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을 보며 독도 지키는 아이디어 얻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5.14

LA에 30년 이상 살면서도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옥스나드(Oxnard)에서 뱃길로 1시간 더 걸리는 ‘채널 제도 국립공원(Channel Islands National Park)’에 아직까지 가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고백은 LA 사는 다른 한인 동포들의 푸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LA에 20년째 살면서 아직까지 디즈니랜드 한 번 못 가봤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으니까. 레스토랑과 카페, 극장과 박물관이 모두 문을 닫았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은 전 세계인들에게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뜰 수 있게 만든 계기였을 것이다. 지금이야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재개를 시작하고 있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여럿 되지만 몇 달 전만 하더라도 가족 아닌 사람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산, 바다, 국립공원 등 자연뿐이었다.

 

산타크루즈, 아나카파, 산타로사, 산타바바라, 산미구엘 등 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채널 제도는 인간이 문명을 이루며 사는 흔적이 최소화된 국립공원이다. 옥스나드에서 배로만 갈 수 있는 이곳에는 호텔도, 편의점도, 식당도, 상점들도 없고 도로도, 신호등도, 자동차도 없다. 유일한 건물이라고는 방문자센터, 섬을 돌보는 레인저(Ranger, 산림경비대)들이 기거하는 집, 그리고 초기에 이곳에 정착했던 이가 지은 랜치(Ranch)의 흔적밖에 없다. LA에서 떠난 것이 새벽 6시. 옥스나드의 벤투라 하버(Ventura Harbor)에 도착해 배를 기다려 아일랜드 패커스(Island Packers) 유람선에 올라탔다. 오늘의 행선지는 5개의 섬 가운데 산타 크루즈(Santa Cruz) 섬.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던 배의 엔진이 갑자기 꺼진다. 선장은 빨간색 부유물에 올라 게으른 아침잠을 즐기고 있는 바다사자를 보여주었다. 충분히 그들을 보고난 후 다시 달리기 시작하던 배가 또 한 차례 선다. 선장이 이번에는 “주변에 고래가 있다”며 엔진을 끄고 고래가 물을 내뿜는 모습을 보라고 안내했다. “채널 제도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른 종류의 고래들을 볼 수 있습니다. 12월~4월 사이에는 베링해와 멕시코 사이를 이동하는 귀신고래가 발견됩니다. 여름철에는 크릴 새우를 찾아 헤엄치는 흑고래 또는 대왕고래를 볼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니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귀신고래라는 얘기다.

 

선장은 또 한참을 달리다가 세 번째 엔진을 껐다. 이번에는 돌고래들이 떼를 지어 자맥질을 하며 사람들을 반겨주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아름다운 기적이 태평양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다섯 개의 섬 모두 이처럼 인간의 손이 닿지 않고 천혜의 자연이 펼쳐져 있는 곳이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한적함, 진정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수많은 식물과 야생동물들의 서식지인 채널 제도를 돌아보려면 도보 하이킹 또는 카약 투어가 제격이다. 채널 제도의 많은 동굴과 해초들을 가까이서 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카약을 타고 탐험길에 오르는 것이다. 투어는 90분짜리부터 종일 코스까지 다양하며 너비 100피트(30.5m) 규모의 세계 최대 바다동굴, 페인티드 케이브(Painted Cave) 등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통신원의 행선지인 산타 크루즈 섬은 4분의 1만이 국립공원이고 나머지는 자연보호구역이다. 하지만 산타 크루즈 섬의 면적이 248평방 킬로미터로 5개의 채널 제도 가운데 가장 크기 때문에 이 섬의 25퍼센트인 국립공원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가면 바람 부는 절벽, 광활한 풍경, 숨겨져 있는 만이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펼쳐진다.

 

산타크루즈 섬에는 총 15개의 산책로가 나 있다. 통신원은 하이킹을 하며 섬 둘레의 아름다운 코브를 둘러봤다. 바닷가를 따라 지천에 피어 있는 흰 색의 겟매꽃(False bindweeds)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봄날을 맞아 꽃의 향연을 벌이고 있었다. 호텔 등 숙박시설은 없지만 섬마다 캠핑장이 있어 하룻밤을 지내며 완전한 자연의 품에 안기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여러 캠프장 가운데 산타크루즈 섬의 스콜피온 앵커리지(Scorpion Anchorage)와 산타로사 섬의 워터 캐니언 캠프(Water Canyon Camp)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살짝 고백을 하자면 산타로사 섬의 캠프그라운드를 예약했었지만 그날 산타로사 섬에 가는 배편이 없어 캠프그라운드를 취소하고 당일치기 산타 크루즈 섬 관광을 선택한 것이었다. 만약 채널 제도에서의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배편부터 먼저 확인할 것을 권한다.

