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터키 최악의 산불, 검은 상복 두른 듯 처참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9.02

지난 728터키 남부 유명 휴양 도시 안탈리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터키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81개 주 가운데 53개 주(州) , 270개 지역 산림들을 모두 불태웠다안탈리아 한 개 주 산불 화재로만 서울시 전체 면적(605㎢)에 해당하는 산림이 탔으니이번 터키 산불의 전체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조차 하기 어렵다처음 산불이 발화하기 시작한 곳은 안탈리아 도심에서 약 77km 떨어진 마나브갓(Manavgat)에서였다마나브갓 지역은 울창한 산림 속 긴 협곡을 따라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로 연결되는 지점으로 인간들의 개발의 자국이 남지 않고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크고 작은 폭포와 계곡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래프팅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번 터키 산불 화재가 처음 발생한 안탈리아주는 연간 천만 명의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곳으로 이스탄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관광 도시이다. 2019년에는 안탈리아를 방문한 해외 관광객이 1,410만 명으로 1,270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한 이스탄불보다 그 유명세가 더 높아졌다터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19로 멈추었던 관광객들을 다시 맞이하기 위한 만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해외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도록 관광업 종사자들은 물론유명 관광지 지역 주민들도 백신 접종에 적극 동참했다.

 

8월 말 기준터키에서 가장 높은 접종률을 보이는 지역도 무울라주인데, 1백만 명 전체 주민들 가운데 94.2%가 접종을 마쳤다. 25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안탈리아주도 83.1%의 시민들이 접종을 마쳤다여기에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도 지난 4, 6만 명 대에서 73일엔 4천 명대까지 내려갔다모두 설레는 기분으로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화를 기대하고 있던 때였다안탈리아 지역 주민들은 한 해 반 동안 받지 못했던 해외 관광객들을 다시 맞이할 기대감으로 더 없이 들뜬 마음이었을 것이다.


<2021 터키 초대형 산불 화재 지도 - 출처: 앙카라 농림부 페이스북 페이지>

<2021 터키 초대형 산불 화재 지도 - 출처: 앙카라 농림부 페이스북 페이지>


그러나 재난은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의 설렘도 허락해 주지 않았다초대형 산불 화재의 전조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6월부터 시작된 40도 이상의 고온 건조한 날씨가 길어지더니 이번 해는 유독 전국적으로 강풍이 부는 날들이 많았다결국 7월 28일에 마나브갓에서 시작된 산불은 고온 건조한 날씨 속에서 강풍을 타고 성난 화마로 돌변했다무려 270개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장장 14일 동안 화마 속에 가두고 터키 전역을 삼킬 태세였다다행히도 270개 화재 중 267개 화재가 진화됐다는 소식이 들렸다그러나 나머지 세 곳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력이 더 커졌다.


<밀라스 화력 발전소 화재 현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밀라스 화력 발전소 화재 현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은 이번 화재에 마지막까지 진화가 어려웠던 무을라주 안으로 들어가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취재 기자 신분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진입이 통제됐던 구역 안까지 들어가서 장면들을 담았다가장 먼저 이번 산불로 화력 발전소에까지 옮겨붙어 자칫 더 큰 대형 폭발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무을라주 안에 밀라스 화재 현장으로 갔다.

 

화력 발전소 앞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목격한 장면들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집회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경찰 살수차는 화재로 완전히 전소돼 가장자리 옆까지 튕겨 나가 있었고화재로 녹은 발전소 파이프에서는 불이 진화된 이후에도 물이 계속해서 치솟고 있었다당시 상황이 얼마나 위급했길래 경찰 살수차까지 동원이 됐던 것일까통신원은 화재 현장 안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다행히도 발전소 작업자들이 위험 물질들을 먼저 외부로 옮겨 놓은 터라 더 큰 폭발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그러나 하늘 위는 온통 희뿌연 연기로 가득했고소방 헬리콥터 쉬지 않고 상공을 오가면서 물을 뿌렸다전국 각지에서 지원을 나온 소방차들과 구급차들도 사이렌을 울리면서 현장 주변을 급하게 오갔다현장은 말 그대로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무을라주 지역 화재로 산림이 불탄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무을라주 지역 화재로 산림이 불탄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일반인들의 진입이 통제된 구역 안으로 들어서자 느낌이 정말 묘했다. 지난밤 폭격이라도 맞은 듯 거대한 산림 전체가 새카맣게 타버린 모습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성난 화마의 기운이 얼마나 거셌던지 난간을 넘어 도로 위까지 통째로 삼켜 버렸다. 마치 온 세상이 흑백으로 변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검게 탄 나무 가까이로 가 보자, 불씨는 그때까지 남아 타고 있었다. 새카맣게 타 버린 세상 안으로 들어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사람들을 떠올려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18세기 산업 혁명을 시작으로 인간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자연을 개발해 온 지 300년이 채 안 됐는데, 통신원의 눈에 비친 세상은 더 나은 세상 대신 생명을 잃은 검은색 세상으로 변해있었다.


