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여전히 싸우고 있는 현재, 미얀마에서도 지난 7월부터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7,000명에 이르렀다. 사망자 역시 크게 증가해 도로에서는 앰뷸런스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화장터에서는 시신 화장을 위한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이에 정부는 7월부터 9월 초까지, 1~2주 마다 임시 공휴일을 지정했다. 거리의 유동인구는 감소했으며, 기업들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미얀마 현지인뿐 아니라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했다. 그중에는 한국인도 포함돼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이러한 추세에서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가 멈춘듯하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에 더불어, 중국산 백신 보급률이 늘어나자 확산세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9월 25일을 기점으로 일평균 확진자 수는 1,500명 가량으로 감소했다.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지만, 곳곳에서는 바이러스가 종식된 것처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미얀마 샨, 몬, 바고, 만달레이 지역에서는 하루 평균 약 100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해 다소 위험해보이지만, 경제도시 양곤의 경우 700만 인구 중 하루 확진자는 70명대로 상대적으로 감소해 시민들의 경각심은 낮아진 상태다. 거리는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대중교통에는 마스크 미착용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확진자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보니, 사람들의 생활 환경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미얀마의 유력 일간지 《일레븐 뉴스(Eleven News)》는 페이스북 스트리밍을 통해 미얀마에서 문화의 도시라 불리는 만달레이시 짜욱세 지역에서 펼쳐지는 코끼리 기증행사를 중계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코끼리 기증식이 열리는데, 코로나19의 피해는 여전히 막심하지만, 지역 고유의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올해도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끼리 의상을 뒤집어쓴 전통예술단은 그들 주변을 둘러싼 악기연주자들 중앙에서 신명 나게 코끼리 춤을 추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지친 많은 사람들을 달랬다. 영상에는 박수를 치며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도 담겨있다.
한편, 코끼리는 다른 동남아국가인 태국과 유사하게 신성하게 여기는 동물 중 하나다. 미얀마에서 코끼리는 행운을 상징하는 등, 미얀마인들에게는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코끼리를 표현하는 코끼리춤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춤은 미얀마의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사람과 코끼리가 더불어 춤, 코끼리 혼자서 추는 춤 또한 존재하는데 미얀마의 예술대학교에서는 이 코끼리춤을 교과목으로 편성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얀마 만달레이 짜욱세에서 열린 코끼리 기부행사 - 출처 : 일레븐 뉴스 페이스북 페이지(@elevenbroadcasting)>
행사 외에도 주변 마을에서는 하루의 일과를 마친 수많은 미얀마 남성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은 공을 가지고 축구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차가 올 때는 살짝 비켜주고, 그 뒤에는 도로 위에서 작은 플라스틱 공을 맨발로 차면서 팬데믹 기간의 아쉬움을 달래듯 놀이를 계속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얀마의 전통놀이인 친롱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친롱은 공 이름을 의미하는데, 참가자들이 원형으로 빙 둘러서서 나무로 만든 친롱을 떨어뜨리지 않고 상대방에게 머리와 발을 사용해 패스를 하는 놀이다. 거리에는 가운데 줄 하나를 걸어둔 뒤, 3:3으로 친롱으로 줄을 넘기는, 세팍타크로와 유사한 경기를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놀이를 하고 있던 한 청년에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의 놀이는 위험하지 않을까요?”라 물었더니, “확진자 수도 크게 줄었고, 음식을 나눠먹는 것도 아니며, 실외에서는 감염도가 높지 않아 괜찮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청년도 “코로나19의 여파로 계속 집에만 머무르며 사람들을 만날수도 없었다.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만 듣다가, 지금은 사망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야외 활동을 즐기고 있어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미얀마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현저히 감소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일상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축제 역시도 제한된 상황에서 조금씩 재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시민들의 일상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여유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관을 문을 닫고 있고, 작품 활동 및 생계 유지가 어려운 예술가 역시 존재하고 있다.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는 길거리처럼, 문화예술계 전반에도 회복세가 보이길 바라본다.
※ 참고자료
일레븐 뉴스(Eleven News) 페이스북 페이지(@elevenbroadcasting), https://www.facebook.com/watch/?v=222684643163543&extid=NS-UNK-UNK-UNK-AN_GK0T-GK1C&ref=sh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