 

캐번 포인트(Cavern Point), 포테이토 하버(Potato Harbor), 스머글러스 코브(Smuggler’s Cove) 절벽을 걷다 보면 여우를 만날 수도 있다. 통신원은 고양이 크기의 아기 여우를 이 섬에서 봤다. 가까이 있는 행복을 상징하는 블루제이 새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고 산타 크루즈 섬에만 사는 새라고 하는데 그 신비한 파랑색 날개짓은 육지에 와서도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유칼립투스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스콜피언 캐년 캠핑장에는 25개의 캠프 사이트가 마련돼 있다. 캠핑장이니 만큼 음식을 만들어먹는 것이 허용된 곳인지라 함께 여행길에 오른 한인들은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때마침 찬 바람이 불어오니 따뜻한 라면 국물은 치유의 능력이 있는 소울푸드가 되어 준다.

 

통신원은 이곳을 여행하며 한국의 독도를 떠올렸다. 한류에 관한 취재를 하다 보면 통신원도 아직 가본 적 없는 독도에 다녀왔다는 이들을 제법 자주 만나게 된다. 가본 적이 없고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만 갖고 있으니 섣불리 뭐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천혜의 자원인 독도의 보존을 위해 애국의 마음으로 제안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산타 크루즈 섬에 도착했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방문객을 반긴 여성 레인저(Ranger, 산림경비대)였다. 그녀는 배에서 내린 방문객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어서 오십시오. 여기는 국립공원입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돌멩이 하나, 나뭇가지 하나도 가져나가서는 안 됩니다. 만약 적발될 때에는 저희가 벌금통지서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당신이 만든 쓰레기는 모두 당신이 가져나가야 합니다. 채널 아일랜드에는 쓰레기 치우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에게는 절대 인간의 음식을 주지 마십시오. 이것 역시 발견되면 티켓 감입니다.”라며 단단히 주의를 줬다. 방문객들이 얼마나 주의사항을 잘 지켰는지는 섬의 청결도를 보면서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숫자가 줄던 야생여우는 최근 다시 증가추세라고 한다.

 

섬 입구의 방문자센터에는 이 섬에 살았던 이들에 대한 역사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돼 있었고 야외에 세워진 스콜피언 랜치 정보센터에는 섬의 미니어처 모형과 함께 이 섬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와 야생동물에 대한 정보가 잘 꾸며져 있었다. 한국의 독도를 찾는 방문자들에게도 천혜의 자연을 대하는 감동과 설렘, 그리고 삼가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여러 장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 레인저가 방문객들에게 채널 제도 국립공원에서 지켜야 할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여성 레인저가 방문객들에게 채널 제도 국립공원에서 지켜야 할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기 정착자가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방문자 센터<초기 정착자가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방문자 센터>

초기 정착자가 쓰던 트랙터 유적<초기 정착자가 쓰던 트랙터 유적>

방문자 센터 내 초기 정착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부엌 살림<방문자 센터 내 초기 정착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부엌 살림>

스콜피언 랜치 인근에 대한 설명을 살펴볼 수 있는 옥외 정보 시설물<스콜피언 랜치 인근에 대한 설명을 살펴볼 수 있는 옥외 정보 시설물>

산타 크루즈 섬의 미니어처 조형물<산타 크루즈 섬의 미니어처 조형물>

산타 크루즈 섬을 알리는 표지판<산타 크루즈 섬을 알리는 표지판>

해변에 늘어선 카약들. 카약은 이곳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해변에 늘어선 카약들. 카약은 이곳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유칼립터스 나무에 둘러싸인 캠프그라운드유칼립터스 나무에 둘러싸인 캠프그라운드<유칼립터스 나무에 둘러싸인 캠프그라운드>

푸른 바다, 협곡, 동굴<푸른 바다, 협곡, 동굴>

절벽에 피어 있는 야생화<절벽에 피어 있는 야생화>

에머랄드빛 바다물이 아름다운 절벽<에머랄드빛 바다물이 아름다운 절벽>

바닷가를 따라 지천에 피어 있는 흰 색의 겟매꽃<바닷가를 따라 지천에 피어 있는 흰 색의 겟매꽃>
벤추라 항과 산타 크루즈 섬을 오가는 유람선이 정박해 있다<벤추라 항과 산타 크루즈 섬을 오가는 유람선이 정박해 있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통신원 사진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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