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캐나다의 한국 문학 강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0.29

지난 19일, 주캐나다 한국대사관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브루스 풀턴(Bruce Fulton) 교수를 초빙하여, ‘한국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개최하였다. 이번 강연은 캐나다 내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는 주캐나다 한국대사관 강사시리즈 행사의 일환으로, 올해로 3번째를 맞이하는 행사였다. 지난 4월에는 토론토 대학 미셀 조(Michelle Cho) 교수의 ‘K-Pop 팬덤’ 강의가 진행되었고, 6월에는 오타와-칼튼 교육청의 케티 쉬퍼스(Kathy Scheepers) 교사가 ‘나의 한국 기행기-서울에서 독도까지’라는 주제로 현지 고등학생 및 교사 70여 명을 만났다. 1차, 2차 강의는 코로나 19로 인한 모임 인원 제한 조치에 따라,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번 3차 강사시리즈는 제한 조치 완화로 오프라인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


 <제3회 강사시리즈 포스터 - 출처 : 주캐나다 한국대사관 제공>

<제3회 강사시리즈 포스터 - 출처 : 주캐나다 한국대사관 제공>


제법 쌀쌀해진 가을 날씨 속에 오타와 한국문화원에서 이루어진 이번 행사에 초청된 브루스 풀턴교수는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에서 1999년부터,한국 전통 문학과 현대 문학, 그리고 한국 문학번역을 가르쳐 왔다. 또한 그는 총 180편 이상의 한국문학을 영어로 번역하여 출간해 온 한국 문학 한영 번역가의 대표적인 권위자이기도 하다. 특히 2018년에는 한국 문학을 영어권에 널리 알린 공로로 만해대상 문예부분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문학 나들이(A Voyage through Korean Literature)’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특별히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각국의 대사 부인 협회(Head of Mission Spouse’s Association)와 오타와 인터네셔날 클럽(International Club of Ottawa) 멤버들이 초청되었으며, 한국 대사 부인이 다른 국가 대사 부인 과 캐나다 ICO 북클럽, 문화 예술 클럽에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기회가 되었다.


<각국 대사 부인과 ICO 멤버들이 참여한 강연 - 출처 : 통신원 촬영>

<각국 대사 부인과 ICO 멤버들이 참여한 강연 - 출처 : 통신원 촬영>


<전통 한국 디저트로 소개된 약과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전통 한국 디저트로 소개된 약과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이번 행사가 이루어진 한국문화원 강의실은 디귿자 모양으로 테이블이 셋팅되어 있었고, 그 위에 한국 전통 보자기에 곱게 쌓인 약과가 놓여 있었다. 행사 시간이 되어, 20여 명의 각국 대사 부인들과 캐나다 IOC 회원들이 강의실에 들어 서자 이곳 저곳에서 탄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놓여진, 전통 보자기의 아름다움에 모두들 입을 모아 칭찬했다. 장경룡 대사는 환영사에서 “캐나다 내 한류가 확산되어 <오징어 게임>과 방탄소년단이 날마다 회자되고 있지만, 한국문학의 경우에는 여전히 소개 될 기회가 잘 없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문학의 정수가 영미권에서 특히 캐나다에 널리 알려지게 되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한국문학은 무엇인가’ 책을 들고 있는 저자, 브루스 풀턴교수와 주캐나다 장경룡 대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국문학은 무엇인가’ 책을 들고 있는 저자, 브루스 풀턴교수와 주캐나다 장경룡 대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풀턴 교수는 강의를 들어가면서, 춘향전 공연 영상을 보여주며, 한국 문학의 결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춘향전 공연에서도 볼 수 있듯, 한국 문학은 구전과 퍼포먼스로 설명될 수 있다며, 판소리, 탈춤 등을 통해 한국 문학을 살폈고, 나아가 향가, 고려가요, 시조, 가사와 같은 한국 전통 문학에서 나타난 가사들과 이규보의 시와 시조 등에 나타난 도덕 규범, 사회적 쟁점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또한 한국 문학이 가진 주고 받는 대화 형식, 네러티브, 시각화, 젠더, 증언 등을 키워드로 고전 문학부터 『82년 김지영』, 작가와 같은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폭넓게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문학의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 중간 매개성(Intermediality)와 같이 어려운 개념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참석자들은 집중하여 한시간이 넘는 강의를 경청했다. 참석자들의 질문은 이어졌고, 강의가 끝난 후에도 풀턴 교수와 한국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참석자 중에는 문학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 뿐 아니라, 지금 캐나다 전역에서 이슈화 되고 있는 한국의 스토리텔링의 독특함과 뛰어남을 전통문학과 현대문학을 오가며, 설명하였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캐나다 문학 시장 안에서 한국적인 소재를 가진 문학서를 만나기도 어렵지만, 한국문학을 영어로 번역한 책은 더욱 만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40년 이상 캐나다에서 꾸준하게 한국 문학서를 연구하고 번역해온 연구진이 있고, 한국의 180권 이상의 책이 캐나다 문학 시장에 소개되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K-Pop과 K-드라마로 시작한 관심을 한국의 문학, 예술로 더 깊게 인도할 관문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한국문학이나 예술을 깊이 있고, 심도있게 연구 할 수 있는 자료 자체가 드물어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풀턴 교수는 해온 작업들은 이를 넘어 설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풀턴 교수의 진지한 연구를 들으면서, 130년 전 한국땅에서 한영 사전을 만들고, <구운몽>, <심청전>, <홍길동전> 등을 번역해서 발간했던, 캐나다 선교사 게일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의 시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캐나다인들에 의해 한국의 문학들이 영미권으로 번역되고, 연구되고 있음은 참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문학 안에서 영글어온 한국인들의 삶과 문화가 더욱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가 닿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고한나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