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이순신 장군을 한글학교에서 배웠어요."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1.02.24

충무공 이순신 알리기 한산 부문(4~6학년)에서 3등 상을 받은 사라토프 한글학교 서한나입니다. 한글학교 선생님이 수상자 명단을 보여주셨습니다. 내가 서한나 이름을 봤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른 나라 학생들이 있는데 러시아 나라에 내 이름이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른나라 학생들이 있는데 러시아 나라에 내 이름이 있어시 기뻤습니다.

선생님이 해보라고 해서 그냥 했습니다. 작년에 한글학교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때 거북선도 친구들과 같이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번에 다시 하니까 점점 이순신 장군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서한나 수상 소감문 중)


이순신 미주교육본부가 주최한 2020년 제4회 충무공 이순신 알리기 작품 공모전에서 사라토프 한글학교 서한나(11살, 4학년) 학생이 3등 상을 받았다. 사라토프 한글학교 빈일숙 교장으로부터 지난 1월 19일 수상자 발표 결과를 전해 듣고 진심으로 함께 축하했다. 여전히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2021년 한글학교 운영과 수업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받은 선물 같은 소식이었다.


2020년 1월 7일, 8일에 진행된 사라토프 한글학교 역사 캠프, 사진 출처: 통신원 제공

▶ 2020년 1월 7일, 8일에 진행된 사라토프 한글학교 역사 캠프, 사진 출처: 통신원 제공


러시아 한글학교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각 한글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는 것이다. 한글학교가 위치한 러시아 지방 도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적기 때문이다. 수도인 모스크바를 제외한 다른 지방 도시에 위치한 한글학교에는 한글학교를 설립, 운영하는 교장 혹은 교사 가족들이 유일한 한국인인 경우도 있다. 이번에 3등 상을 받은 서한나가 사는 사라토프도 그런 도시 중 하나이다. 사라토프 는 인구 약 100만 명의 도시지만, 한국인이 거주하지 않는 땅이다. 러시아 재외동포인 고려인들 인구는 많은 편이라 사라토프 한글학교는 고려인들과 협력하며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사라토프 한글학교는 재외동포 역사 정체성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에도 '돈으로 본 한국의 위인들'을 주제로 역사 캠프를 실시했다. 한국 현용 화폐에 도안된 한국 위인들은 백원화(이순신), 오천원권(율곡 이이), 만원권(세종대왕), 오만원권(신사임당)이다. 이 캠프를 통해 참석 학생들은 거북선을 직접 만들어 보았고, 이순신 장군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명량' 영화도 함께 시청했다. 고려인, 러시아인 학생들이 역사 캠프 참석자 다수를 차지했지만, 주최 측인 사라토프 한글학교는 이 역사 캠프가 참석한 소수의 한국인 학생들을 위한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다. 그 바람대로 이 역사 캠프를 통해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난 11년 동안 한국에 딱 2번 다녀온 서한나 머리와 마음에 이순신 장군이 각인되었다.


서한나가 이순신 작품 공모전을 준비하는 모습.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

▶ 서한나가 이순신 작품 공모전을 준비하는 모습.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서한나가 소감문에 적은 것처럼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그냥 시작했는데, 그냥 할 일이 아니었다. 서한나가 공모한 한산 부문은 음성 녹음과 자막이 포함된 5분 이내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이 필수 사항이었다. 한국어 자막으로 작성해서 거주국 언어로 다시 번역해 본인 음성으로 녹음해야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한나는 이순신 장군의 삶과 업적에 대해 더 깊게 배울 수 있었다. 사진 출처: [사라토프 한글학교 제공]


이순신 장군의 생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내용 슬라이드

▶ 이순신 장군의 생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내용을 슬라이드에 담았다. 어떤 부분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진을 모았다. 그러나 더 많은 부분은 직접 했다. 직접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했다. 배도 직접 만들었고 내용도 직접 생각했다. 그 후 오빠의 도움으로 한글로 글을 쓰고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11살 서한나가 생애 최고로 공을 들여 열정으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역사 교육을 통한 재외동포들의 정체성 교육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주체는 학생 자신이다. 이것은 형체가 없고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아 기운이 빠질 때가 있다. 지난해 한글학교에서 주최한 역사 캠프를 통해 이순신 장군을 처음 알았고, 또다시 복습하는 과정이 서한나 정체성 형성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 몇 번의 역사 교육을 통해 한국인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애국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한글학교 역사 교육을 통해 한국 역사가 전달되고 있고, 학생들 삶에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 큰 격려가 되었다. 많은 전문적인 지식으로 한글학교 역사 교육의 정당성 과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겠지만, 한국인 자녀들을 위한 한글, 역사 교육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인내의 과정을 거쳐 이순신 장군을 통해 당당히 3등 상을 수상한 서한나의 삶이 러시아 한글학교 관계자에게 더 큰 도전이 되었다. 러시아 한글학교에는 많은 서한나가 있다. 교장으로서 교사로서 강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러시아 한글 학교 한글 교육과 역사, 문화 교육은 어떤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것이 러시아 한글학 교 존재 이유다.


“이순신 장군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죽었는지, 거북선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음력 생일이 3월 8일인데, 러시아의 여성의 날과 같습니다. 그래서 더 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오빠, 엄마 그리고 아빠 고맙습니다. 선생님과 가족 덕분에 상장과상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순신 알리기 작품 공모전 행사에 감사합니다. “(서한나 수상 소감문 중)


서지연 통신원 사진
[러시아 바로네즈] 서지연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3. 4. 5기
현) 러시아 바로네즈 한글학교 교장
경력) MBTI 강사 및 상담 프리랜서
청강문화 산업대학 상담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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