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한 터키 드라마, 스페인 안방 극장 공략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2.25

스페인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터키 드라마 'Mi hija'(한국 드라마 '내 딸 서영이' 리메이크작) - 출처 : ANTENA 3<스페인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터키 드라마 'Mi hija'(한국 드라마 '내 딸 서영이' 리메이크작) - 출처 : ANTENA 3>

 

스페인에서 터키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디어 통신 그룹 ‘아트레스 메디아(Atresmedia)’ 채널 《안테나 3(Antena 3)》에서 지난 해 7월 7일 스페인 프라임 타임에 첫 방영을 시작한 터키 드라마 <MUJER(번역: 여자, 원제: Kadin)>은 최고 시청률 23,7%(2021년 2월 9일 기준)을 기록하며 스페인 안방에 터키 드라마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이다. 총 세 시즌 81회로 이루어진 이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 <WOMAN>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터키의 <KADIN>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남미 등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탄력 받은 아트레스 메디아는 다른 터키 드라마 <Mi hija(번역: 내 딸/원제: Kizim)>를 12월 28일 첫방영했다. 스페인 인기 프로그램 <엘 오르미게로(El hormiguero)> 휴방을 기회로 황금 시간대인 저ᅟᅧᆨ 10시부터 11시까지 시간대에 편성하였으며 그 결과 첫 회가 17,4%를 기록하며 2019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첫 방영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두 드라마의 성공은 아트레스 메디아 전체 시청률을 약 1.4%나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많은 스페인 채널들이 터키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있다. 사실, 이 터키 드라마가 스페인 안방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3년 전 같은 방송사 채널 《NOVA》에서 방영한 터키 드라마 <파트마귈의 잘못은 무엇인가?(원제: Fatmagül)>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터키 드라마를 스페인 안방에 성공적으로 소개한 아트레스 메디아의 콘텐츠 담당자 호세 안토니오 안톤은 “최근 10년 사이에 터키 드라마는 급성장하여 유럽과 중동에서 이미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고, 2014부터는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 무렵 우리는 터키 드라마가 스페인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고, 첫 드라마 드라마 <파트마귈의 잘못은 무엇인가?>를 방영했다. 기대한 것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라고 스페인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이때 터키 드라마는 드라마, 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들을 포괄하며, 일주일에 1번 황금시간 대에 방영된다며 텔레노벨라에 분류하는 것에 단호하게 반박했다.

 

텔레노벨라는 텔레비전 소설이라는 뜻으로 일일연속극인 셈이다. 중남미 국가에서 가장 인기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종류 중 하나로 주로 태생의 비밀, 불륜, 극심한 빈부격차를 소재로 한 로맨스 장르가 많다. 우리나라의 아침드라마들과 비슷하지만 좀 더 도덕적인 관념에서 자유로운 중남미 문화의 영향을 받아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유의 극 분위기와 소재들도 인해 스페인에서는 텔레노벨라를 저급 문화로 취급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 드라마를 얕잡아 부를 때 ‘한국의 텔레노벨라’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터키 드라마가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시장에서 거둔 성공에는 ‘텔레노벨라’들의 비슷한 내용들에 염증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새롭고 신선한 터키 드라마로 눈을 돌렸다는 데 있다. 터키 드라마들은 한국 드라마들과 출생의 비밀, 가족, 고부갈등 등 유사한 플롯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터키가 <가을 동화>, <착한 남자>, <상속자>, <가족끼리 왜 그래>, <그대 웃어요>, <꽃보다 남자>, <신사의 품격>, <여름향기>, <천사의 유혹> 등 많은 한국 작품의 판권을 구입해 리메이크하면서 벤치마킹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한류 팬들의 의견이 많다.

 

아시아 드라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마르타(Marta)’는 오리지널 드라마에서도 한국의 드라마에서 보이는 플롯과 카메라 연출법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서 기시감이 들 때가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자주 쓰이지만 서양권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한 신선한 소재, 다양한 장르를 버무려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한국 드라마의 노하우를 그대로 옮겨온 터키 드라마는 유럽과 비슷한 배경과 외모들의 배우들로 위화감 없이 스페인 안방에 안착했다는 것이다.

 

아트레스 메디아의 호세 안토니오 안톤도 인터뷰에 대해서 이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화의 차이가 큰데, 터키 드라마들이 전 세계 수출을 위해서 이 차이를 수정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스탄불의 배경은 유럽과 미국의 큰 도시들과 다를 바 없으며, 다루는 소재들이 세계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물론 문화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가령, 주인공들의 이름은 발음하기 힘들고, 음악도 생소하며, 차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 이런 다른 점들이 드라마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문화적 배경이 상이할 경우, 드라마 작품들이 인터넷 플랫폼이 아닌 스페인의 안방에 안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터키 드라마의 스페인 내 성공은 드라마 자체 이외에도, 다른 이슬람문화권 국가들과는 달리 개방적인 분위기, 서구권 배우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외모 등, 여러 요소가 강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강점들이 평균 1시간 20분에서 2시간이 넘는 긴 방영시간에 주인공 이외의 부수적 인물들의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긴 방영시간을 채우느라 개연성 없는 장면들이 드라마의 중심 내용을 끊기도 하는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구권에서 이질적으로, 혹은 배타적으로 생각하는 이슬람 문화권의 콘텐츠가 스페인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으로 인해 다양한 한국이나 아시아 문화 콘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스위트 홈>이나 <승리호>는 스페인 넷플릭스에서 이번 주 인기 콘텐츠 순위 10위권 안에 포함되기도 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거부감은 이제 점점 좁혀지고 있다. 치열한 내수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의 드라마들이 스페인 공중파 채널을 통해서도 소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 참고자료

《El Confidential》 (21. 2. 7.) <La mente tras el éxito de las series turcas en España: "Han superado las expectativas">, https://www.elconfidencial.com/television/series-tv/2021-02-07/series-turcas-entrevista-jose-antonio-anton-atresmedia_293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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