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넷플릭스의 회원이 되고 나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저작권에 위배되는 동영상의 제목을 교묘히 바꾸어 누군가가 유튜브에 올린 것을 이리저리 찾아보던 처지를 벗어나 정정당당히 제목을 찾아가며 한국 드라마를 광고 없이 통으로 보는 기쁨이란… 최근 통신원은 2019년 12월 14일부터 2020년 2월 16일까지 방영된 《tvN》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뒤늦게 보기 시작하면서 완전 몰입 모드에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궁금증이 발동했다. 과연 영어권에서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테일러(Tatler)》라는 온라인 매체가 발행되는 곳은 싱가포르이지만 영어권 아시아 문화 잡지인 관계로 전 세계 영어권 독자를 두고 있다. 테오 첸 링(Teo Chen Ling) 기자는 2021년 4월 23일 자에 실린 “2021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한국 드라마 11편”이라는 흥미있는 기사를 통해 영어권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를 1위에서부터 11위까지 선정했다. 통신원이 재미있게 보고 있는 <사랑의 불시착>도 무려 2위에 올라 반가운 마음이었다. 기사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 대부분 지역의 연예계가 콘텐츠 제작 문제와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런 가운데에도 한국드라마는 계속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결과, 이 시기에 상영된 많은 드라마들이 넷플릭스, 뷰(Viu)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 진출해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다가가며 높은 시청률을 누리고 있다.

한국의 TV 시청률은 공중파 채널에서 첫 방송을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드라마 시청률은 보통 케이블 채널에서 시청하는 시청률에 집중한다. 한 케이블 쇼의 에피소드당 시청률은 환상적이라고 할 28%로 고정되고 있으며, 현재 이 수치를 넘어서고 있다. 기사는 2020년과 2021년에 방영된 11개의 최고 시청률의 한국드라마 목록과 그 시청률을 공개했다.

11위 <사이코지만 괜찮아(It’s Okay to Not Be Okay)> 7.348%

<11위에 오른 ‘사이코지만 괜찮아’ – 출처 : tvN/스튜디오드래곤>

2020년 6월 20일부터 2020년 8월 9일까지 방영했던 《tvN》의 드라마로 시청률 7.348%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많은 뉴스를 만들어냈다. 7.348%라는 시청률은 한국에서는 그리 큰 시청률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는 여자 주인공 서예지를 국제적인 스타덤에 오르게 했고, 남자 주인공 김수현은 이 시리즈로 받은 천문학적 액수로 인해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는 한국 드라마 배우가 되어 화제가 되었다. 겨우 7%가 넘는 시청률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지난 1년 동안 한국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드라마 중 하나이며, 다수의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올랐다.

10위 <청춘기록(Record of Youth)> 8.74%

<10위에 기록된 드라마 ‘청춘기록’ – 출처 : tvN/팬엔터테인먼트>

2020년 9월 7일부터 2020년 10월 27일까지 방영했던 《tvN》의 드라마이다. 하명희 작가가 집필하고 안길호 PD가 연출, 한남동을 배경으로 흙수저 사혜준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첫 방송 후 넷플릭스를 통해 아시아 및 영어권 지역을 시작으로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되었다. 2019 아카데미 작품상 <기생충>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박소담과 박보검이라는 슈퍼스타가 공동출연했다. 하지만 주연급 스타파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무척 실망스럽다. 어떤 이유에선지, 두 배우가 합하면서 뭔가가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화학 작용이 전혀 없었다는 점 때문에 시청률에 낮아지지 않았을까. 아니면 대본의 부실 때문일까. 무엇이든 간에, '박-박' 팬들은 매우, 매우 불만족스러워했다.

9위 <비밀의 숲 시즌 2(Stranger season 2)> 9.408%

<9위에 오른 ‘비밀의 숲’ 시즌 2 – 출처 : tvN/에이스팩토리>

2020년 8월 15일부터 2020년 10월 4일까지 방영된 《tvN》의 드라마이다. 수상작 스릴러인 <비밀의 숲>의 두 번째 시즌으로, 한국에서 평균 9.5%의 높은 시청률을 달성했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보다 줄거리 위주의 드라마, 액션, 강렬한 연기를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꼭 봐야 할 시즌이다.

8위 <결혼작사 이혼작곡(Love (ft. Marriage and Divorce)> 9.656%

<9위에 오른 ‘비밀의 숲’ 시즌 2 – 출처 : tvN/에이스팩토리>

2021년 1월 23일부터 2021년 3월 14일까지 《TV조선》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이다. 속편이 2021년 6월부터 방영 예정이다. 잘 나가는 30대, 40대, 50대 매력적인 세 명의 여주인공에게 닥친 상상도 못 했던 불행에 관한 이야기,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멜로드라마이다.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세 명의 동료들의 삶에 얽힌 혼전 이야기는 매주 드라마에 채널을 맞추면서 관객들에게 화두를 던졌을 것이다.

7위 <빈센조(Vincenzo)> 11.375%

<7위에 오른 ‘빈센조’ – 출처 : tvN/로고스필름>

2021년 2월 20일부터 시작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고, 오는 2021년 5월 2일까지 방영될 예정인 《tvN》의 드라마이다. 송혜교와의 이혼으로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위기에 몰렸던 송중기에게 좋은 컴백의 기회가 돌아왔다. 마피아 두목에게 입양됐던 이탈리아의 변호사이자 컨설턴트인 빈센조 카사노(송중기 분)는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이제 레이디킬러와 히트메이커로서의 지위를 다시 굳히려 한다.

