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의 여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연일 2천 명 이상이었다. 이렇듯 3차 대유행으로 정점으로 치닫던 확산세는 백신 접종 속도가 가속화되며 한풀 꺾인 모양새다. 예상보다 길어졌던 코로나의 여파가 사그러들자, 시내는 오랜만에 평안함을 되찾았다.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라는 말이 생겨났을 만큼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생활이 익숙해진 요즘, 가을의 중심에서 맞이한 한국의 추석 기념행사는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국문화예술의 집에서 열린 2021 추석 행사 - 출처 : koryo-saram.ru/통신원 촬영>
추석 다음 날인 9월 22일, 한국문화예술의 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고려인 동포 100여 명과 고려문화협회 회장 박 빅토르를 비롯해 강재권 주우즈베키스탄 대사와 한인 대표, 우즈베키스탄 내각 산하 국제 우호협력 위원회 위원장 루스탐 쿠루바노브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상원의원들이 함께 자리했다. 행사의 첫 포문을 연 사물놀이패의 흥겨운 공연은 한민족의 즐거움, 기쁨, 흥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이어서 진행된 첫 축하 인사에서 강재권 주우즈베키스탄 대사는 “올해 맞는 추석은 고려인 동포들에게는 83번째이며 교민들에게는 29번째를 맞게 된다”고 첫인사를 건냈다. 이어서 “지난해 코로나의 영향으로 모든 주요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행사다운 행사가 진행되지 못했는데 이렇듯 한정된 인원 이나마 함께 모여 얼굴을 맞대고 정담을 나누며 한국의 명절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고 전했다.
<각 구역 및 지역별로 준비한 추석 명절 음식 - 출처 : koryo-saram.ru/통신원 촬영>
테이블마다 차려진 명절 음식에는 고려인 동포들의 전통 음식과 우즈베키스탄 전통 음식 플롭과 송편, 김밥과 한데 어우러져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이날 차려진 음식들은 각 구역 및 지역별로 준비한 음식들로,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테이블에는 소정의 상금이 주어지기도 했다. 또한, 고려인 동포 어린이들과 교민 자녀들로 구성된 특별 어린이 공연 순서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들에 흐뭇한 얼굴들이었다.
<어린이 공연과 케이팝 공연 - 출처 : koryo-saram.ru>
이어서 선보인 케이팝 공연은 멋진 군무와 의상으로 인기를 독차지하며 받은 박수를 받았다. 이밖에도 추석 명절을 이틀 앞둔 9월 20일에는 타슈켄트 제1세종학당에서 추석맞이 행사가 진행되었다. 명실공히 한국문화 보급의 산실인 세종학당의 명성답게,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과 추석 풍속 체험이 다채롭게 마련되었다. 여느 행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진행된 행사는 반별로 추석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는 시간을 시작으로 송편을 맛보기도 하고, 한복 입어보기, 투호 놀이, 윷놀이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참가 학생 대부분은 “코로나 이전 세종학당은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자주 기획돼 한국을 좋아하고 한류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한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러한 체험들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오늘 행사에서 한결 해소되는 듯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타슈켄트 제1세종학당의 추석 명절 체험 전통으로 자리 잡은 ‘보름달에게 소원 빌기’ 순서에는 코로나의 종식과 한국 유학, 가족들의 건강을 빌며 더없이 맑고 높은 달님에게 소원이 전해지기를 두 손 모아 빌었다.
<온라인으로 함께한 ‘달님에게 비는 소원’ - 출처 : 타슈켄트 제1세종학당 페이스북 페이지(@sejonguz)>
세종학당의 추석 행사에서도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제한된 인원만이 현장 체험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 관계로 체험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못한 수강생들은 온라인으로 ‘달님에게 비는 소원’을 적어 화상으로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했다. 너무나 오랜 시간 기다림 끝에 만난 반가움 만큼에 견줄 만한 즐거움, 그리고 그리움으로 찾아온 2021년 추석 행사는 나눔과 어울림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통신원 또한 이번 추석만큼은 조용히 보름달 달님에게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예전을 일상의 소중함을 다소나마 되찾고 싶다는 소망을 전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