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시드니영화제 썸머시즌, 또 하나의 한국영화 기대작 <미나리 상영>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2.02

2020년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문화생활이 거의 허용되지 않았다. 호주 정부는 코로나19의 호주 내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 유입되는 해외여행객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이곳 호주에 해외에서 입국이 가능한 사람은 호주 시민권자, 영주권 소유자에 제한된다. 이들 또한 입국하면 격리가 의무적이다. 호주로 들어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중문화공연 역시 현지 아티스트의 공연만이 소규모로 열리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는 여유롭고 유유자적했던 가족들의 여가생활에 지장을 초래했다. 일상에서 누리던 것들이 제한적이고 제약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호주사람들은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는 호주사람들뿐 아니라 아마 전 인류에게 공통되는 깨달음일 것이다.

 

시드니 영화제 '썸머 시즌'이 열리는 시드니의 스테이트 씨어터 – 출처 : 통신원 촬영<시드니 영화제 '썸머 시즌'이 열리는 시드니의 스테이트 씨어터 – 출처 : 통신원 촬영>

 

문화생활 중 현재 이곳에서 그나마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3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전국적인 필수활동을 제외한 활동규제로 공연장, 영화관을 비롯한 문화시설들이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현재는 일상으로 차츰 돌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어 공연장 등은 수용인원 전체를 채우지는 못하지만, 시드니의 경우는 75퍼센트까지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이곳에서는 이러한 규칙을 준수하면서 영화관을 비롯한 공연장에서의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시드니 영화제 페이지에 소개된 영화 '미나리' - 출처 : 시드니영화제 홈페이지<시드니 영화제 페이지에 소개된 영화 '미나리' - 출처 : 시드니영화제 홈페이지>

 

한국영화를 현지 영화 팬들에게 소개해 오던 시드니영화제(Sydney Film Festival)도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다. 그러나 올해 2021년에 들어와 시드니영화제 측은 1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시드니의 스테이트 씨어터(State Theatre)에서 영화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3일간의 썸머 시즌 영화제는 5편의 영화를 3일간 상영한다. 첫날 15일에는 현존하고 있는 최고의 호주 원주민 퍼포먼스 회사 뱅가라 댄스 씨어터(Bangarra Dance Theatre)의 탄생과 성장을 그린 영화 <Firestarter-The Story of Bangarra>를 시작으로 3일간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번 여름특집 썸머시즌영화제에는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주연의 영화 <미나리(Minari)>(정이삭 감독)가 포함되어 있었다. 티켓판매가 시작되자 많은 영화 팬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코로나19로 한정된 숫자의 티켓은 완판되어 매진되었다. 영화 <미나리>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의 극찬으로 영화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 한국영화의 팬은 “무척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기다렸다”고 관람 전 소감을 밝혔다.

 

영화 '미나리'를 소개하고 있는 시드니 영화제 디렉터 나센 무들리(Nashen Moodley) - 출처 : 통신원 촬영<영화 '미나리'를 소개하고 있는 시드니 영화제 디렉터 나센 무들리(Nashen Moodley) - 출처 : 통신원 촬영>

 

영화 <미나리>는 낯선 미국의 아칸소지역으로 이주한 한 한국가정의 힘든 시간을 이겨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두 아이의 아버지 제이콥(스티븐 연)은 농장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어머니 모니카(한예리)도 일자리를 구해 열심히 살아간다. 아이들을 돌보기가 힘들어지고, 혼자 계신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고자 자신들이 지내고 있는 미국에 친정어머니를 불러들인다. 모니카의 어머니 순자(윤여정)가 가족의 일원으로 합세하게 된다. 어머니 순자는 한국에서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앗 등을 가방에 잔뜩 싸들고 이곳에 온다. 아이들은 외할머니의 모습이 어쩐지 낯설다. 순자는 물에 가까운 땅을 찾아 미나리 씨를 뿌린다. 그러면서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라는 이야기를 손자 데이빗에게 이야기한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가족의 이야기는 호주 한국이민 1세 가족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한국말과 영어가 혼재하고, 다른 모습의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어색함과 신기함, 그러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부모의 모습, 어색한 할머니와 손자가 시간이 흐르면서 따뜻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여느 이민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미나리는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할머니의 대사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듯하다. 이곳에서 영화<미나리>를 본 이민자들은 아마 한국계뿐 아니라 모든 이민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미나리>는 슬픈 영화가 아니다. 영화 사이사이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장면과 대사에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태에서도 많이 웃었다. 많은 대사가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공감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2020년 1월에 열린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자막의 장벽, 1인치 정도의 이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도 한국어 대사가 대부분이었음에도 현지 관객들이 공감하는 모습에서 이제 더는 언어가 장벽이 아님을 깨달았다. 한국영화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종합예술작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 인간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관객은 <미나리>를 관람 후 “잘 만들어진 영화이며, 공감이 가는 좋은 영화”라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영화 <미나리>는 오는 2월 18일 이벤트시네마를 비롯한 호주 현지 영화관에서 정식 개봉예정이다. 영화 <미나리>를 향한 호주인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 참고자료

https://www.sff.org.au/program/browse/minari


김민하 통신원 사진
    -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 약력 : 현재)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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