<산불이 길 너머로 옮겨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를 제거 중이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산불이 길 너머로 옮겨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를 제거 중이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은 길을 따라서 더 들어가 봤다사람들의 진입은 철저히 통제됐고포크레인과 불도저가 길 양옆에 서 있는 나무들까지 다 밀어 버리고 있었다산불이 도로와 도로 사이를 건너 더이상 옮겨붙지 못하도록 최대한 거리 폭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이성적으로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왠지 모르게 슬픈 감정이 차올랐다도대체 인간들이 말도 못하는 자연에 대해서 어떤 잘못을 해 왔던 것일까지난 수 세기 동안 저질러 놓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은 일어나 분노하고 있는 건 아닐까무거운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밀라스주 아크차카야 곳곳에서 화재가 다시 시작됐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밀라스주 아크차카야 곳곳에서 화재가 다시 시작됐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밀라스의 작은 한 시골 마을 아크차카야로 장소를 옮겼다현장에 도착한 당일에도 강풍을 따라 산불이 번지는 방향이 계속 바뀌어서 통제되는 구역이 매시간 유동적으로 계속 달라졌다게다가 산불이 발생한 장소까지 진입하는 길은 포장도 안 된 좁은 시골길이라서 상황이 매우 여의치 않았다산길을 따라 어렵게 올랐다가도 다급하게 올라가는 소방차들과 중장비들이 있으면 바로 길목을 내어 줘야 했다곧바로 산림 경찰들에 의해 길목이 통제되는 바람에 취재를 하지 못하고 다시 내려와야만 했다.

 

이곳의 상황은 훨씬 더 위급했다통신원이 촬영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러 곳에서 불이 시작됐다그리 멀지 않은 산에서 불이 붙어 하늘 전체가 희뿌연 연기로 덮였다바로 너머로 보이는 산 언덕에서도 붉은 불길이 시작됐다그리고 마을 바로 뒷산에서도 불이 붙어 소방 헬리콥터와 비행기가 조금도 쉬지 않고 물을 뿌렸다화마는 산 전체를 포위하고 또 하나의 마을 전체를 통째로 삼키려고 잔뜩 움츠리고 있는 듯해 보였다상황이 아주 위태했던지라 그 자리에서 서둘러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산불 화재에 놀라 탈출한 소들을 산림 경비대(Jandarma)가 구조해 목동에게 인계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산불 화재에 놀라 탈출한 소들을 산림 경비대(Jandarma)가 구조해 목동에게 인계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산불 화재에 놀라 탈출한 소들을 산림 경비대(Jandarma)가 구조해 목동에게 인계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취재 도중 예기치 못한 상황도 마주쳤다산불 화재에 놀라 우리를 도망친 십여 마리의 수소 떼가 갑자기 나타나서 차로 위를 활보하고 있었다난생 처음 길거리에서 마주한 수소들이 느릿느릿 걸어오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두려움이 컸다뒤로 돌아서서 빨리 자리를 떠나야 하나아니면 죽은 듯이 가만히 서 있어야 하나혹시 산불에 놀란 소들이 사람을 보고 흥분해서 뿔로 받으면 어떻게 하나생각과 몸이 얼어 붙어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소들 맨 뒤에서 따라오는 목동의 모습이 뒤늦게 보였다목동도 통신원이 겁에 질려 수소들을 마주하며 서 있는 것을 보고는 혹시 생길지 모를 일을 막기 위해서 맨 앞으로 다급히 달려왔다목동은 전날 밤밀라스 지역에 있었던 대형 산불 화재로 자신의 소들이 모두 우리를 탈출했다고 한다그런데 고맙게도 산림 경비대가 소들을 구조해 자신에게 인계해 줬다는 거다목동은 화재로 자신의 집은 피해를 입었지만이렇게 다시 소들을 되찾게 되어 지난 밤이 꿈만 같다고 한다.

 

통신원은 산불 화재 현장 취재를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야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사실산불 화재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지역 안으로 들어가 취재를 한다는 게 결코 쉬운 걸음은 아니었다하지만 산불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터키를 위해 묘목 기부를 쉬지 않고 지원해 주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을 생각해보니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통신원으로서 현장의 장면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필자가 달려간 곳은 산불이 발생한 곳 53개 주 가운데 무을라주 밀라스라는 지역 한 곳이지만이번 기사를 통해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다시 한번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마음을 전한다.

 

※ 참고자료

《euro news》 (2021.08.10.) <Turkiye’de yangınlarda son durum: 53 ilde cikan 270 orman yanginlarindan 267’si kontrol altinda>, https://tr.euronews.com/2021/08/01/turkiye-de-yang-nlarda-son-durum-20-yerde-sondurme-cal-smalar-suruyor

연합뉴스》 (2019.11.29.) <터키외국인 방문객 4천만명 돌파… 전년보다 14.5% 증가>, https://www.yna.co.kr/view/AKR20191129173300108#:~:text=지중해의%20휴양도시인%20안탈리아,%20터키를%20방문했다.

터키 농림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ankaratarim/photos/pcb.2902030990039372/2902030906706047/


임병인

  •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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