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골고다 언덕 피해 상황>
2021년 9월 10일, 치키우이떼 산(Cerro de Chiquihuite) 자연 보호구역 라사로 까르데나구(Lazaro Cardena)에서 바위가 민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피해를 입었다.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이 동산이 위치한 마을은 해발 2,730m, 마을 뒤로 솟은 치키우이떼 산은 붉은 화산석으로 이루어진 돌산이다. 평평하게 잘리는 돌의 특성 덕분에 멕시코의 떼노치틀란 성전을 지을 때도 이곳의 돌이 사용됐다. 성전으로 돌을 나르는 중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스페인의 멕시코 점령 당시, 이 산에서 흐르는 물을 멕시코 시티까지 끌어오기 위해 수로가 깔리기도 했다. 해발 2,700m부터 수로를 만들기 위해 돌다리를 깔아야 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을지 가늠조차 어렵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쌓인 곳이니만큼 이번 사고는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처럼 치키우이떼는 자신의 몸을 자르는 희생으로 멕시코 시티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풍요로움 대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목숨을 희생물로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치키우이떼 돌산은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무분별한 개발로 신음하고 있다. 무질서한 개발을 막기 위해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멕시코시티와 가깝다는 이유에서 무허가로 거주를 시작했다. 해발 2730m, 약 70도에 이르는 경사 등,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산을 훼손하는 행위 역시 함께 시작됐다. 1987년 쏟아진 기록적 폭우에 훼손된 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1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산에는 썩은 이ᄈᆞᆯ처럼 이리저리 바위가 솟아있고, 언제라도 떨어져 나갈 듯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멕시코시티에 일자리를 구해 출퇴근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서민들은 이곳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산 아래 곳곳에 있던 집들은 2021년 현재, 산 꼭대기 돌산이 있어 지형상 집을 지을 수 없는 곳 바로 밑까지 집을 짓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곳은 원래 연방 정부 소유의 땅으로 자연 보호 구역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이 하나둘 무단으로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 가구 수가 너무 많아지자 멕시코 정부는 라사로 까르데나 지역에 1997년 시멘트, 철근, 벽돌을 지원하며 이곳을 주거지로 허가했다. 이곳에 불법으로 거주하던 이들은 자신들의 마을을 만들었다. 집이 지어지자 상하수도도 마련됐다. 마을길도 시멘트로 포장됐다. 물론 기획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울퉁불퉁하지만, 그래도 불법건축물이 아닌 허가된 주거지가 된 것이다. 세금 역시 부과하고 있다.
이 가파른 언덕에 집을 짓다가 생긴 길을 ‘골고다 언덕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골고다 언덕은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힘들게 올라간 언덕이다. 치키우이떼를 오르는 돌계단 길의 경사가 대략 70도라는 점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진 듯하다. 좁은 길, 급격한 경사를 올라가는 것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이곳을 매일 오르는 사람들은, 매일 수행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곳 골고다 언덕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21년 9월 10. 골고다 언덕은 다시 한번 사람들을 희생물로 삼았다. 최소 10명 이상의 인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수십 톤의 바위가 주거지를 덮쳤다. 골고다 언덕은 무너진 집과 바위 흙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바위 밑에 살고 있다. 좁고 경사가 심해 공사 장비도 쉽에 오르내릴 수 없는 언덕을 오르내리며.
멕시코, 그중에서도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 멕시코시티 근교에 서민들이 집을 짓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에는 분명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 마을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산 바로 아래의 위험 지역까지 몰려들어 안타까운 피해를 입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부동산 정책과 관리는 어느 국가에게도 어려운 숙제인 듯하다.
<피해지역 복구를 돕는 봉사자, 공무원들>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모습>
<피해지역 골고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정경>
※ 사진 및 영상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조성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멕시코/멕시코시티 통신원]
약력 : 전) 재 멕시코 한글학교 교사 현) 한글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