6위 <더 킹:영원의 군주(The King: Eternal Monarch)> 11.6%

<6위에 오른 ‘더킹: 영원의 군주’ - 출처 : sbs/스튜디오드래곤>

2020년 4월 17일부터 2020년 6월 12일까지 방영된 《SBS》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로 《SBS》는 새로운 드라마 왕국의 자리에 등극했다.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과 누군가의 삶, 사람, 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이 두 세계를 넘나드는 공조를 그린 멜로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이다. 이민호가 주인공으로 합류했음에도 국내에서 5.2%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시청률이 하락했기에 실패한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도 이민호가 군 복무를 마친 후 복귀한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 시리즈로 기록됐다. 일부 사람들은 한국에서의 형편없는 시청률의 원인을 복잡한 공상 공상 과학 줄거리와 드라마 속 상품 배치(Product Placement) 탓으로 돌렸지만, 이 드라마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TV 스크린 앞에서 시간을 보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5위 <슬기로운 의사생활(Hospital Playlist)> 14.142%

<5위에 오른 ‘슬기로운 의사생활’ – 출처 : tvN/에그이즈커밍>

2020년 3월 12일부터 2020년 5월 28일까지 방영된 《tvN》의 드라마이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트리를 담은 휴먼 메디컬 드라마. 출연 배우들 가운데 인기 있는 한국드라마의 스타급 주인공들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볼 때 엄청난 시청률의 성공을 거둔 드라마로 꼽힌다. 의료센터의 의사, 간호사, 환자 그룹을 중심으로 한 이 시리즈는 케이블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중 하나이며, 2020년 국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시청률을 기록한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의 두 번째 시즌이 올해 6월부터 초연된다. 다섯 의사들의 우정과 차고 밴드에서 노는 그들의 시간 외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4위 <이태원클라쓰(Itaewon Class)> 16.548%

<4위에 오른 ‘이태원 클라쓰’ - 출처 : JTBC/쇼박스>

2020년 1월 31일부터 2020년 3월 21일까지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이다. 카카오페이지와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던 조광진의 만화 <이태원 클라쓰>가 원작으로, 2019년 6월에 제작이 발표됐다.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젊은층과 중장년층 모든 연령대의 호평을 받았다. 해외수출까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밑바닥에서 약자가 솟아오르는 이 극적인 이야기는 로맨스 박서준을 진지한 역할로 보여주었다. 촘촘한 스토리텔링과 출연진들의 강렬한 퍼포먼스를 극찬한 평론가와 관객들로 인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태원클라쓰>는 제25회 아시아 텔레비전 어워드에서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 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다미를 눈여겨보게 했다.

3위 <철인왕후(Mr. Queen)> 17.371%

<3위에 오른 ‘철인왕후’ - 출처 : tvN/YG STUDIOPLEX>

2020년 12월 12일부터 2021년 2월 14일까지 방영된 《tvN》의 드라마이다. 우스꽝스러운 신혜선과 최근의 스캔들로 이슈가 된 김정현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다. 시간여행, 바디 스왑 코미디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한국 케이블 TV 역사상 7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다가오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신혜선을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리기도 했다.

2위 <사랑의 불시착(Forced landing of love)> 21.683%

<2위에 오른 ‘사랑의 불시착’ - 출처 : tvN/스튜디오드래곤>

2019년 12월 14일부터 2020년 2월 16일까지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이다. 이정효, 김희원, 김나영이 감독을 맡았고 현빈, 손예진, 김정현, 서지혜가 주연으로 출연하였다. 한국드라마 팬들에게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현빈과 손예진 커플에게 실제의 연인이 되도록 축복해 준 이 엄청난 히트곡에 대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있을까. 소매치기하는 꽃제비를 보면서 북한의 힘겨운 현실에 대해 눈뜰 수 있었던 드라마이기도 했다. 또한 이 드라마는 통일을 보는 한국인들의 의식을 한 단계 올려주기도 했다.

1위 <부부의 세계(The World of the Married)> 28.371%

<1위에 오른 ‘부부의 세계’ - 출처 : JTBC/제이콘텐트리>

<부부의 세계>는 2020년 3월 27일부터 2020년 5월 16일까지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이다. 영국 《BBC One》에서 방영한 드라마 <닥터 포스터(Doctor Foster)>를 국내 제작 드라마로 기획한 시리즈이다. TV 시청률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만큼 대히트했는데 최고 시청률 에피소드에서 28.3%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 케이블 TV 드라마 평균 시청률도 18.829%로 가장 높았다. 컨닝, 복수, 슬픔, 후유증에 대한 멜로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특히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희애는 손예진, 아이유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 주류 TV에서는 좀처럼 논의되지 않는 간통, 불륜이라는 주제와 경계를 넘어서는 성적인 내용이 이 강렬한 드라마를 역대 최고 시청률 시리즈로 만들었다.

※ 참고자료

《Tayler》 (21. 4. 23.) <11 Korean Dramas With the Highest Ratings in 2021: Which Haven’t You Watched?>, https://sg.asiatatler.com/society/korean-dramas-highest-ratings-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