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창궐 이후 가장 떠오르는 건강 키워드는 ‘면역력’이다. 자가 면역력을 통해 가벼운 감기를 피하거나 증상을 이겨낼 수 있는 몸의 상태를 만들고 싶어 하는 미국인들이 대폭 늘었다. 이에 코로나19의 시대, 미국 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한식은 바로 김치이다. 최근 들어 발효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미국 시장에서 콤부차, 캐피어 요구르트와 함께 발효 식품 3대장으로 떠오른 김치는 젓갈을 빼고 고춧가루와 소금만으로 담는 미국식 ‘비건’ 레시피도 등장하며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김치 외에도 전통 한식은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보다 찌거나 데치는 등의 조리가 많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건강식으로 인식된다. 또한 전통 기름인 참기름과 들기름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착한’ 기름인 만큼, 많은 미국인들이 대체 기름으로 선호하고 있다.

한식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 슈퍼마켓에서는 김치, 고추장, 고춧가루, 라면, 과자, 김 등 한국산 식품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신선 식재료 코너에서도 한국산 배, 과일 등이 고급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농수산물 역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대미 한국산 소스 수출액은 4,8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고추장을 활용한 햄버거를 내놓는가 하면, 맥도날드가 유명 아이돌 방탄소년단를 주인공으로 한 메뉴를 선보이는 등 한식과 한류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

한식은 이제 일식, 중식과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미국인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현재 이러한 한식의 인기는 미국 전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욕, LA, 애틀랜타 등 대대적으로 한인 이민자들의 인구가 많았던 지역에서는 항상 한식 식재료나 한국 식당을 만나보기 쉬웠다. 하지만 한인 인구가 적은 미국 내 중소도시에서는 한식이 자체적으로 가지는 특징에 대해 관심이 있는 미국인들도 적었고, 간단한 한국 식재료를 만나보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최근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소규모 도시에서도 쉽사리 만나볼 수 있었다. 2021년 7월 말을 기준으로 미국 현지의 각종 슈퍼마켓에선 어떤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을까.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슈퍼마켓은 여러 종류의 고추장을 판매한다.>

<내슈빌의 슈퍼마켓에서는 한국 라면 여러 종류를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테네시주 내슈빌은 전통적인 미국의 매력을 잘 간직한 곳으로, 미국인들의 트로트라 할 수 있는 컨트리 음악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곳으로, 미국인들이 국내 여행 관광지로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시아인 인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런 테네시주 내슈빌에는 퍼블릭스(Publix), 크로거(Kroger), 월마트(Walmart) 등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내슈빌은 핫소스, 매운 치킨 튀김 등이 대표 명물로 알려진 만큼, 모든 슈퍼마켓에는 핫소스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특히 내슈빌에서 만들어진 지역 특산품 핫 소스가 큰 인기이다.

내슈빌에서 한식 제품 중 다양한 고추장 제품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내슈빌의 대형 슈퍼마켓 퍼블릭스에서는 한국에서 수입한 고추장 여러 종류를 판매하고 있는데, 중국계 미국인이 만든 대표적인 매운 소스 스리라차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미국 내에서 제작, 판매되는 한국 라면 너구리, 육개장 등의 매운맛 제품들도 진열돼있다.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슈퍼마켓에서도 고추장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이 눈에 띈다.>

<인디애나폴리스 지역의 식재료품점에는 다양한 김치 시즈닝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또한, 미국 동부에 위치해 있지만 근교 미시간-일리노이-켄터키-오하이오주에 둘러싸여 있어 중서부적 문화를 잘 간직한 인디애나주는 미국 내 옥수수 생산율 3위를 기록하는 지역이다. 특히 각종 공업과 농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여유로운 미국적 분위기를 간직한 곳이다. 인디애나주의 주도인 인디애나폴리스는 ‘스피드 500’이라는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만큼, 매년 수십만 명의 스포츠카 팬들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런 인디애나폴리스 지역 또한 내슈빌처럼 아시아인 인구가 미국 대도시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한식 제품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인디애나폴리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유기농 식품점 홀푸드(Wholefoods)에서는 한국 고추장은 물론 각종 김치 시즈닝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생소한 김치 시즈닝은 미국 내에서 설립된 식품회사들이 제조한 상품들이 다수이며, 김치의 맛을 가지고 있지만 건조된 분말이나 액상류로서 고기, 야채, 간식 위에 쉽게 뿌려 먹을 수 있다. 샐러드, 치킨, 타코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즐기는 미국인들의 식습관에 맞게 해당 음식들의 맛을 살려줄 수 있는 김치 시즈닝은 케첩, 살사, 핫 소스 대용으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한식의 인기는 미국 내 한식 관련 식품 기업들이 다수 생겨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주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누계(잠정) 농식품 수출액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시장별 수출액(증감률) 중 미국은 6억 3460만 달러(13.6%↑)를 기록하며 대폭 증가했다. 농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백신 접종 확대로 경제 활성화가 기대되는 미국은 물동량 증가와 입항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업체의 물류난 해소를 위해 관계 기관과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출 여건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내 높아지는 한식 수요를 맞추기 위한 시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강기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뉴욕)/뉴욕 통신원]
약력 : 현) 패션 저널리스트 및 프리랜서 디자이너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