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이자 주요 쇼핑몰에 대다수 입점해 미얀마 사람들과 외국인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시티 마트(City Mart)는 미얀마 물품보다 해외에서 수입한 물품을 판매한다. 미얀마의 제조업이 아직까지 공산품을 생산할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고, 제조업에 투자하는 외국 투자기업 역시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도 시티마트를 방문하면 낯설지 않은 제품들을 많이 볼 수 있어 편리하게 제품을 구입한다. 시티 마트에 들어서면 음료부터 식품들이 진열돼있다. 그중에서도 한국 음식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고추장, 된장, 쌈장, 간장 등 각종 장류와 양념소스부터 부침가루, 튀김가루, 참치, 당면 등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미얀마 사람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라면, 김, 떡볶이 제품도 판매한다. 이외에도 한국 과자, 음료는 매대를 채우고 있다.
<미얀마 슈퍼마켓의 라면 판매 코너>
<한국 라면이 빼곡하게 진열된 매대>
코로나19가 만 2년 동안 지속됨에 따라, 당국은 환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락다운 조치로 도시를 봉쇄하는 등 이번 해에도 미얀마에는 긴급사태가 발생했다.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한 곳은 슈퍼마켓이었다. 바이러스 창궐 초기 사람들은 식자재를 사재기했다. 판매량이 높았던 품목 중 하나는 한국 라면이었다. 현지 혹은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수입되는 라면에 비해 라면의 중량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은 높은 편임에도 한국 라면은 원래부터 미얀마에서 인기가 좋았다. 예를 들어 한국 라면은 120g당 1,700짜트(약 1,200원) 수준이라면, 태국 혹은 미얀마 라면은 50g당 300짯(약 200원)이다. 미얀마 내 근로자들의 최저 임금이 4,800짜트(3,376원)임을 감안하면 한국 라면은 가격대가 높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높고, 다양한 제품군이 수입되고 있다.
미얀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람한 <기생충>에서 나온 짜파구리도 시티 마트 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시티 마트의 라면 매대 4칸 중 2칸, 즉 절반은 한국 라면으로 채워져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미얀마 사람들의 소비 성향을 겨냥하여, 중량과 가격은 미얀마 기준, 맛은 한국 맛에 최대한 맞춘 라면을 출시하고 있다. 이렇게 라면의 인기가 많다 보니, 라면은 사재기의 단골 품목이 됐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자주 접하던 라면은 이제 실생활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이 됐다.
<한국기업이 미얀마 소비 성향에 맞춰 개발한 라면(윗칸)>
라면 외에도 마트에서는 초코파이, 커스터드 등이 판매된다. 이들은 모두 명절을 맞아 지인에게 보내는 선물 바구니에 늘 포함된다. 그중 단연 화제가 되는 품목은 아몬드다. 허니버터아몬트, 와사비맛아몬드가 그 대표 사례다. 한 봉지에 10,000짜트(약 7,000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인기가 많다. 무엇보다 중량 대비 가격이 높은 편이 아니라는 점도 인기의 요소다. 즉석 떡볶이 제품인 요뽀기도 판매되고 있다. 다만, 별도의 조리가 필요한 식품의 경우 조리법이 영어로 표기되어 있어 정확하게 조리하지 못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조리법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소개되고 있어 한국 제품을 구매해 집에서 한식을 시도하는 사람은 점차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한식을 비롯한 한국 제품들이 소셜미디어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긴다.
<미얀마 마트에서 판매되는 아몬드, 음료>
미얀마에서 한국 제품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맛과 품질에 대해서는 언제나 호평 받는다. 이에 더불어 미얀마 사람들은 한식을 보고 “한국 드라마, 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상품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얀마에 수입될 상품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입 품목과 종류가 많아질수록 이에 동반되는 접근성과 조리법 등은 더욱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 식품 수출은 늘어나지만, 소비자들이 제대로 조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모른다면 장기적인 전략에서 난항을 겪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앞으로 미얀마 내 한국 식품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