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두부 만드는 법 보여주는 두부 박물관, 북창동순두부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7.07

지난 6월 15일, 캘리포니아주가 전면적 경제 재개방을 맞으면서 한인타운의 한식당들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한인타운 내에만 2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는 북창동 순두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북창동 순두부 윌셔 지점이 위치한 윌셔가(Wilshire Blvd)는 주변에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건물들이 가득 들어선 곳. 당연히 사무실에서 일하는 화이트 칼라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이들은 가격 대비 푸짐하고 질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는 북창동 순두부 윌셔 지점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번호표를 받으며 긴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순두부와 갓 지은 돌솥밥, 조기구이, 조개젓과 겉절이, 오이지, 그리고 갈비, 불고기 등이 곁들여지는 콤보메뉴의 가격이 20달러(약 2만3천원) 내외이니 가성비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북창동 순두부 윌셔 지점에 들어서면 마치 순두부 박물관과 같은 전시물들이 눈길을 끈다. 새하얀 한지에 먹물을 찍어 붓으로 그린 4폭의 그림은 우리 조상들이 전통적으로 순두부를 만들었던 방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첫번째 그림은 도리깨를 든 남성이 수확한 콩을 타작하는 장면이다. 한복을 입고 짚신을 신은 그는 흐르는 땀을 흡수하기 위해서인지 머리띠를 질끈 메고 도리깨를 어깨까지 높이 들고 정직한 노동에 한참이다. 그 다음 그림은 흰 저고리, 검은 치마를 입고 앞에는 행주치마, 머리에 흰 두건을 두른 여인이 앉아서 맷돌에 콩을 가는 모습이다. 세번째 그림은 여인이 가마솥에 콩을 간 두유를 큰 주걱으로 휘휘 젓는 모습, 네번째 그림은 무명 헝겊 씌운 목조 두부 판에 완성된 순두부를 넣은 후 굳혀 접시에 한 모 담아가는 모습이다.

그림 아래에는 두부 만들기 과정(Tofu Making Instructions)이 실제 전통 조리기구들과 함께 전시돼 있다. 첫 과정은 ‘콩 선택과 불리기’이다. 전시된 내용에 따르면 “두부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유기농 햇콩을 선택하여 6~12시간 불린다.”라고 되어 있다. 두번째 과정은 ‘갈기’라고 되어 있다. 물에 불린 콩을 맷돌로 곱게 갈아 두유로 만드는 과정으로 콩을 갈 때에는 더운 물을 같은 콩의 비율로 부어준다.”고. 이 과정을 설명하고자 검은 돌로 만든 맷돌을 어디에선가 구해 가져다놓았다. 세번째 과정은 ‘끓이기와 간수붓기’이다. 제목 아래 쓰여진 설명을 보니 “채에 걸러진 두유를 솥에 넣고 바닥에 눌러 붙지 않도록 잘 저으면서 3분 동안 끓인다. 두부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인 물과 간수를 1:1로 혼합하여 넣고 큰 주걱으로 저은 후 10분 동안 응고 및 숙성시켜 순두부를 만든다.”라고 쓰여 있다. 전시물은 검은색의 커다란 가마솥. 한국의 골동품점을 뒤져서 발견한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이라면 미국 땅에서 가마솥을 보는 감회는 남다르지 않을 수가 없다. 네번째 과정은 ‘굳히기’이다. “숙성된 순두부를 두부판에 넣고 무거운 것으로 눌러주면 수분이 점차 빠지면서 순두부로 완성된다.”라는 설명과 함께 나무로 만든 두부판이 전시돼 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주 두부를 먹으면서도 두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북창동 순두부의 두부 제조 과정 전시는 내가 먹는 식재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두부를 썰어 양념간장을 찍어먹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이들은 북창동 순두부의 두부 전시 공간을 통해 추억 여행을 떠날지도 모른다. 가공식품이 절대 따라갈 수 없는 담백한 건강식의 맛,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어쩜 그런 기대를 가슴에 품고서 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음식을 통해 두부를 알게 된 미국 현지인들도 이국적인 식재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토록 자세히 볼 기회를 갖는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때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현지인이 전시물을 사진찍고 있는 통신원을 보며 한 마디 건넨다.

멋지죠? 두부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 처음 알았어요. 순두부를 먹으면서도 내내 감사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두부는 100퍼센트 유기농 식품이네요

벽면에 걸려 있는 헝겊 모자이크 작품도 한글을 적은 창호지 부분이 그렇듯, 한국 전통 예술에 대한 감흥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작은 두부 박물관 돌아본 듯한 느낌에 매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윌셔가의 북창동순두부. 늘 현지인 고객들로 북적인다>

<윌셔가의 북창동순두부. 늘 현지인 고객들로 북적인다>


<입구에서 앞쪽으로 전시된 순두부 만드는 방법에 대한 그림>

<입구에서 앞쪽으로 전시된 순두부 만드는 방법에 대한 그림>


<첫 단계 콩 고르기>

<첫 단계 콩 고르기>


<두번째 단계 맷돌로 갈기>

<두번째 단계 맷돌로 갈기>



<가마솥의 두유를 천천히 저으면서 순두부를 만드는 과정>

<가마솥의 두유를 천천히 저으면서 순두부를 만드는 과정>


<두부 만드는 끝 단계. 틀에 넣기>

<두부 만드는 끝 단계. 틀에 넣기>


<나무로 만든 두부틀이 전시돼 있다.>

<나무로 만든 두부틀이 전시돼 있다.>



<헝겊과 붓글씨 쓰기를 결합한 전시물>


<헝겊과 붓글씨 쓰기를 결합한 전시물><헝겊과 붓글씨 쓰기를 결합한 전시물>

<헝겊과 붓글씨 쓰기를 결합한 전시물>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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