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활기차고 당찬 한국어 교사, 이슬기 씨와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0.01

통신원이 중국에서 유일하게 일과 관계없이 활동하는 곳이 산악 동호회이다. 중경산을 사랑하는 모임이란 뜻으로 이름 지어진 '중산애(重山爱)'에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있다. 중산애의 젊은 총무단이며 산악 동호회 멤버지만 산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즐기는 젊은이다. 또한 그녀는 처음 중산애를 방문한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산행하고 처음 보는 일행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돕고 갖은 잔일들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다.

 

'하나를 보고 열을 안다'는 말을 통신원은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이 말과 맞아 떨어지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나도 모르게 이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이번 인터뷰를 하게 된 이슬기 씨가 그렇다. 어느덧 이슬기 씨를 지켜봐 온 지 9개월이 흘렀고 그녀는 한결같이 당차고 활기차며 사람을 유쾌하게 만든다. 그녀를 주목한 이유는 이런 성격의 그녀가 한국어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충칭 생활과 한국어 교사 생활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9월 11일 산행에서 남편 이찬호 씨와 함께 기념촬영, 실제 이들은 다른 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둘이 같이 촬영하기 힘들다.>

<9월 11일 산행에서 남편 이찬호 씨와 함께 기념촬영, 실제 이들은 다른 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둘이 같이 촬영하기 힘들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슬기라고 합니다. 고향은 인천이고 나이는 30대 초반입니다. 현재 중산애의 총무이며, 중국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입니다.

 

어떻게 충칭에 오게 되었고, 어떤 계기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나요.

제가 원래 천진에서 중국어 유학을 했었는데 그때도 교사 직에 뜻이 있어 교직을 이수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취업을 하게 되었고 취업 연수원에서 찬호 씨(남편)를 만났어요. 전 중국어 교사 자격증이 있어 이후에 기업인들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쳤는데 그때도 지속적으로 중국인들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기회가 생겼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한국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당연하거나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신의 모국어라 하더라도 자신이 말하고 사용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완전 별개입니다.

 

그래서 그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 공부를 하기에는 여러 여건상 힘들었죠. 다행히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인터넷을 통해 중국에서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작년 8월에 남편 직장 때문에 충칭으로 오게 되었고 좋은 기회가 생겨 여기서 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네요.

 

한국어를 가르치며 힘든 점이 있다면.

힘든 점은 현재 토픽(한국어 능력)시험이 10월에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의 한국어 능력 편차가 심해서 포커스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어요. 물론 잘하는 친구들한테 둬서 확실한 합격자를 만든다면 학교 측에선 좋을지 몰라도 저는 모든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니까요. 그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죠. 중국은 학기 시작이 9월이지만 한국은 3월이라 이번 10월 토픽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토픽 시험이 내년 3월이라 아이들이 재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이번 토픽 시험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최근에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예전 기업인들 대상으로 교육할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이죠. 기업인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간단해요. 일에 필요한 언어만 습득을 시키면 되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의 편차가 크지도 않기 때문에 기준을 잡기 편하죠. 가르치는 한국어가 비교적 간단하기도 하고요. 그 반대로 좋은 점 혹은 의미있는 점은 아이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저를 믿고 따라와 주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친구들의 결과도 좋았으면 하는 바람과 희망입니다.

 

아이들이 한국과 한국 문화를 좋아하나요.

사실 지금 3학년 친구들은 상당히 한국과 한국문화를 좋아합니다. 2학년 아이들의 분위기는 아쉽게도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왔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2, 3학년의 분위기가 달라요. 3학년 친구들 중엔 한국어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친구들도 스스로가 한국 문화에 관심도가 높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가 노력을 많이 합니다. 적극적이죠.

 

아이들에게 관심이라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들을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요즘은 아이들 때문에 오히려 찾아서 보고 들어야 해요. 아이들이 어떤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들려주면 제가 누구 노래인지 노래 제목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거든요. 오히려 아이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선 열심히 보고 들어야 합니다. 아이들로 인해 오히려 한국 드라마와 노래에 빠졌습니다. 드라마는 요즘 특히 아주 관심있게 찾아보고 있습니다. (이날 모임에서도 <오징어게임>과 는 핫이슈였다.)

 

충칭 생활 중에 좋은 점과 힘든 점을 꼽는다면

산이 많아 돌아다니기 좋아요. 공기도 좋아요. 예전에 산동에 살때는 바람도 많이 불지만 정말 먼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거기에 비해 참 깨끗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힘든점은 아무래도 기후죠. 예전에 있던 곳은 지금쯤이면 이미 시원한 가을인데 여기는 아직도 여름이잖아요. (참고로 9월 24일 인터뷰 당시 기온도 35도를 넘었다.) 그리고 습한 것 때문에 집안 곳곳이 곰팡이 피고 눅눅한 것 때문에 힘들어요. 그리고 제가 학교까지 매일 왕복 3시간 이상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는 않은점이죠. 학교를 가기 위해선 버스와 지하철을 총 3번에 걸쳐 갈아타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이정도는 해야죠.

 

충칭에 있으면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희망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올해는 다른 것보다 10월에 아이들이 토픽시험을 잘 봤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다른 것들은 신경 쓸 수가 없어요. 우리 아이들이 시험을 잘 봐서 모두 한국의 좋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이게 끝나면 장기적으로는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결혼식도 올렸으면 좋겠고요. 저희 아직 부모님들끼리 상견례도 못했어요. 농담으로 화상으로라도 상견례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얘기도 했어요. 이제 차차 안정화되면 앞으로 자녀 계획도 세워야겠죠.

 

이슬기 씨는 사실 같은 동호회의 총무 이찬호씨와 혼인 신고를 한 상태다. 아쉽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혼인 신고만 한 상태지만 그녀는 이런 상황 조차도 농담으로 잘 헤쳐나간다. 분명 쉽지 않고 힘들텐데 나이답지 않게 유연하며 당차다. 분명 코로나로 힘든 시기는 지나갈 것이고 이 예쁜 부부도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릴 것이다. 또한 이슬기씨로부터 한국어를 배운 중국 유학생들은 또 하나의 한국 문화 전파자가 되어 돌아올 것이고 한국의 문화를 더 널리 알리게 될 것이다. 그녀의 당차고 활기찬 지금의 모습이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라며 그녀가 언젠가 힘든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지금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녀의 이름처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


<3월 산행시 부부의 모습, 이 당시에도 통신원의 눈에 그 둘은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3월 산행시 부부의 모습, 이 당시에도 통신원의 눈에 그 둘은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8월의 산행에서 남편인 이찬호 씨가 회사 일로 참석할 수 없었을 때도 이슬기 씨는 항상 웃으며 혼자서 산악회의 잔일을 도맡아 한 살림꾼이다.>

<8월의 산행에서 남편인 이찬호 씨가 회사 일로 참석할 수 없었을 때도 이슬기 씨는 항상 웃으며 혼자서 산악회의 잔일을 도맡아 한 살림꾼이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한준욱

  •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 약력 : 현)Tank Art Center No41.Gallery Director 홍익대 미술학과, 추계대 문화예술경영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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