침 학교들의 개학도 맞물리게 되어서 한국어 레슨은 중단한 상태지만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터키인들 사이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높아서 조만간 달고나 뽑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터키인들은 자기들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큰 반면, 외국 음식들에 대해서는 폐쇄적입니다. 그래서 재료 공수도 쉽지가 않을 텐데요. 치킨 메뉴 개발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우신 점은 무엇인가요?

먼저, 재료 공수가 어려워서 메뉴 개발이 어려운 건 없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K-푸드에 대한 제 자신의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지고 있는데요. K-푸드 본연의 맛을 지키면서 현지에서도 어우러질 수 있는 맛의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료를 선택할 때도 현지에서 비싸지 않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해서 새로운 메뉴의 맛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희 코코치킨 모든 메뉴들에는 고추장이라든지 한국의 식재료들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터키 고객들에게도 아름답다고 여겨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그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통신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문을 닫는 한식당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들려오면서 자칫 한류 팬들 사이에서 K-푸드 한류에 대한 관심까지 낮아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한식당들의 폐업은 해외 현지에서 한식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 그만큼 사라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두 번째 체인점을 생각해야 될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코코치킨’의 소식이 더없이 반갑게 다가온다. 해외에서 한식의 호감도는 곧바로 한류의 호감도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국가의 이미지와 한국방문까지 의도해 주기 때문에 한류 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바라기는 해외 한식당들이 코로나19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끝까지 잘 이겨내 소중한 K-푸드 한류 문화들을 지켜 나갈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 참고자료

《조선일보》 (2021. 1. 8.) <외국인이 꼽은 최고의 한식은 치킨! 비빔밥·불고기 제쳤다>, https://www.chosun.com/economy/2021/01/08/JW2XJEETZNB5HP5CG7NQ6ULF6E/



임병인

  •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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