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위기의 출판계가 한류에 거는 기대감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7.06

전세계 출판계에 덮친 팬데믹의 충격은 브라질도 비껴가지 못했다. 작년 한 해 유명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무너진 직접 판매 수익을 메꾸기 위해 출판사들은 신작 출시를 멈추고 온라인 마케팅과 비대면 시장에 매진했다. 덕분에 2020년 브라질 출판 시장은 전년 대비 8.8% 감소했지만, 그중 온라인 시장 수익은 84% 증가했다.

 

그 가운데 희소식도 있다. 도서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다. 팬데믹 이전만 해도 브라질 인구대비 독자 비율은 2015년 56%에서 2019년까지 52%로 4년간 꾸준히 하락하고 있었다. 특히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고학력자들의 독서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자가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여가 시간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2021년 2월 서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9% 상승해 370만 권 이상이 팔렸고, 3월 역시 작년보다 100만 권 이상 팔렸다고 한다. 그 중에서 인기 장르인 종교 서적 부문은 인기가 하락한 반면 소설, 문학 부문의 호조가 눈에 띈다.

 

그러나 위축된 소비 심리로 인한 구매 하락과 온라인 시장, 특히 아마존(Amazon)에 집중된 독점적 수입 구조는 지나친 최저가 경쟁과 대면 서점 축소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에 출판업계와 작가협회, 서점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면 서점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캠페인, 온라인 강의, 인터넷 인플루언서를 통한 홍보, 어학 콘텐츠, 실물 가판대 투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고 있다.

 

브라질의 유력 언론사인 《폴랴지상파울루(Folha de São Paulo)》는 위기 극복의 방편으로 브라질 출판계가 꺼내든 키워드에 주목했다. 바로 ‘아시아’와 ‘청소년’이다. ‘케이팝 팬들을 겨냥해 아시안 책 출간에 배팅하는 출판사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2021년과 2022년 출간되는 관련 도서 리스트 26권을 선정했다. 출판사들이 케이팝의 성공과 드라마, 만화, 게임, 유투브등으로 동아시아 콘텐츠와 부쩍 친근해진 젊은 세대의 소비 트랜드를 노리고 기획한 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아동 문학에 집중하는 이유로 1020 세대들이 온라인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고, 이 세대가 성인보다 소설을 더 많이 읽는다는 조사 결과 때문이다. 또한 아동도서의 경우, 교육 산업으로 정부차원의 배포 및 판매가 가능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팝 팬들을 겨냥해 아시안 책 출간에 배팅하는 출판사들’ 기사 – 출처 : 폴랴지상파울루(21. 6. 4.)>


<‘케이팝 팬들을 겨냥해 아시안 책 출간에 배팅하는 출판사들’ 기사 – 출처 : 폴랴지상파울루(21. 6. 4.)>


이 리스트에서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한국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동화 시리즈가 있다. 이 드라마는 2020년 방영 당시 브라질 넷플릭스 10위권에 오르며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인기와 더불어 도서 시리즈도 지난달 출간되었다. 홍보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은 이 시리즈를 번역 출판한 유일한 국가이며 지금까지 4만 5천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시리즈는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손아귀』, 『좀비 아이』,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 『봄날의 개』 모두 총 5권으로, 그중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는 6월 현재 아마존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해외 문학 상위권에 올랐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동화 시리즈는 가장 많이 팔린 해외 문학 부문에서 8위, 15위에 올랐다. – 출처 : www.amazon.com.br(21, 6, 12)>


<‘사이코지만 괜찮아’ 동화 시리즈는 가장 많이 팔린 해외 문학 부문에서 8위, 15위에 올랐다. – 출처 : www.amazon.com.br(21, 6, 12)>


케이팝 팬을 주제로 한 청소년 도서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한국계 작가 스테판 리(Stephan Lee)의 『K-Pop Confidencial』이 지난 3월 브라질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케이팝 걸그룹이 되기 위해 한국에 가게 된 한 한국계 미국인 소녀의 이야기로, 작년 미국에서 발간된 후 포르투갈어로 번역한 것이다. 1권이 브라질에서 성공하자 출판사에서는 후편까지 내년 출판 예정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뉴욕 베스트셀러 한인 작가 데이빗 윤(David Yoon)의 『Super Fake Love Song』, 그리고 소녀시대 멤버였던 제시카 정의 케이팝 성공 일대기를 그린 『Bright』도 내년 출판 예정이다.

