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스트리밍 시대, 팬데믹이 가져온 브라질 음악 차트의 변화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7.01

지난 5월 21일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신곡 <버터>의 희소식이 연일 들려오는 가운데, 브라질 음악 차트에서도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버터>는 5월 넷째 주 브라질 유튜브 탑 송(Top Songs) 5위에 올랐고, 탑 아티스트 순위에도 유일한 외국인으로 21위를 기록했다. 작년 <다이너마이트>에 비해 화제성은 덜하지만, 스포티파이 브라질 차트 6월 첫 주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외국인 아티스트가 단 셋, 올해 슈퍼 신예 올리비아 호드리고, 릴 나스 엑스, 그리고 방탄소년단뿐임을 감안할 때, 글로벌 스타로서 여전히 강력한 음원 파워를 느낄 수 있다.


<아이튠즈 차트 기반으로 순위를 보여주는 아이탑차트 브라질, 6월 7일자 높은 순위에 오른 케이팝 – 출처 : 아이탑 차트 브라질><아이튠즈 차트 기반으로 순위를 보여주는 아이탑차트 브라질, 6월 7일자 높은 순위에 오른 케이팝 – 출처 : 아이탑 차트 브라질><아이튠즈 차트 기반으로 순위를 보여주는 아이탑차트 브라질, 6월 7일자 높은 순위에 오른 케이팝 – 출처 : 아이탑 차트 브라질>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나 대규모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된 지 1년이 넘었다. 그 사이에 브라질 음악 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에 따르면 브라질 스트리밍은 팬데믹이 시작한 작년 한 해 37.1% 증가했으며 스트리밍 수익은 24.5% 증가했다. 특히나 케이팝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성장하여 작년 스포티파이 케이팝 스트리밍 시장에서 브라질은 5번째로 큰 시장이 되었다는 보도도 발표되었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케이팝처럼 변화의 급물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최근 브라질의 음악계 순위에 작은 변동이 일어났다. 팬데믹이 끼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브라질의 음악차트를 한번 들여다보자. 브라질 대중음악의 대표 장르로는 세르타네주(Sertanejo), 펑키(Funk), 포호(Forró), 삼바, 브라질 팝(MPB) 등이 있다. 앞서 말한 글로벌 히트곡을 제외하면 최근 브라질의 스트리밍 차트는 특히 세르타네주, 펑키, 포호 세 장르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음악이지만, 세르타네주(Sertanejo)는 이른바 브라질 컨트리 음악으로 오랫동안 음악 차트의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비올라, 아코디언, 기타, 하모니카 등을 사용한 과거 컨트리 음악이 도회적으로 발전한 장르로, 사랑과 배신을 주제로 하는 곡이 많고, 따라 부르기 쉽고 감성적인 멜로디가 특징이다. 1980년대부터 라디오, 텔레비전 등을 통해 상업 대중음악으로 각광받으며 브라질 대표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 글로벌 음악 트렌드의 영향으로 그전 같은 인기는 아니지만, 보수적인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주류 음악의 최강자로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새해 축제나 카니발 등 대형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음악이다.

 

펑키(Funk)와 포호(Forró)는 보다 최근에 주목받은 음악 스타일이다. 리우데자네이루 대도시 클럽 문화를 기반으로 인기를 얻은 펑키는 댄스를 위한 빠르고 리듬과 중독적인 전자 사운드가 특징이다. 브라질 북부의 축제 음악에서 시작된 포호는 컨트리 스타일로 시작했지만 팝, 록 등 다양한 음악의 영향을 받아 여러 가지 변형과 시도를 거쳐왔다. 최근에는 전자 키보드를 사용한 일렉트로닉 포호가 각광을 받고 있다.

 

현지 문화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장르의 높은 인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카니발 같은 큰 페스티벌, 대규모 행사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공연은 브라질 관광, 음악 산업의 메카일 뿐 아니라 주요 놀이 문화로서 브라질 사람들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과 달리 학교 음악 수업도 노래방도 흔치 않은 환경에서 선천적으로 춤과 노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클럽이나 콘서트장은 그야말로 자유와 해방의 공간인 것이다. 세르타네주가 고정 팬을 상대로 철저히 내수 시장에서 몸집을 불려왔다면,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한 펑키와 포호는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알려지고 타 아티스트들과 협업 등 장르의 확장에 힘써 왔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일까? 지난 5월, 드디어 포호가 세르타네주를 누르고 처음으로 유투브 차트 1위를 했다. 오랫동안 순위를 지켜왔던 세르타네주가 밀려났다는 소식에 브라질 대중음악계가 짐짓 술렁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순위 하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보인다.


<세르타네주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차트 탑3에서 밀려났음을 알리는 헤드라인 – 출처 : G1(21. 5. 15.)>

<세르타네주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차트 탑3에서 밀려났음을 알리는 헤드라인 – 출처 : G1(21. 5. 15.)>


일부 관계자들은 장기간 대규모 공연 부재, 아티스트들의 신곡 발표연기 등으로 인한 홍보 및 관심 부족이 불러온 일시적인 현상으로 내다봤다. 공연이 복귀하는 연말부터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예견된 변화라고 선을 긋는 분석도 있다. 사실 세르타네주의 인기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다. 차트 탑 10에서 보통 여섯 곡을 차지했던 2020년대 초와 비교하면 지금은 두 세곡만 차트에 오르는 실정이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라이브 행사들과 미디어 홍보에 기대어 큰 수입을 내던 대형 음악 회사들이 커다란 몸집 때문에 늘어난 관료적 절차 속에서 헤매다가 결국 팬데믹에 대응하는 것이 늦어지거나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르 음악의 생산성과 새로운 수익 모델에 적응 실패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디지털화된 제작 환경은 더욱 개별적이고 단순한 과정으로도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전자 키보드 하나로 제작하는 포호(forró de teclado)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스트리밍 수익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의 팬에 집중하느라 젊은 디지털 세대의 접근성을 외면한 것도 문제였다. 다른 장르들이 틱톡(Tik Tok), SNS 인플루언서와 같은 새로운 홍보루트를 타고 널리 퍼져갈 동안 말이다. 이런 비판은 참신함이나 유연함 없이 대형회사의 입김과 기존 경력자들의 세력으로 돌아가는 가요계를 꼬집은 말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늘어난 스트리밍 수익이 공연 부재로 잃은 손실을 다 보상해 주지는 못했다. 특히나 이벤트 공연 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브라질 음악 시장은 2019년 세계 시장 10위에 들었다가 2020년 다시 순위에서 떨어진 바 있다. 비대면 시대와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시장의 가속화를 가져왔다. 앞으로 브라질에 도래할 5G 시대는 더 많은 양의 모바일 콘텐츠, 디지털 서비스의 약진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많은 브라질 사람들에게 음악은 아직 아날로그 문화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브라질은 연평균 성장률 2.47%를 예상하며 향후 5년간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산업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달 브라질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말까지 전 국민에게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연 일부 관계자들이 전망한 대로 공연 시장 복귀와 함께 세르타네주가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자.

 

※ 참고자료

iTopChart Brazil, https://itopchart.com/br/pt/top-songs/

《G1》 (21. 5. 15.) <Sertanejos saem do top 3 do YouTube pela primeira vez desde a criação do ranking em 2018>, https://g1.globo.com/pop-arte/musica/noticia/2021/05/15/sertanejos-saem-do-top-3-do-youtube-pela-primeira-vez-desde-a-criacao-do-ranking-em-2018.ghtml



서효정 통신원 사진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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