 

물론 청소년 도서만 출간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SNS에서 불거진 외국인 혐오 반대 운동은 대중들에게 인종차별과 다양성에 다시금 집중하게 했다. 성숙해진 독자들은 실제 삶 속에서 편견과 차이를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작년 12월에 출간된 근현대사 속 재일교포의 삶을 그린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2017)』, 이민자들이 겪은 인종차별을 그린 중국계 작가 시시 티안(Xixi Tian)의 『This Place is Still Beautiful(2021)』은 모두 그런 대중의 관심을 대변한다. 『채식주의자』로 브라질에서도 유명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2014)』 역시 얼마 전 출간되었다. 『소년이 온다』는 5.18 민주화 운동을 여러 화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브라질어로 출판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외에도 유명 중국 무협소설 작가 김융의 『사조영웅전』, 노벨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민들레』 등 동북 아시아계 작가들의 작품들도 출판 리스트에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출간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출판사 소개 페이지 – 출처 : todavialivros.com.br>

<지난달 출간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출판사 소개 페이지 – 출처 : todavialivros.com.br>


하지만 한계도 뚜렷이 보인다. 아직까지도 현지 시장에서 한류는 동아시아 문화 중 하나로 국한된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콘텐츠는 주로 케이팝, 한국 드라마 같은 트렌디한 주제에 집중해 눈길은 쉽게 끌지만 단편적이고 깊이 없이 소비된다. 흥행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 북미, 유럽 시장에서 이미 성공한 베스트셀러 중에서 작품을 선별하다 보니, 대부분 아시안 영미 작가, 혹은 이미 영어로 번역된 작품으로 한정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는 번역가 부족과 번역 비용 부담의 문제와도 결부된다. 아시아 언어에서 바로 번역할 경우, 영어를 번역했을 때와 비교해 비용이 2배까지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 작품들이 브라질어로 출판되기까지 먼저 영어로 번역되어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현실적인 절차와 비용의 벽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들이 알려지고 세계 시장에서 뚜렷이 제 자리를 잡게 된다면 앞으로 브라질 독자들이 한국 작품을 만나게 될 기회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자막의 한계를 넘어 브라질 안방에 안착할 수 있었듯이, 출판계에도 언젠가 한국 바람이 제대로 불길 기대해 본다.

 

※ 참고자료

《RadioagênciaNacional》 (21. 4. 15.) <Venda de livros cresce na pandemia, em fevereiro a alta foi de 18%>, https://agenciabrasil.ebc.com.br/radioagencia-nacional/economia/audio/2021-04/venda-de-livros-cresce-na-pandemia-em-fevereiro-alta-foi-de-18

《Folha de S.Paulo》 (21. 6. 4.) <De olho nos fãs de k-pop, editoras apostam em safra de livros asiáticos no Brasil>, https://www1.folha.uol.com.br/ilustrada/2021/06/de-olho-nos-fas-de-k-pop-editoras-apostam-em-safra-de-livros-asiaticos-no-brasil.shtml

《Globo》 (21. 5. 25.) <Afetada pela pandemia, indústria editorial encolhe 8,8% em 2020 e se torna mais dependente da Amazon>, https://oglobo.globo.com/cultura/livros/afetada-pela-pandemia-industria-editorial-encolhe-88-em-2020-se-torna-mais-dependente-da-amazon-1-25031975



서효정

  •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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